지난해 12월 12일 황 교수 후원회 계좌에서 '해외공동연구를 위한 기자재' 구입 명목으로 5억5550만 원의 돈이 인출돼 노벨상 선정권이 있는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로 송금된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중단 상태서 기자재 산 증거도 없이 거액 해외송금**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의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23일 "황 교수 후원회 계좌에서 기자재 구입 명목으로 5억 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가 송금됐지만 구입 영수증도 없는 실정"이라며 "후원회 계좌를 관리하는 한국과학재단에 기자재 구입에 대한 영수증이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재단 측은 "황 교수팀이 '유세포분류기'를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에 비치해 활용한다고 후원금 집행 요청서를 보내와 송금해준 것으로 영수증은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재단 측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가 구입 주체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실제 구입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에 따라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가 유세포분류기를 구입했는지도 불확실하고 ▲향후 연구가 불투명한 시점에서 거액을 국외로 송금한 이유와 한국과학재단의 승인을 납득하기 힘들고 ▲구입을 했더라도 영수증 확보나 사실 확인 없이 거액을 지출한 방만한 후원금 관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어떤 곳?**
실제 기자제 구입 여부가 확인된 상태는 아니지만, 황 교수 후원회 계좌에서 5억 원이 넘는 돈이 송금된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노벨상 선정권을 가진 단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만약 기자제 구입용이 아니라면 자연히 '노벨상 로비용'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롤린스카 의대로도 불리는 이곳의 정식 명칭은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로 1810년 설립됐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 이후로 노벨 생리학·의학상 선정권을 가지고 있는 이 연구소에서는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 5명이 배출됐다.
특히 황 교수의 노벨상 수상 기대가 높았던 지난 해 3월 오명 당시 과학기술부총리는 카롤린스카 의대 줄기세포연구소를 방문했다. 오 전 부총리는 당시 황우석 팀의 연구현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생명공학 분야에 우리나라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밝히고 카롤린스카 의대와 황우석 팀 간 연구협력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또한 오 전 부총리는 노벨재단을 연이어 방문해 미카엘 숄만 노벨재단 총재에게 "한국 정부는 노벨과학상 수상자 조기 배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스웨덴 간 과학기술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과학기술협력협정을 체결, 주한 스웨덴 대사관에 과학관 파견, 한국과학재단 현지사무소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전 부총리의 방문으로부터 3개월이 지난 지난해 6월 황 교수의 후원회 계좌를 관리하는 한국과학재단은 현지 주재원을 파견했다. 이러한 조치는 황 교수의 노벨상 수상을 적극 추진해 온 오명 부총리 겸 과기부장관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월, 카롤린스카 대학의 줄기세포 전문가인 호바타 교수는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리는 환태평양생식의학회 줄기세포 세션에 참석해 달라는 정형민 포천중문의대 교수의 초청에 대해 줄기세포 연구자금 신청도 거절당했고 "어떤 한국 과학자와도 접촉이 금지됐다(I was not allowed to contact any Korean scientist)"라며 불참을 통보한 바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프레시안〉 과의 통화에서 "오 전 부총리의 언급 이전부터 과기부 차원에서 북유럽에 과학관 파견을 추진해 왔고 우연의 일치로 시기가 근접했을 뿐 한국과학재단의 주재원 파견은 자신들과 무관한 것으로 재단에서 독자적으로 주재원을 파견한 것이고 노벨상 로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돈이 송금된 당시 상황도 '노벨상 로비'에 공을 들일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송금된 12월12일은 황 교수의 논문 조작 사실이 거의 드러나고 황우석 팀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 때였기 때문이다.
***"불임부부에서 채취한 난자 중 좋은 등급 골라 전용 의혹 **
한편 박 의원은 "불임부부로부터 불임시술을 위해 채취된 난자 가운데 성숙도가 높은 가장 좋은 등급의 난자가 황 교수팀에 연구용으로 제공되고 막상 불임시술을 위해서는 미성숙 난자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폭로했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제출한 '황우석 교수 연구의 난자수급 등에 관한 중간보고서'에 의하면 ▲복지부 조사단의 모 산부인과 조사 결과, 전체 채취 난자의 48%가 황 교수팀에 제공됐고 ▲성숙도가 가장 좋은 등급의 난자 중 63%가 연구용으로 제공됐으며 ▲모 산부인과에서 불임부부로부터 난자를 채취해서 황 교수팀에 제공한 25건 중 3건은 성숙도가 가장 좋은 등급의 난자 모두를 황 교수팀에 제공했고 ▲다른 6건은 성숙도가 가장 좋은 난자 중, 시술용보다 연구용으로 제공된 개수가 2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복지부는 보안을 이유로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는 보고서를 회의 종료 후 모두 회수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복지부는 이 의혹에 대해 관련인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불임시술용으로 채취한 난자들 가운데 가장 좋은 등급의 난자는 아이를 출산할 체외수정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법규 이전에 상식에 속하는 문제"라면서 "만일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누가 이처럼 비윤리적 결정을 내렸는지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차관, 청와대 수석 무더기로 황우석 후원회 가입"**
이 밖에도 박 의원은 "2005년 6월 1일 익명의 제보를 받은 MBC 〈PD수첩〉팀 이전에 다른 언론사가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 검증을 시도했다가 황 교수팀으로부터 무력화 된 정황이 '세상을 바꾸는 과학자 황우석'이라는 책(2005년 6월 15일 출간)에 나온다"며 "황 교수팀은 지금까지 알려진 시점보다 훨씬 이전부터 논문조작 내용을 알고 있었고 방어논리를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현직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 등 8명의 정부 고위인사가 황 교수 후원회에 2004년에만 각각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씩 모두 420만 원의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황금박쥐 멤버로 거론되던 장관 및 공·사석에서 황 교수와 친분을 과시했던 인사, 생명과학분야의 고위공무원들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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