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지원한 사업이 결국 특정 기업 배불리기에 이용됐다고 볼 수 있다.
세제 지원에 원자재가격까지 인하됐는데 차값은 최고 13.9% 올라
15일 박선숙 민주당 의원(예산결산특별위원회)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가 자동차 산업에 세제지원을 하는 동안, 포스코에서 공급하는 자동차용 원자재 가격이 15%가량 인하됐음에도 이 기간 현대·기아자동차는 두 차례에 걸쳐 판매가격을 최고 13.9%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2.3%대로, 자동차 출고가 인상폭의 1/6에 불과하다. 재정 악화를 무릅쓰고 실시한 정부의 세제지원이 대기업의 독점적 이익을 보장하는데 그쳤다는 말이다.
자동차 세제지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6월까지 실시된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 조치를 포함할 경우 1년에 걸쳐 진행됐다. 이 정책에 힘입어 경기침체에도 불구, 지난 6월 대형승용차 판매대수는 8677대로 상반기 최대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 현대차가 지난해 정부의 세제지원에도 불구하고 신차 가격을 최고 13.9% 올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뉴시스 |
그러나 박 의원 측에 따르면 올해 말 현재 베르나 1.4 기본사양의 판매가격은 991만 원에 달한다. 즉, 지난해 말부터 올해 말 사이 이 차량의 판매가격은 121만 원이 인상된 셈이다. 이 기간 베스트셀링 카인 쏘나타의 판매가격 인상률 역시 7%에 달했다.
GM대우, 르노삼성은 가격 인하
두 차례나 가격을 인상한 현대차와 달리 경쟁회사 차량의 올해 말 판매가격은 4월 당시보다 인하됐다. GM대우 라세티 1.6의 올해 4월 판매가격은 1333만 원이었으나, 연말 현재는 1294만 원이다. 39만 원 떨어졌다. 르노삼성 SM5 2.0도 현재 판매가가 4월 대비 81만 원 하락한 2050만 원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신차 출고로 인해 가격이 인상됐다는 입장을 박 의원 측에 보냈다. 투싼의 경우 새 엔진(디젤 2WD MX AT→디젤 2WD LX20 AT)을 얹은 모델이 나왔고, 투싼ix라는 신모델이 출시돼 비용이 늘어났다고 했다. 쏘나타 역시 같은 이유로 출고가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현대·기아자동차는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현대·기아차가 지난 1년 사이 모든 차종을 신차로 변경한 게 아니다"라며 "신차 출시에 따른 기술개발비가 가격 인상에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면, 현재 컴퓨터 가격은 5년 전보다 수십 배 이상 올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결국 (세제지원은) 대기업에 독점적 이익을 보장하면서 국가재정은 물론 지방재정 악화만 초래했다"며 "대기업 횡포에 무감각한 정부로 인해 소비자는 세제지원에 따른 구매가격 인하 효과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현대·기아차 무혐의"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정당한 이유 없이 공급에 필요한 비용의 변동에 비해 판매가격을 현저하게 상승시킨 것으로 보기 곤란하다"며 "시장지배 남용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가격 인상에 따라 소비자는 실질적인 세수감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자동차 회사만 세제지원과 더불어 가격인상에 따른 이득까지 누렸다"며 "공정위 조사 결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공정위는 신고시점(2007년 1월)을 기준으로 지난 2005~2007년 기간만을 조사대상으로 했다"며 "내수와 수출가격 차이 문제의 제기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했고, 공정위도 지난 4월부터 관련 작업을 진행했음에도 작년과 올해 판매가를 조사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공정위가 '국내 판매가격 변동률과 국내 물가지수 변동률 비교 결과 현저한 차이가 없다'고 결론냈으나 이 역시 사실과 다름이 밝혀졌다"며 "공정위는 다시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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