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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노동연구원 원장 돌연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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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노동연구원 원장 돌연 사임

지난 10일 사표 제출…정부, 노조원 51명 고발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수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부임한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극단적 노사갈등의 원인이 됐던 박 원장이 물러남에 따라 장기간 갈등을 겪어 왔던 노동연구원 사태가 종결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공공연구노조 한국노동연구원지부는 곧바로 총회를 열고 "조건 없는 업무 복귀"를 선언했다. 파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연)는 박 원장의 사표를 보고한 날 동시에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51명을 '업무방해 및 퇴거불응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연구원도 이날 노조원 37명을 같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박 원장의 사표 수리가 "평화적인 사태 종결"의 의지라고 해석되기 힘든 근거다. YTN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구본홍 전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하고 배석규 사장이 취임한 뒤 더 큰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사태가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오랜 갈등을 털고 노동관련 최고의 국책 연구기관의 제 역할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새 원장 부임과 함께 더 큰 갈등에 시달리게 될지 노동연구원의 앞날이 갈림길에 섰다.

"박기성, 개인적인 상황으로 사표 제출"…빠르면 이달 말 새 원장 부임

▲박 원장은 이미 지난 10일 경인사연에 사표를 제출했다. 경인사연은 14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박 원장의 사임 의사를 보고했다ⓒ연합뉴스
박 원장은 이미 지난 10일 경인사연에 사표를 제출했다. 경인사연은 14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박 원장의 사임 의사를 보고했다.

박 원장의 사표가 최종 수리되면 김주섭 연구관리본부장이 직무대행으로 연구원 운영을 맡게 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모를 통해 추천을 받아 선발하게 될 후임 원장은 빠르면 이달 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원장은 한국노동연구원에 부임한 이후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노조가 연구원 설립 20년 만에 파업에 들어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박 원장은 국회에 출석해 "헌법에서 노동3권을 빼는 것이 소신"이라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끝내 지난 1일 직장폐쇄 조치까지 단행했다. 연구원 노사가 집중 교섭을 통해 잠정 합의안을 마련한 뒤였다.

갑작스런 사임 배경에 대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개인적인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원장이 단협해지 등 공기업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 정부의 '노조 탄압' 선구자였다는 점에서 박 원장 개인의 결정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렵다.

노조 "연구원 정상화 위해 조건 없이 파업 푼다"

일단 노조와 연구위원협의회는 모두 새 원장 부임과 함께 연구원이 정상화되기를 고대하는 분위기다.

노동연구원지부는 이날 긴급 총회를 열고 지난 9월 1일 이후 이어오던 전면 파업을 풀고 현장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지부는 "우리 조합원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고 국책 연구기관을 국민의 연구기관으로 만들기 위한 고심어린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지부는 파업 철회의 특별한 조건도 내걸지 않았다. 갈등을 불러 왔던 단체협약도 "적절한 시기에 체결"을 언급해, 새 원장과 곧바로 단체협약을 놓고 부딪칠 뜻이 없음도 피력했다.

박사급 연구위원들로 구성된 연구위원협의회 관계자도 "노사 모두 그간의 잘잘못을 일단 덮고 평화기간을 가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상처 치료에 모든 노력을 다하고 연구원 경영의 정상화가 절실한 때"라고 덧붙였다.

박기성은 제2의 구본홍?…노동硏, 다시 갈림길에 서다

경인사연과 노동연구원은 이날 각각 노조원을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노조가 직장폐쇄 조치 이후에도 3일 동안 연구원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9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였다는 것이 이유다. 새 원장으로 박기성 원장보다 더 '반(反) 노동적'인 인물이 오는 것 아니냐는 어두운 추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간 연구원 측은 사태 종결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먼저 파업부터 풀어라"고 요구했다. 단협 해지에 맞서 역대 최장기 파업을 했던 철도노조에 대한 허준영 코레일 사장의 요구도 똑같았다. 철도노조는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파업을 풀었지만, 노동연구원지부는 직장폐쇄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이어왔다.

그런 점에서 박 원장은 '노조를 잡은' 허준영 사장보다는 노조의 온갖 반대를 뚫고 사장에 취임했다가 1년 만에 갑작스레 물러난 구봉홍 전 YTN 사장과 비슷하다. 구본홍 전 사장의 사임 배경을 놓고 "YTN 내부를 충분히 장악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질책성 권고사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노조는 일단 파업을 풀고 "안정적인 노사관계와 연구원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결정한 만큼, 남은 것은 새로 부임할 원장의 몫이다. 지난 2월부터 시작돼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노동연구원 사태가 또 다시 갈림길에 섰다.

▲지난 2월부터 시작돼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노동연구원 사태가 또 다시 갈림길에 섰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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