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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과 'MB를 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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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과 'MB를 위한 행진곡'

[손호철 칼럼] 이제 '광주의 역사성'까지 파괴하는가?

"아니, MB정부가 이제 개과천선하고 정신을 차렸나? 그동안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민주주의를 탄압하더니 이제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깨우쳤나? 그렇다면 너무나 반가운 일이네."

며칠 전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그리고 전날 종강파티로 학생들과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습관적으로 일어나 한 조간신문의 기사제목을 보고 나는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놀랐다. 그리고 덜 깬 잠과 숙취를 털어내기 위해 고개를 흔들며 이렇게 혼자 말을 내뱉었다.

문제의 기사는 보훈처가 5.18 추모곡을 공모한다는 내용이었다. 보훈처가 '한국 민주화운동의 빛나는 별'이지만 한나라당의 역사와 유산과는 거리가 먼 5.18 민중항쟁을 위해 내년에 찾아오는 5.18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고를 들여 5.18 추모곡인 '5월의 노래'를 국민들에게 공모한다니 이 얼마나 기특하고 대단한 일인가? 특히 4대강 죽이기 사업 등으로 정부 예산이 바닥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 보니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럴 리가 있겠는가? 내용인 즉, 5.18 민중항쟁 관련 행사, 아니 모든 민주 행사를 시작할 때 민중의례와 함께 반드시 들어가는 '운동권판 애국가'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행사와 관련해 연주하고 부르는 것을 막기 위해 5.18 추모곡을 새로 제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치가 얼마 전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결정과 관련해 공무원노조가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공무원노조가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을 정부와 조중동이 문제 삼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있다. 즉 정부가 공무원노조 행사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금지시킨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5.18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통령까지 광주로 내려가 공식행사에 참석하고 전국에 생방송되는 연례적인 주요행사인데 그 때마다 이 노래가 울려 퍼져,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인사들이 불편해 하는 것을 막아보자는 꼼수인 것이다.
▲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모여든 금남로의 인파 ⓒ프레시안

이 같은 5.18 추모곡 제정 결정이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MB의 심기를 고려한 보훈처의 과잉충성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는 5.18의 역사성이 곳곳에 배어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시키고 'MB를 위한 행진곡'으로 바꾸려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미친 짓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물론 보훈처는 이 기사가 나가고 5.18 관련단체들과 민주당 등에서 반대여론을 제기하자 이 달 중에 이에 대해 국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새 추모곡 제정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발짝 양보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당연히 5.18단체 등 당사자들, 그리고 광주시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기초해 타 지역 의견도 참고하고 반영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고 5.18 추모곡 지정을 왜 광주와 똑 같이 대구와 부산 사람들에게 물어보나? 인구비례에 의해 영남의 인구가 호남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당연히 영남의 의견이 호남의 의견을 누르고 더 반영될 것이 뻔한 것 아닌가?

사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어떤 노래인가? 5.18 당시 광주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약하면서 끝까지 도청을 사수하다가 사망한 고 윤상원 열사와 고 박기순 열사의 1982년 영혼 결혼식을 위해 백기완 선생의 '묏비나리'라는 시를 소설가 황석영씨가 가사로 바꿔 쓰고, 김종률 씨가 작곡한 노래이다. 즉 그냥 민중가요가 아니라 5.18을 위해 만든 '5.18의 노래'이고 지난 28년간 5.18과 함께 해온 역사성을 가진 노래이다. 그 같은 역사성을 5.18 당사자들과 광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 영남의 여론조사에 기초해 파괴해버리고 'MB를 위한 행진곡'으로 바꿔버리겠다? 한마디로, 미친 역사 파괴행위이다.

내년 역사적인 5.18민중항쟁 30주년 행사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MB를 위한 행진곡'을 들어야 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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