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승자독식의 정치에서 합의의 정치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승자독식의 정치에서 합의의 정치로

[정치개혁 강좌]<19> 선거제도의 개혁방안과 고려할 점

<희망정치연구회>가 진행 중인 정치개혁 특강을 연재합니다. <희망정치연구회>는 정치제도개혁에 관한 정치, 사회, 법률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설립된 민간단체입니다. <프레시안>은 정치개혁, 제도개혁을 연구해 온 학자들의 전문적인 강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해 게재합니다. 글과 함께 하단에 있는 '강의 듣기' 서비스를 통해 생생한 육성 청취도 가능합니다. 이번 정치개혁 특강은 김형철 한국외대 비교민주주의센터 연구교수가 맡았습니다. <편집자>

1. 들어가며

최근 한국사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는 민주화 이후 우리 정치의 정치적 환경과 행태가 변화되지 않고 과거의 인물과 지역에 기초한 정당정치와 이들에 의한 대결과 갈등의 정치가 지속되고 있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인식 속에 현재의 정치제도로는 정치적 대표성과 책임성이라는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왜 선거제도 개혁인가?

그렇다면 왜 선거제도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선거제도의 중요성과 선거제도 개혁의 효용성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선거는 시민들의 집단적 의사결정에 대한 정치적 평등(political equality)과 대중통제(popular control)의 원칙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실현시켜주는 핵심적인 도구이다. 그리고 선거제도(electoral system)는 유권자들의 선호를 집적하여 이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정치제도로서, 누가 그리고 어느 정당이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하는지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사형성과정과 정치권력의 위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Nohlen 1994, 39).

사르토리는 선거제도가 민주정치를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조정수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Sartori 1994). 즉,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의 내용으로서 대표성과 책임성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정치제도이다. 그리고 선거제도는 사회적 갈등과 균열을 왜곡 없이 정치적으로 대표될 때 보다 많은 사회구성원의 요구에 대한 반응성과 정치행위자들 사이에 타협과 합의의 필요성과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와 신뢰에 깊은 영향을 주는 정치제도이다. 특히 신생민주주의 국가에 있어 선거제도의 선택과 개혁이 민주화의 완결과정인 것이다(Norris 1995, 7). 따라서 많은 정치인, 학자 그리고 정치전문가들은 민주주의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선거제도의 개혁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선거제도의 개혁은 정부형태, 수직적 권력구조(연방제-단방제), 그리고 의회구조(단원제-양원제)와 같은 권력구조의 개혁보다는 개혁의 정치사회적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높은 효용을 산출하기 때문이다. 즉, 선거제도는 헌법의 수정 없이 입법부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 선거제도 개혁은 정치체제 전반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짧은 기간에 극복하고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다(안순철 2000, 287).

3. 현행 선거제도의 특징과 문제점: 대통령선거제도와 국회의원선거제도

1) 대통령 선거제도: 1위대표제

단순다수제로도 불리는 1위대표제는 1인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들 중에서 과반수의 득표를 얻지 못하더라도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가 당선자로 확정되는 선거제도로서 미국, 영국, 캐나다, 인도, 방글라데시 등 47개국에서 채택하고 있다.

장점으로는 유권자들이 투표함에 있어 단순하고 쉬우며, 지역대표성의 보장과 더불어 선거구 유권자들과 대표 사이의 친밀도를 높여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1위대표제의 정치적 효과의 측면에서 유권자에게 잠재적인 야당을 위한 명백한 선택을 제공하며, 유권자로부터 명백한 위임을 가지는 대표의 선출과 정부를 구성함으로써 정치적 책임의 소재가 명료하다는 점과 군소정당의 난립 방지와 양당제를 유도함으로 효율적이고 안정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1위대표제는 다음과 같은 단점이 있다. 첫째 사표(waste votes)의 증대와 소수대표의 문제이다. 패배한 후보들에게 던진 유권자의 표는 모두 사표가 되며, 매우 적은 득표를 획득하고도 승자가 됨으로써 대표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 1위대표제는 제조된 과반수(manufactured majority) 현상을 만들며, 투표-의석 간 불비례성이 극대화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투표-의석간의 불비례성은 거대정당의 과다대표와 군소정당의 과소대표라는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는 군소정당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못함으로써 유권자의 선호도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낸다(Heywood 2006, 439). 따라서 레이프하트는 1위대표제가 민주성의 결핍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Lijphart 1999, 134).

셋째, 1위대표제는 유권자의 선택을 제한하며, 정부교체 시에 정책의 급진적 변화가 초래된다. 1위대표제는 한 선거구에서 1명의 후보만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가 당선가능성과 경쟁성이 낮다면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 또는 경쟁력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전략적 투표를 강제한다. 이는 주요한 두 개의 정당에 대한 투표만이 유의미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유권자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경향을 갖는다. 이러한 경쟁결과 구성된 단일정당정부는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보이기 위해 정책의 급진적 변화를 초래하여 불안정성과 비효율성을 가져오기도 한다.

대통령의 선출방식이 1위대표제인 한국의 경우, 민주화 이후 선출된 대통령의 득표율은 적게는 36.6%에서 많게는 48%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과반수 미만의 득표율은 집권기간 동안 대통령의 정치적 대표성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통치력의 위기를 가져옴으로써 정치불안정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현재 세종시 문제와 같이 정권교체에 따른 급격한 정책 변화가 정치적 갈등과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2) 국회의원 선거제도: 혼합형 다수대표제

혼합형 다수대표제는 2표 병립제(parallel system) 또는 혼용식으로도 불리는 선거제도로서 1위대표제에 의해 선출된 지역대표와 정당투표에 의해 선출된 비례대표가 산술적인 합산방식을 통해 각 정당의 전체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이다. 그 결과 혼합형 다수대표제는 투표-의석 사이의 비례성이 1위대표제보다는 높지만 비례대표제보다는 낮은 준비례대표제(semi-PR)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러한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 일본, 러시아, 필리핀 등 21개국이다(Reynolds et al. 2005, 31).

혼합형 다수대표제에서 투표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지역구선거에서 당선자를 1위대표제 또는 단기비이양식을 통해 확정하고 비례대표 의석은 전국 또는 권역에서의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정한다. 이에 대해 2008년 한국에서 실시된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결과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 혼합형 다수대표제의 투표-의석전환의 예: 제18대 국회의원선거 결과

출처: http://www.nec.go.kr:7070/abextern/index.html.

우리나라의 혼합형 다수대표제는 비례성 보장에 있어 한계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투표-의석 사이의 이득률에 있어 혼합형 다수대표제는 +13.7%로부터 -8.5%까지 범위가 매우 넓다. 이러한 이득률의 차이는 혼합형 다수대표제가 혼합형 비례대표제보다 투표-의석 사이의 불비례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혼합형 다수대표제가 다수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다수제의 단점인 불비례적 성격이 다소 완화될 뿐이지 높은 비례성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김형철 2007, 34).

한국의 정당체계는 민주화 이후 2008년 총선까지 지역정당의 효과에 의해 다당제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채택된 혼합형 다수대표제 하에서 실시된 2004년과 2008년 선거에서 의회내 유효정당의 수는 2.4에서 2.9개로 나타나고 있다. 2008년 선거에서 정당의 수가 증가한 이유는 한나당에서 나온 친박연대, 충청권의 지지기반을 갖는 자유선진당 등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정당들 사이의 경쟁은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한 경쟁관계라기 보다는 민주화 이후 한국정당정치를 특징짓는 지역과 인물을 중심으로 한 경쟁관계가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선거제도의 개혁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 한국 선거제도 개혁의 정치적 효과

출처: 김형철. 2007, 수정.


3.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선거제도들

1) 대통령 선거제도의 개혁안: 결선투표제

결선투표제는 전체 유효 투표수의 과반수이상을 획득한 후보가 당선되는 선거제도이다. 이를 결선투표제라고 부르는 이유는 만약 1차 투표에서 과반수이상의 득표를 획득한 후보가 존재하지 않을 때 1차 투표에서 상위 득표를 한 두 후보만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하여 당선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제는 절대다수에 의한 당선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적 정당성에 부합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째, 결선투표제는 절대다수의 표를 획득한 후보가 당선자로 결정되는 것으로 대표의 다수대표성을 확보한다는 중요한 장점을 갖는다. 이러한 대표의 다수대표성 확보는 특히 대통령제에서 통치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갖고 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둘째, 결선투표제는 유권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선택의 명시성을 넓힌다. 즉, 1차 투표에서 유권자들은 1위대표제와 같이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자에게 직접적으로 표를 행사할 수 있음으로 선호의 집적에 있어 장점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결선투표제가 갖는 장점은 다당제하에서 정당 간 연합을 자연스럽게 형성한다는 점이다. 즉, 다당제하에서 어떠한 정당도 2차 투표에서 단독으로 과반수의 득표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정당과의 연합이 필연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정당 간 연합은 1위대표제보다 군소정당의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한다는 점과 보다 많은 다수의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는 정치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반면에 결선투표제는 첫째, 2차 투표에서 유권자들의 선호가 제대로 대표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즉, 2차 투표에서 유권자들의 선호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거나 또는 1위대표제와 같이 덜 나쁘다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전략적 투표가 이루어짐으로서 유권자들의 선호가 왜곡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둘째, 2차 투표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유권자들의 투표참여 포기 또는 무효표의 증가에 의해 유효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결선투표제의 다수대표성 확보라는 목적에 부응하지 못하는 부작용과 유권자들의 선호를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셋째, 결선투표제의 단점은 2차 투표에 진출한 후보가 승리를 위해 2차 투표에 진출하지 못한 후보들과 무분별한 연합을 이루거나 또는 연합을 위해 자신이 가진 원칙을 포기하도록 조장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투표-의석 간 불비례성이 높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비록 2차 투표시 정당 간 연합이 이루어지지만 1위대표제와 마찬가지로 불비례성이 높으며, 거대정당의 과다대표와 군소정당의 과소대표 효과가 나타난다.

2) 현제 제기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혁안

(1)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혁: 단기비이양식(SNTV)

단기비이양식은 다수대표제와 같이 유권자 1인이 1표만을 행사하며, 이들 중 다수표를 얻은 순위에 따라 후보자를 대표로 선출하는 선거제도이다. 즉, 득표수(율)의 순위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소수대표를 반영하는 가장 단순한 방식이다.

단기비이양식이 소수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나, 실제 효과에 있어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비록 다수대표제보다는 상대적으로 소수대표성 또는 투표-의석 간 비례성이 높지만, 절대적인 수준에서 평가하면 그리 높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Lijphart 1984). 그리고 이 선거제도는 정당이 자신의 정당에 유리한 지역에 복수공천을 하게 될 때 정당 간 경쟁뿐만 아니라 동일 정당의 후보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되며, 정당 내 파벌 조장과 고비용의 선거가 이루어진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강원택 2005, 58-65). 또한 단기비이양식은 당선자 사이에 1표 1가치라는 '표의 등가성' 의 문제를 낳는다(강원택 2005, 59-60).

이와 같은 문제점에 의해 1947년 단기비이양식을 실시하였던 일본이 1994년에 혼합형 다수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실시하였다. 2009년 현재 하원선거에서 단기비이양식을 선택하고 있고 있는 국가는 아프가니스탄, 요르단, 바누아트 그리고 피트카른 제도 등 4개국뿐이며, 한국은 지방의회 선거에서 단기비이양식과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혼합한 선거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2) 1위대표제+권역별 비례대표제

이 방안의 핵심 내용은 지금의 혼합형 다수대표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비례대표의 단위를 지금의 전국단위에서 권역별 단위로 바꾸자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는 전국적 득표율에 따라 정당의 비례의석이 배분되었으나, 이를 전국적 득표율이 아니라 권역별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당의 비례의석을 배분하자는 논리이다. 이 경우 권역별 유권자의 선호가 잘 반영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 한국정치에서 문제가 되는 지역주의의 완화와 전국정당의 형성에는 그다지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의 18대 총선결과에 기초해 봤을 때 호남에서는 통합민주당이 67.2%의 득표율을 얻었으며, 한나라당은 7.2%의 득표율을 받았다. 반면 영남에서는 통합민주당이 8.6%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46.3%를 획득하였다. 이 경우 호남에서 한나라당의 비례의석 수와 영남에서의 통합민주당의 의석수는 1-2석 정도 배분될 것이다. 그리고 권역별로 비례의석을 배분할 경우 특정지역에서 압도적인 득표율을 갖는 정당의 경우 비례대표에 있어 특정지역의 과다대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주의 완화와 전국적인 정책정당의 형성이라는 효과를 만들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4. 합의의 정치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안: 혼합형 비례대표제

혼합형 비례대표제는 우리나라에서 2표 병용제 또는 혼용제로도 불리는 선거제도로서 독일, 뉴질랜드, 이탈리아, 그리고 헝가리 등 9개 국가들에서 채택하고 있다(Reynolds et al. 2005, 31). 이 선거제도는 유권자들이 행사한 정당명부투표의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의석률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비례적 의석과 지역선거구의 1위대표제 의석이 연동되어 할당된다(안순철 2000, 218). 즉, 각 정당의 전체 의석배분은 각 정당이 명부투표에서 획득한 득표수에 의해 결정되며, 지역선거구에서 1위대표제 방식으로 당선된 후보자의 투표는 정당의 의석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혼합형 비례대표제는 의석 배분에 있어 제2투표로 일컬어지는 정당투표가 중요하며, 투표-의석 간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혼합형 비례대표제는 의석에 공백이 발생하면 보궐선거를 통해 충원하는 것이 아니라 공백이 생긴 정당의 정당명부상 다음 순서의 후보가 충원됨으로써 보궐선거에 따른 경제적 시간적 비용을 절감한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혼합형 비례대표제의 정치적 효과는 뉴질랜드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1위대표제를 실시하다가 1996년부터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한 뉴질랜드는 승자독식의 정치에서 합의의 정치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즉, 새로운 선거제도인 혼합형 비례대표제는 1위대표제에서 발생되었던 득표-의석 간 불비례성이 낮아져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이익들이 정치적으로 대표되고 있다. 그리고 정당정치에 있어 온건한 다당제의 제도화를 가져옴으로써 단일정당에 의한 승자독식의 정당정치가 정당간 협력과 타협을 필요로 하는 합의의 정당정치로 변화되었다. 즉, 소수의 의견이 의회에서 대표될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국민의 광범위한 동의에 기초한 정치를 가능하게 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5. 선거제도 개혁에서 있어 고려할 점

첫째, 선거제도 개혁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보다 질 높은 민주주의 그리고 보다 좋은 거버넌스를 위한 것이다. 즉, 선거제도 개혁은 다수대표제의 책임성과 비례대표제의 비례성의 균형을 목표로 한다(Norris 2004, 5). 선거공학자들은 정책집행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며 그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면서 투표-의석 간 높은 비례성에 기초하여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로의 개혁을 지향한다. 두 목표는 선거제도의 정치적 효과에서 살펴보았듯이 상쇄적 교환관계(trade-off)에 있다(박찬욱 2000, 36-37).

둘째, 선거제도의 개혁은 변화의 용이성과 정치적 이득의 명확성에 의해 정치행위자-정당 또는 정치인들-에 의해 정략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선거제도의 개혁은 정당간의 건전한 경쟁을 도모하고,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야만 하며, 편협한 당파적인 이해를 위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 제약을 받아야 한다(Lijphart 1994, 196).

셋째, 선거제도의 개혁은 국가가 처해있는 사회정치적 조건 또는 구조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모든 선거제도는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장단점은 그 국가의 사회적 · 정치적 균열구조와 행위양태 등의 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놀렌(Nohlen 1994, 245)이 "선거제도와 선거결과 그리고 정당체계는 사회 및 정치적 구조의 반영이며, 종속변수"라고 지적하듯이 선거제도의 선택과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 국가가 처해있는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조건들과 조응하는 선거제도의 선택이 요구된다.

넷째, 선거제도 개혁과 그 효과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은 특히 정부형태와의 조응성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제와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 사이에는 부조응성이 높아 정치적 불안정성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따라서 승자독식의 정치에서 합의의 정치로의 변화를 위한 방법으로서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정부형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뉴질랜드에서 1위대표제에서 혼합형 비례대표제로 변화되면서 정당연합에 기초한 합의의 정치를 수행할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뉴질랜드의 정부형태가 의회제였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선거제도 변화 후 다당제가 형성되고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정당들 사이의 연합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정당간 연합이 합의의 정치로의 변화를 가져온 원인 중에 하나인 것이다. 그러나 만약 대통령제하에서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의 채택과 그 결과 다당제가 형성되었을 때는 정치적 교착상태가 심화될 것이다.

이점에서 자연스럽게 정당간 연합을 통한 정부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정부형태로의 개혁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의회제하에서 정부형성을 위한 정당간 연합은 합의의 정치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로의 개혁과 더불어 정부형태의 개혁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강원택. 2005.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서울: 인간사랑.
김형철. 2007. "혼합식 선거제도로의 변화와 정치적 효과: 뉴질랜드, 일본, 그리고 한국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와 NGO』제5집 1호, 205-240.
박찬욱 편. 2000. 『비례대표선거제도』. 서울: 박영사
안순철. 2000. 『선거체제비교』. 서울: 법문사.

Heywood, Andrew. 2006. Politics. London: Palgrave Publishers Ltd.
Laakso, Markku. and Rein Taagepera. 1979. "'Effective' Number of Parties: A Measure with Applications to West Europe."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12, 3-27.
Lijphart, Arend. 1984. Democracies: Patterns of Majoritarian and Consensus Government in Twenty-One Countries.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______________. 1994. Electoral Systems and Party Systems: A Study of Twenty-seven Democracies(1945-1990).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서주실 역. 1997. 『선거제도와 정당제: 27개 민주주의 국가를 대상으로(1945-1990)』. 서울: 삼화원.
_____________. 1999. Patterns of Democracy: Government Forms and Performance in Thirty-Six Countries.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Nohlen, Dihter. (박병석 옮김). 1994. 󰡔선거제도와 정당체계: 선거제도의 정치적 효과󰡕 서울: 다다.
Norris, Pippa. 2004. Electoral Engineering: Voting Rules and Political Behavior.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Reynolds, Andrew., Ben Reilly, and Andrew Ellis., et al. 2005. Electoral System Design: The New International IDEA Handbook. Stockholm: International Institute for Democracy and Electoral Assistance.
Sartori, Giovanni. 1994. Comparative Constitutional Engineering: An Inquiry into Structures, Incentives, and Outcomes. London: Macmillan.


강의듣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