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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 96만, 181만…'MB 녹색일자리'는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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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 96만, 181만…'MB 녹색일자리'는 몇 개?

[MB 고용전략 되짚어보기③] '주먹구구' 녹색일자리 정책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영산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에서 4대강 사업의 효과로 "강을 따라 사람이 모이고, 강변을 따라 문화, 관광,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지역경제와 골목골목의 경제가 다시 살아나게 될 것"이라면서 "그에 따라 많은 일자리도 생길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녹색일자리'를 주요 일자리 정책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돌연 '녹색성장'을 국정 아젠다의 하나로 제시하면서 녹색이 난무하고 있지만, 한국은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9위로 '녹색'보다는 '회색'에 익숙한 산업구조였다.

회색경제에서 녹색경제로의 전환이 대통령 말 한마디로 금세 이뤄질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온통 희망과 기대만 가득한 '녹색성장'을 얘기하지만 '녹색'과 '성장'은 현 시점에서 결합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회색경제에서 녹색경제로의 전환 과정은 당장은 '성장'이 아니라 '퇴보'를 요하는 일일수도 있다. 단시간에 가능한 일도 아니며, 고통이 뒤따르는 일이기도 하다.

MB정부 녹색일자리 창출…최대 9배 차이 나

▲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정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을 친환경 사업으로 볼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영산강살리기 희망선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녹색경제 구상에는 온통 부푼 희망과 기대만 가득하다. 성장률, 자산시장, 수출 등 여타 경제지표에 비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일자리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경제로의 전환이 녹색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문제는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예산 규모와 일자리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 정부가 구체적이고 치밀한 계획 없이 숫자 부풀리기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월 '녹색뉴딜사업'을 발표하면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50조 원을 투자해 96만 개의 녹색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에서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107조 원을 투자해 156-181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간은 4년에서 5년으로 1년 밖에 늘어나지 않았는데 투입되는 예산은 57조 원으로 2배나 증가했고 일자리 숫자는 60-85만 개 늘었다.

정부는 지난달 23일에도 '녹색 일자리 창출 및 인력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5년간 녹색 일자리가 전산업의 평균적인 일자리 증가율(1.3%)보다 4배 가량 빠른 6.0%에 달할 것이며, 오는 2013년에는 녹색 일자리 규모가 지난해(2008년) 대비 20만 개 늘어난 81만 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만 개에서 181만 개까지 최대 9배의 차이를 보이는 녹색일자리 계획에 대해 녹색성장위원회 관계자는 "투입되는 예산 규모에 따라 창출되는 일자리 규모가 다르게 제시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녹색뉴딜은 말 그대로 녹색뉴딜정책을 추진했을 때 만들어지는 일자리 개수이며,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서 제시한 숫자는 107조를 투입했을 경우 기계적인 취업유발계수에 따라 창출되는 일자리 수"라고 해명했다. 11월에 발표한 '녹색일자리 20만 개 증가'는 추가적인 예산 투입 없이 경제성장률을 감안했을 때 늘어나는 일자리 규모를 추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정부 부처별로, 또 지자체 별로 발표한 녹색일자리 개수는 더 천차만별"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1월, 7월, 11월에 각각 발표한 일자리 창출 계획에서 서로 겹치는 부분은 어느 부분이며, 새롭게 추가되는 일자리는 어떤 것들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노무직이 전체의 90%…'저질' 일자리만 창출?

녹색일자리로의 전환에서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 숫자만이 아니라 일자리 질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녹색일자리는 친환경적인 일자리 뿐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뉴딜계획을 보면 일자리의 질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포함한 녹색 SOC 분야에서 46만 개, 저탄소.고효율 산업기술 분야에서 10만 개, 친환경.녹색생활 분야에서 40만 개 등 총 96만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친환경 사업인가에 대한 논란은 일단 생략한다 하더라도) 96만 개의 일자리 중 전체의 97%가 토목건설 분야의 단순 노무직이다. 희망근로, 청년인턴사업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재정투자가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는 일회용 일자리다.

그나마 이런 단순 노무직의 숫자도 상당 부분 부풀려져 있다. 정부가 계산한 고용효과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05년 기준 산업연관표 부속 고용표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건설 부문의 경우 10억 원 투입에 16.6명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하지만 이는 빌딩, 아파트 등 건축 부문이 합해진 것으로 토목부분만 따지면 취업유발계수는 14.2명이다. 정부의 수치에는 10억 원에 2.4명, 즉 15% 정도의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녹색일자리 4개 만들어질 때마다 기존 일자리 9개 줄어"

정부는 녹색경제로 전환을 통해 늘어나는 일자리만 강조하고 이 과정에서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202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30% 감축 목표를 최종 확정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녹색경제로 전환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와 감축은 에너지부문과 산업계에 곧바로 영향을 미쳐 기업 활동의 위축, 이에 비례한 고용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이른바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석탄·정유·발전·화학산업을 비롯해 시멘트·자동차 관련 산업과 노동자들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스페인 레인 후안 카를로스 대학교가 최근 발표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 공급원에 대한 공공 지원의 고용효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정부가 재정 지원하여 재생 가능한 에너지 부문에서 일자리 하나가 만들어질 때마다 평균 2.2개의 기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녹색일자리 4개가 만들어질 때마다 기존 일자리 9개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스페인은 5만 개의 녹색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위해 다른 분야에서 11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피해가 가장 큰 부문은 금속 및 비금속 광업과 식료품 가공업, 음료수 사업과 담배 산업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녹색일자리에는 이런 고민이 담겨져 있지 않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일자리는 재생에너지 등의 신규 창출되는 녹색산업 및 녹색일자리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동시에 기존의 화석에너지 기반의 산업들이 점차 축소.폐지돼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문제제기 했다. 한 부소장은 "이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 가진 모순과 허구를 보여주며 기업친화적인 정치적 태도로 인해 '녹색'이 왜곡되는 한 단면"이라고 강조했다.

"녹색경제는 노동자의 피땀을 짜내는 일자리로는 이룩할 수 없어"

▲ 이명박 정부의 녹색경제에는 근거없는 희망과 기대만 가득하다. ⓒ청와대 제공
한 부소장은 또 현 정부가 일자리의 질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임금이 낮거나 작업 환경이 위험한 일자리는 녹색일자리의 범주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담당자문위원이었던 반 존스도 "지구에 보탬이 되면서 해당 사람에게는 별 보탬이 안 되는 일자리, 또는 경제에 보탬이 안되는 일자리를 녹색일자리 개념으로 허용해서는 안된다"면서 "녹색경제는 태양 아래 노동자의 피땀을 짜내는 일자리로는 이룩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이처럼 녹색경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정 직군의 '실업' 등 고통의 재분배가 중요하다. 이런 문제에 대한 충분한 대응책 마련 없이 녹색경제로 전환을 추진할 경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경제적 약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한 부소장은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녹색경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취약한 노동자, 중소기업, 지역 공동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의로운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한 부소장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 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인 탄소세를 도입하거나 지속불가능한 산업에 대한 지원 등을 축소해 이 돈으로 충당하자고 제안했다.

호주의 캐빈 러드 총리는 지난 2007년 집권하면서 기후변화부(the Depaprtment of Climate Change and Water)를 설치하고 '기후오염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기후변화행동기금(Climate Change Action Fund) 설치를 명시하고 있다. 러드 총리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고 배출권을 경매해 얻어진 수익의 일부로, 21억5000만 달러 규모의 기후변화행동기금을 설립해 5년 동안 기업, 노동자, 지역 및 공동체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하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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