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야4당의 X파일 특검법 관련 공조 합의를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뒤집었다. 특검법, 사면법 등을 논의하는 법사위 법안1소위의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장윤석 의원은 15일 소위가 끝나자마자 국회 기자실을 찾아 "지난해 8월 야당이 공동으로 발의한 X파일 특검법안대로라면 현 정권의 불법도청 의혹을 수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추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기는 합의할 때 미국에 가서 몰랐다며 뒤집더라"**
이는 "지지부진한 X파일 특검법을 적극 추진해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토록 노력한다"는 이날 오전 야4당 원내수석부대표 간의 합의 내용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장 의원의 입장 발표 직후 기자회견장을 찾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합의를 뒤집은 장윤석 의원에게 이미 공동으로 발의한 법안이고 오늘 오전에도 회기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는데 왜 반대하냐고 물었더니 장 의원이 '(법안 발의) 당시에 자기는 미국에 가 있어서 잘 몰랐다'고 답하더라"며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노 의원은 "장 의원은 노무현 정권 하의 불법 도감청만 특검 대상으로 하자고 막무가내로 주장하고 있다"며 "지금 발의된 법안은 수사대상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전 정권이든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든 모두 가능한데,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는 법안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특검법에 따르면 김영삼 정권 이후의 불법도청은 모두 수사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노무현 정권을 적시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여당이 특검법을 받아들일 수 없도록 만들어 특검법 자체를 저지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 노 의원의 설명.
노 의원은 특히 "한나라당은 국민들에게 잘 보이는 자리에서는 특검법을 추진하는 척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잘 안 보이는 회의장에서는 특검법을 저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특검법을 저지하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삼성 계열사 가운데 경비, 경호를 담당하는 '에스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건희 회장을 경호하고 나서는 한나라당은 '에스투'냐고 묻고 싶다"며 "한나라당은 특검법을 당론으로 유지할 의사가 없으면 철회하고 국민들 앞에 의지가 없다고 밝히든지 오전 야4당 합의를 유지할 의사가 있으면 장윤석 의원을 법사위에서 철수시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與의원도 "한나라당 발 빼려는 속셈"**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이 노 의원을 거들었다. 노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장을 찾은 최재천 의원은 "장 의원이 별별 이유를 다 댔지만 며칠 후 국회 속기록이 나오면 금방 확인될 것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며 "야4당이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도 수사가 가능하도록 이미 법안을 발의했고 김대중 정부와 현 정부에 설사 의혹이 있다하더라도 다 수사대상에 포함되는데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과거가 드러날까봐 두려워 발을 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우리당은 특검을 안 받는다고 한 적이 없다"면서 "특검은 검찰수사 이후 보충 역할을 해야 된다는 것이 우리 당론인데 이미 검찰 수사가 종결된 만큼 안 받을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노 의원도 "최소한 법사위 내에서는 X파일 특검법과 관련해 민노당과 열린우리당 간에 큰 차이가 없다"고 했으나, 열린우리당 다수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무관치 않은 X파일 특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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