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약학과를 휴학하고 의대를 목표로 재수하는 제자와 대화한 적이 있었는데
의대에 합격하지 못한다 해도 재수한 것을 후회하지 않겠노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재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을 많이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난해에도 어느 정도 점수를 얻었지만 실력으로 얻은 점수가 아니었다면서
재수하면서 완전한 지식을 쌓아가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노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재수하면서 지식을 쌓고 있으니 설령 의대에 진학하지 못한다하여도
손해 보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공부가 쉽지 않은 일임을 그 누구 부인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힘들지 않는 일이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어떤 일에 있어서나 힘이 든 것에 비례해 기쁨도 커져가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일을 해야만 한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학생의 일은 공부이다. 하나씩 알아가는 일은 그 자체가 기쁨이 되기도 하고
미래의 행복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기쁨은 배가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 있을까?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 있을까?
가끔씩은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여유로움도 필요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무엇인가 일을 해야만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학생은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는 학생이라야 행복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행복도 만들고 현재의 행복도 만드는 일이 공부이기 때문이다.
공부가 재미있느냐고 묻는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소리 지르곤 하였었는데
고등학교 졸업 30년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재미있다고. 하나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결코 적지 않다고.
고통이 따르지 않는 재미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축구도 농구도 인터넷 게임도 TV시청도 여행도 재미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이 모든 재미있는 일에도 고통(?)이 따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여야 한다.
알면 재미있고 모르면 재미없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야구나 농구가 재미없는 것은 모르기 때문이다.
자막 없는 외국 영화가 재미없는 이유도 대사를 몰라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공부가 재미없는 것은 모르기 때문이다.
알면 재미있다. 알기 위해서는 기초지식이 필요하다. 기초지식 쌓기는 고통이다.
그런데 기쁨과 행복은 그 고통의 끄트머리에서 폼 잡고 앉아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