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의원대회 파행 이후 민주노총의 내부 분열 양상이 예사롭지 않다. 한 선거대책본부는 선거 유보를 주장하고 나섰고, 또다른 선거대책본부는 대의원대회 파행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한 선거대책본부를 민주노총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조준호-김태일 "분열 통해 이득 보려는 세력 있다"**
임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조준호-김태일 선거대책본부(기호 2번, 위원장-사무총장)는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영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의원대회 파행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기호 1번으로 출마한 이정훈-이해관 후보조를 민주노총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제소한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 불광동 한국여성개발원에서 열린 대의원대회의 파행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정된 KT 노조 소속 중앙 파견 대의원 60여 명을 기호 1번 선본 지지자들이 물리적으로 출입을 제지한 데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조준호-김태일 선거대책본부는 "민주노총의 규약 및 규정에 의거해 선출된 파견대의원을 자신의 자의적인 잣대로 '어용'이라고 규정하면서 대의원대회 출석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며 "더구나 참석한 파견대의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대회장에서 내쫒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대의원대회가 열린 한국여성개발원 다목적홀 앞에서는 회의장에 진입하려는 KT 노조 소속 중앙 파견 대의원들과 이를 제지하려는 일부 일반 조합원들 간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조준호-김태일 선거대책본부는 또한 기호 1번 선본 측이 대의원대회 파행을 위해 조직적인 사전 준비를 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의원대회가 폐회된 직후 대의원대회 장소에서 발견된 한 문건을 소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대의원대회 회의투쟁 회의자료"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문건에 따르면, △성원보고 통과 전에 무자격 대의원 문제 강력하게 제기 △회순 통과에 앞서 상정 및 폐기 요구 등 대의원대회 진행 추이에 따라 대응 방침이 적혀 있다. 하지만 이 문건에는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진경호 기호 2번 선거대책본부장은 "누구나 이 문건을 보면 누가 작성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며 기호 1번 측이 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기정사실화 했다.
조준호 위원장 후보는 "민주노총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분열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세력이 있다"며 "그동안 우리 선본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앞으로는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이해관 "삳층 노동 관료의 무능함이 대의원대회 파행 불렀다"**
한편 기호 2번 선거택본부로부터 대의원대회를 파행에 빠뜨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기호 1번 이정훈-이해관 선본은 기호 2번의 기자회견보다 1시간 앞선 오전 10시에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의원대회 파행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대의원 자격의 정당성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제기되는 순간 대회의 파행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혁신과 투쟁 어느 것 하나 수행하지 못한 상층의 무능력이 다시 한번 폭로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대의원대회 파행은 대의원대회가 상층 관료들의 담합과 편법만으로는 더 이상 운영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민주노총의 혁신이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같은 입장에 따라 △ 관행으로 인정돼 오던 대의원 선출제도의 혁신 △임원 보궐선거 입후보자 자격 소멸 △임원직선제와 대의원 직선제 도입 이후 신임 지도부 선출 등을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또한 기호 2번 선대거책본부 측이 대의원 대회 파행을 위해 기호 2번 선거대책본부가 사전준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정선거를 통해 선출된 KT 노조 소속 대의원들의 대회장 출입을 제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대의원대회가 파행 운영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선본 간 비방이 위험수위에 이름에 따라 오는 21일로 연기된 제37차 대의원대회 역시 정상적인 개최가 불투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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