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예산, 시설비 부풀리고 토지매입비는 축소

"삽부터 뜨고 짜맞추다 보니"…'불렸다 줄였다' "주먹구구"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4대강 사업 관련 예산을 심의 중인 가운데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예산 중 총 17개 공구에서 1036억 원이 과다계상 됐다"고 주장했다.

"시설비 최대 57% 부풀리기"

홍 의원이 국토해양부가 지난 달 25일 제출한 '2010년 국가하천정비사업 추가 참고자료'와 국토부가 홍 의원에게 별도로 제출한 자료 및 조달청이 낸 입찰공고 등을 분석한 결과 입찰 금액과 국토부가 제출한 예산이 차이가 났다.

홍 의원에 따르면 '낙동강 살리기 4공구'의 경우 국토부의 '참고자료'에는 시설비가 1005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러나 해당 공구에 대한 조달청의 입찰공고에는 638억7000만 원으로 추정이 돼 있고, 국토부와 부산시가 체결한 대행협약서에는 509억 원으로 계약이 돼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국토부는 4공구의 적정 공사비를 639억 원으로 계산했는데 국회에 제출할 때는 57% 부풀린 1005억 원으로 제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특히 "국회에 제출된 예산과 공종별 사업 내용과 실제가 다른 것은 담당자의 실수가 아닌 고의"라며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이미 정확한 예산과 사업 내용을 알고 있었는데 허위로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달 25일 국토부 제출 참고자료에 따르면 낙동강 살리기 4공구의 경우 각주로 '교량보호공 6개소, 양배수장 2개소, 하상유지공 1개소, 배수문 1개소'의 공사가 기재돼 있으나, 전날인 지난달 24일 공고된 감리용역 설계내역서에는 '교량보호공 3개소, 부대공 1식'만 기재돼 사업 내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4공구 뿐만 아니라 한강 2공구, 한강 9공구, 낙동강 1공구 등 총 17개 공구에서 1036억 원이 과다계상됐다"며 "3조5000억 원에 예산에 대해 충분한 시간과 자료를 갖고 전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지매입비는 1/4로 축소

이와 같이 '과다 계상'이 문제가 되는가 하면 '과소 계상'도 문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국토부가 토지매입비를 설정했는데, 지나치게 적게 계산해 실제 보상 사업이 착수될 경우 추경 편성을 통한 추가 예산 투입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북한강 5공구의 경우 LH공사가 토지보상대상 기본조사를 한 결과 1084억3000만 원의 보상비를 추정했는데, 국회 예산안에는 279억 원만 책정돼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4대강 사업 예산 전체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토지매입비를 적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종환 국토부 장관의 해명은 "공구별로 늘어나는 구간도 있고 줄어드는 구간도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전체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염려할 정도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결국 남는 시설비 예산을 부족한 토지매입비 예산으로 쓰게 되면 전체 예산에는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정확한 산출 근거 없이 예산을 주먹구구식으로 편성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어 4대강 예산 심의과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국토부가 예산 자료를 제출하기 전부터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직 4대강 사업 실시설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정확한 예산을 뽑을 수 없기 때문에 못 내는 것"이라며 "일단 삽부터 뜨고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