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이상수 노동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는 '보은인사' '불법 대선자금 연루' 등의 정치공방이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이 내정자의 노동관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답변이 도드라졌다. 전반적으로 '친노(親盧) 인사'인지는 몰라도 '친노(親勞) 인사'는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과거 뜨거웠던 시절과 달라…우리나라 최저임금 낮은 것 아니다"**
이 내정자는 "과거 뜨거웠던 시절에는 가치는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가치는 선택이 아니라 조화와 균형의 문제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자신의 노동관 변화를 여러 차례 설명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권기홍, 김대환 등 전임 장관의 예를 들며 "첫 장관은 노동부 공무원은 경제부처 직원이 아니라고 말했고 두 번째 장관은 노동부는 노동조합부가 아니라고 말했다"며 "두 사람의 상반된 인식 가운데 이 내정자는 어느 쪽에 가깝냐"고 질의했다.
이에 이 내정자는 "균형있는 노사관계를 만드는 공정한 중재자가 되겠다"는 모범 답안으로 피해갔다. "행정부처 내에 기업을 대변하는 부처는 많지만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곳은 노동부가 유일하지 않냐"는 단 의원의 이어진 '압박'에도 이 내정자는 "노동자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하지만 지나치게 노동자 위주가 되어 국가 전체를 바라보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내가 친노(親勞)인사라는 말을 듣던 때는 노동환경이 안 좋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대기업 노조가 임금인상 투쟁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대기업 노조가 양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대기업의 경우 오히려 고용 유연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한광원 의원이 "선진국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60% 수준인데 우리는 40%에도 못 미친다. 조금씩 올리는 것보다 평균 임금 50%까지 끌어올리는 상대적 결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 내정자는 "우리나라 최저 임금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행 최저임금은 시급 3100원으로 주 40시간 법정 노동시간을 채울 경우 64만1840원을 받게 된다.
***제종길 "이 내정자 근무하는 법인과 노동부부터 비정규 해결해야"**
이 내정자의 '균형 잡힌 가치관'에 대해선 오히려 여당 의원들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목희 의원은 "정부는 물론 노사 간의 공정한 중재자여야 하지만 노동부는 아직도 사측에 편향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제종길 의원은 "이 내정자가 소속된 법무법인 우성에 한달에 60만 원을 받고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당황한 표정의 이 내정자는 "잘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넘어가려 했으나 제 의원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제 의원은 "노동부 내에도 수많은 비정규직 있다"며 "내정자가 근무하는 법인, 노동부 내의 근로체계부터 해결해야 영이 설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보은인사' 맹공에는 "6개월간 1.5평 감방에서 반성했다"**
한편 한나라당 등 야당 의원들은 '대선 불법자금 연루-실형-사면-재선거 출마-낙선 후 장관 지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집중 공략했다. '친노(親盧) 코드'에 따른 '보은 인사'라는 것이다.
정두언 의원은 아예 책상에 '有權無罪 無權有罪(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글을 눈에 띄게 올려놓고 질의를 시작했다. 정 의원은 "이번 인사는 잘못된 인사, 있을 수 없는 인사"라며 "한나라당뿐 아니라 SBS, 교수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봐도 노동부 장관 인사가 최악이라고 나온다"고 주장했다.
배일도 의원은 "내정자는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선대본 총무본부장을 지냈고 그 회계 책임자 자격으로 실형을 살았다"며 "국회의원의 경우 회계 책임자가 실형을 살면 바로 의원 자격이 박탈되는데 법적 형평성을 고려하면 대통령도 마찬가지가 되는 셈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은 "13대 국회에 함께 들어와 노동위에서도 같이 있었고 노동행정을 맡아도 오래 전에 맡았어야 할 분인데 이제야 기회가 왔다"고 한껏 추켜세운 뒤 "대선 때 받은 불법자금이 내정자를 보고 준 게 아니라 노무현 후보를 보고 준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같은 공세에 "죄송", "송구", "반성"으로 일관하던 이 내정자는 오후 질의부터는 "정말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한 인간으로 말하자면 정말 나도 역사의 희생물"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내정자는 "예전 대선에서는 1조 원씩 쓴 사람도 있는데 나는 겨우 400억 원 정도밖에 안 썼고 유용한 것도 한 푼도 없다"면서 "내가 잘못한 것은 영수증 처리를 안 해준 것뿐인데 6개월간 1.5평 감방에서 고생했다"고 격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내정자는 "이 정도면 국민들이 용서해주실 수 있는 것으로 본다"며 "용서해주시면 여생을 국가를 위해 바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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