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발(發) 쇼크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 증시가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 소식에 큰 폭으로 조정되고 있다. 두바이월드의 채무 규모는 약 6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한동안 견조한 흐름을 이어오던 한국 증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더 큰 하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고 있다.
코스피, 5% 가까이 급락
2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5.02포인트(4.69%)나 하락하며 1524.50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루 하락폭 기준으로는 지난해 11월 6일(89.28포인트)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개장과 함께 하락세를 보인 코스피지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낙폭을 키우며 오후 들어서는 지난 7월 29일(1524.32)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려났다.
이처럼 지수가 밀려난 까닭은 외국인이 2090억 원 어치를 순매도한데다 기관도 481억 원의 순매도 기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개인이 2451억 원 순매수에 나서는 등 닷새 연속 지수 방어 기조를 보였으나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특히 두바이 투자와 심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건설, 금융, 기계업종지수 등이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이날 금융업종지수가 6.61% 하락한 것을 비롯해 증권(6.00%), 건설(6.70%)업종지수가 6% 이상 떨어졌다. 기계업종지수는 무려 7.55% 하락했다.
시장심리가 무너지면서,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4.67%(22.15포인트) 하락한 451.67에 그쳤다. 지난 4월 7일(458.57) 이후 최저치다.
한국 증시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 증시가 일제히 푸른색으로 도배됐다. 니케이지수는 3% 가까이 하락했고 항생지수와 대만증시도 3% 이상 하락했다. 이 외에도 영국, 프랑스, 호주, 멕시코 등 대부분 국가의 증시가 2% 이상 떨어졌다.
낙폭은 코스피가 가장 큰 수준이었다. 다만 전날 소폭 하락했던 미국에서는 다우존스, 나스닥, S&P500 등이 모두 상승 반전했다.
환율도 요동…새 위기 오나
원화 가치도 급락(원-달러 환율 상승)했다. 개장에 앞서 전날 밤 유럽 증시가 급락했다는 소식에 런던에서 열린 역외선물환(NDF)에서 이미 원화 환율이 달러당 1170원 가까이 올라 상승은 예고된 바다.
이날 서울 외환거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큰 폭으로 상승(갭업)한 끝에 전날보다 20.2원 오른 1175.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나친 하락을 걱정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돌변한 모양새다.
그 동안 세계 경제의 기적처럼 묘사돼 온 두바이월드의 파산이 마치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마찬가지로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미침에 따라 그 동안 감춰져 있던 새로운 돌발 악재가 지속적으로 터질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두바이월드의 (파산) 결정이 두바이 정부가 관여된 다른 채무에 대한 의구심을 높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감은 이미 이웃 중동국가로 번지는 모양새다. 사우디아라비아 통화청 소유 은행은 전날 갑자기 달러 채권 발행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시장이 이처럼 요동치는 이유도 두바이월드 관련 채권에 발을 묶인 기업이 많으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두바이에 물려 있는 금융권 채권 규모는 약 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승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내 "유럽 금융기관의 두바이 대출 부실 우려와 두바이 정부의 보유지분 매각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시장의 우려와 달리 국내 건설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금융사들의 두바이월드와 자회사 니크힐에 대한 위험노출(익스포저) 규모는 약 32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업종별로는 은행의 보유액이 80% 이상을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이 중에서는 우리은행의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전체에 대한 국내 금융사의 익스포저 규모는 2억2100만 달러로 집계됐으며, 이 중 두바이정부에 대한 익스포저는 8800만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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