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중이라 하더라도 출퇴근 시간에는 필수유지업무협정에 따라 노조가 지정한 필수유지인력을 100% 배치해야 함에도, 철도공사가 대체 인력을 사용하면서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본 셈이다. 철도노조는 파업 5일 전 필수유지인력을 정해 공사에 통보한 바 있다.
또 철도공사는 "현재 모든 여객열차와 전동차가 100% 정상 운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출퇴근길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이 같은 불일치는 철도공사가 무분별하게 대체 인력을 투입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구로역 사고 기관사, 국방부에서 나온 대체인력…필수유지업무제도 위반"
이날 오전 8시 경 국철 1호선 구로역에서 선로 전환 기계가 고장 나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 사고로 승객들이 선로를 건너 다른 열차로 갈아타는 등 대혼란이 벌어졌고 한동안 인천에서 의정부로 가는 뒷 열차들까지 모조리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구로역 측은 "9개 승강장 가운데 1번 승강장의 신호장비가 고장나면서 열차가 1번 승강장으로 운행되지 못해 다른 승강장 열차로 갈아타야 했다"며 "그 과정에서 후속 열차가 지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차가 구로역 1번 선을 출발해 2번 선으로 잘못 진입해 사고가 난 것이다.
▲ 이날 오전 8시 경 국철 1호선 구로역에서 선로 전환 기계가 고장 나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 사고로 승객들이 선로를 건너 다른 열차로 갈아타는 등 대혼란이 벌어졌다.ⓒ연합뉴스 |
사고를 일으킨 기관사는 기존 철도 직원이 아닌 외부 대체 인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노조는 자체 확인 결과 "성북 승무사무소에 배치된 육군 중사가 열차를 운행하면서 사고가 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시간은 현행 노조법에 따라 100% 기존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데 있다. 철도 노사의 필수유지업무협정에 따라 오전 7시에서 9시, 저녁 6시에서 8시는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기존 인력 숫자 전체가 현장에 배치되는 것.
노조는 이미 파업 5일 전 필수유지인력을 정해 공사에 통보했고, 당연히 이 시간에는 기존 기관사들이 100% 열차를 운행할 수 있다.
철도노조는 "노조는 필수유지인력을 지정해 공사에 통보했음에도 철도공사가 직원이 아닌 대체 인력에게 전동차 운전을 맡겼다"며 "이는 명백한 필수유지업무제도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노조가 파업 기간 중에 필수유지업무를 위반하면 민사·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사용자 측의 위반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100% 정상운행인데 출퇴근 힘든 이유는?
철도공사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사고 당시 기관사의 인적 사항은 현재 확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철도공사는 또 "낮 12시 현재 모든 여객열차와 전동차가 100% 정상 운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의 파업 이틀 째 시민들은 출퇴근길의 심각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에 사는 조모 씨는 "언론에는 출퇴근 시간에 정상 운행된다고 나오던데 이틀 째 출근 시간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걸렸다"며 "철로 위에 열차가 무작정 서서 안내방송도 안 하는데 무슨 정상운행이냐"고 말했다.
언론 발표와 현실의 이 같은 차이는 기존 기관사 외의 대체 인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생겨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동차 운행에 미숙한 인력이 열차를 맡아 정상적인 운행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
철도노조는 "현재 투입된 5600여 명의 대체인력 가운데는 철도 경험이 전무한 사람에서부터 70세 이상의 고령자까지 있다"며 "무분별한 대체 인력 투입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철도공사에 공문을 보내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사 교섭을 열자"고 제안했다. 노조는 "무의미한 실무교섭 대신 허준영 사장이 직접 참여하는 교섭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철도공사는 지난 24일 밤 노조에게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고, 철도노조는 26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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