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원 사회기금 헌납,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증여세 부과 소송 및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취하, 구조조정본부 개편 등을 골자로 이건희 회장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 대한 여야 '삼성 저격수'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박영선 "긍정적이라는 표현 못 쓰겠다…로비나 하지 마라"**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며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삼성 저격수'로 성가를 높인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7일 "매우 늦은 감은 있지만 삼성이 어떤 잘못된 점을 부분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은…"이라며 잠시 말을 중단했다가 "긍정적이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만시지탄이다"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이 회장이 내놓은 조치들이 세금을 내지 않았던 부분, 원칙을 어겼던 부분 등 현재 남아 있는 문제들을 피해가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금산법을 추진하고 삼성 문제를 제기하는 동안 로비와 압력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며 "특히 삼성 구조조정본부는 기업경영을 해야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직격했다. 박 의원은 "앞으로는 최소한 구조본의 로비라도 좀 덜해졌으면 좋겠다"고 비꼬았다.
***심상정 "그냥 법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박 의원과 함께 재경위의 '삼성 킬러'로 활약해 온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대한민국 헌법에 각종 불법 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사재 출연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구절이 있느냐"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심 의원은 "이건희 회장이 진심으로 사죄하려면 다른 모든 국민들처럼 법의 심판을 받으면 되는 것"이라며 "삼성에 관련된 모든 사회적 논란은 재벌의 세습체제를 강고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결국 소유·경영 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오늘 삼성이 노사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그간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도청, 위치추적 등 노동탄압을 공개사과하고 무노조 원칙을 폐기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물론 삼성이 시혜를 준 것도 없기는 하지만 노사문제가 사용자의 시혜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일침을 놓았다.
심 의원은 또 "구조본을 재조정하고 감축한다고 했지만 총수 1인지배 강화의 도구로 남아 있는 한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나라당도 "사재출연은 사재출연이고 법적 문제는 법적 문제"**
경제학 교수 출신인 한나라당 윤건영 수석정조위원장은 "이제 공은 정부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정부는 '만인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이건희 회장이 재산을 내놓는다고 해서 정부가 그 원칙을 저버리면 큰 문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는 원칙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다만 "8000억 원은 큰 돈인데 (이 회장이) 돈이 많긴 많은가 보다"면서 "개인 돈을 공익을 위해 출연한 것이나 헌법 소원 취하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론악화나 검찰소환에 대한 선수치기라는 의혹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건희 회장의 뜻을 일단 좋게 받아들이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과 삼성이 만든 잘 짜인 시나리오 한 편"**
이런 냉소적 반응에서 드러나듯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이 회장의 계산에 따른 조치로 보는 의구심 어린 시각이 제기됐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검찰이 이런저런 이유로 수사를 지연시키는 것과 동시에 삼성이 먼저 국민적 이벤트로 국민들의 시선을 현혹시키고 환심을 사는 대국민 읍소작전을 펼치고 있다"면서 "검찰이 요식행위로 이 회장을 소환해 먼지만 털고 돌려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변인은 "그 다음 수순은 삼성에 신세를 진 정치권, 재계, 언론들이 앞 다퉈 삼성 봐주기를 촉구하고 '경제 살리기'니, '세계일류기업 삼성의 이익은 국익과 직결된다'느니 하면서 국민들을 흔들어 댈 것"이라며 "그런 과정 속에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범법 행위는 국민들 뇌리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열린우리당은 전병헌 대변인 명의로 "국민과 시민사회의 바람과 뜻을 겸허히 수용한 결단으로 평가한다"는 환영의 논평을 내놨다. 우리당은 "삼성이 기술 일류, 브랜드 일류에서 경영 일류, 도덕 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여 대한민국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최고의 기업으로 발전해 가기를 국민과 함께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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