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지난 16일 제출한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의 일부 개정안의 입법예고기간을 불과 4일로 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법은 통상 입법예고기간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일 이상으로 정해두고 있다. 보다 폭넓은 민의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토록 하기 위해서다.
20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법과 원칙, 절차의 정당성을 무시하는 조급증의 산물"이라며 "불과 4일의 감독규정 변경 예고기간 동안 어떻게 '취지와 주요내용을 미리 국민에게 알려 의견을 듣는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처럼 감독기구 스스로가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는가. 법치주의는 정부에 가장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금융위가 관련 법 정신을 충실히 지키도록 주문했다.
이번에 금융위가 입법예고한 새 감독규정은 비은행지주사에 대한 특례 조항을 신설해, 비은행지주회사의 비금융자회사 지배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증권ㆍ보험 등의 회사가 지주회사로서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두는 게 가능해진다. 일각에서 '삼성특례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생명이 그룹 지주회사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기업이다.
이 개정안은 또 자산운용규제를 완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처럼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는데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보험지주회사에 특혜를 주는 업종간 규제격차를 해소할 것 등의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지난 16일 제출한 바 있다.
불과 나흘 만에 입법예고기한이 끝남에 따라 경제개혁연대의 이와 같은 의견서가 법률 개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위 금융정책과 관계자는 "야당에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결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면서 시행령 개정 작업이 전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법률시행을 12월 1일에 해야하다보니 부득이하게 입법예고기간을 짧게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신문법ㆍ방송법ㆍIPTV법과 함께 헌재에 제기한 금융지주회사법의 권한쟁의심판 결과는 지난달 29일 '권한침해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개정법률의 기초가 되는 최초 정부안이 지난해 10월 입법예고된데다, 올해 4월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수정의결된 내용이 그대로 지난 7월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됐음을 감안할 때, 4개월의 시간여유가 있었는데도 금융위가 미리 개정 작업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많은 상태에서 감독규정 수정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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