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달러약세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이 없어 원화 강세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수출기업으로서는 부담이다. 정부는 시중은행을 통해 미세한 조절에 나섰다.
장중 한때 1154.1원까지 하락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5원 내려 1154.8원을 기록, 지난달 15일(1155.1원) 기록한 연저점을 한 달 만에 아래로 뚫고 내려갔다.
장 초반부터 하락세로 시작한 환율은 오전 11시30분을 넘어서며 일시 반등기미를 보였다. 정부 개입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데다, 대규모 달러수요가 대기 중이라는 점에 경계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오를 넘어서며 다시 낙폭이 커져, 장중 한 때 1154.1원까지 내려갔다. 비단 원화뿐만 아니라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 작용했다.
고윤현 기업은행 딜러는 "장 초반 역외매물이 나오면서 빠른 속도로 하강했으나 오후 들면서 탐색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며 "아시아 통화의 전반적인 강세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원화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달러, 링기트(말레이시아) 등이 모두 연저점까지 내려갔다. 주된 요인은 위안화 가치 하락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올해 처음으로 1100선에 진입한 지난 9월 23일 이후 환율 변화 추이. ⓒ프레시안 |
달러 약세 지속…"원화 강세 반전 요인 없어"
지속적인 달러화 약세로 인해 위안화 가치도 동반 하락함에 따라 아시아 통화가 상대적 강세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위안화 절상 이벤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지난 11일 발표한 3분기 통화정책보고서에서 '위안화를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국제 자본 흐름과 주요 통화들을 감안해 환율체계를 개선시킬 것'이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위안화 절상은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수출국가 통화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어, 수출기업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원화강세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매크로 팀장은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재정적자 상태는 경제위기로 인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며 "달러 펀더멘털 개선 기대감이 없는 상태에서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만큼, 당분간 달러 약세(원화 강세) 기조를 반전시킬만한 요인은 없다"고 말했다.
비록 그 폭이 줄어들었다곤 해도 여전히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는데다 주변국 통화 강세가 이어져, 단기적으로도 원화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정부 개입 없다? 있다?
다만 정부의 시장개입 강도는 예전만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팀장은 "1100원선마저 위협받는다면 정부개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정부의 과도한 환시장 개입이 논란이 된 터라 실제 이뤄지더라도 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정부가 시중은행에 강제 조치한 미국 국채투자 의무화도 원화강세 기조를 완화시키는데 일정 정도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시중은행들에 자산의 2% 정도를 미국 국채로 매입할 것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마련하고, 세부규정을 조율 중이다. 지난해 금융위기 시 외화차입시장에서 곤란을 겪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량채권(미국 국채) 유동화를 위한 일종의 지급준비금을 마련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사실상 정부가 민간은행 자금운용에 강제 개입하는 조치여서, 관치금융 논란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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