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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제와 2012년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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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제와 2012년 대선

[손호철 칼럼] 단기적 得 뒤에 숨겨진 중장기적 폐해

집권 초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실시 등 개혁조치로 하늘을 찌르는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93년 말 우루과이 라운드가 체결되면서 김영삼 정부는 '개혁'의 기치를 내리고 '세계화'를 국정의 핵심목표로 내걸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화의 일환으로 선진국의 상징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입을 결정하고 이를 위해 금융시장 개방 등에 나섰다. 다른 한편 낙후한 정치역시 세계화한다며 자신과 함께 낡은 3김정치를 청산하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9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에 유학을 가있는 상태라 별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민자당의 제2인자로 남아있던 김종필이었다. 청와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JP는 충청지역에서 조차도 5%미만의 낮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YS는 빌 클린턴, 토니 블레어 같은 40대들이 세계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세대교체를 통해 정치를 세계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JP의 정계은퇴를 압박했다.

그러나 JP는 이 같은 은퇴압력에 저항해 탈당을 해 충청을 기반으로 자민련을 만들어 재기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민자당 고위층이 "충청 핫바지" 운운했다는 보도(후에 사실무근으로 밝혀진)가 충청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충청 지역주의가 다시 전면화되기 시작해 JP는 정치적으로 재기하게 된다. 그리고 김영삼 정부는 95년 지자체선거에서 DJ와 JP의 연합에 의해 패배를 하게 된다.

최근의 세종시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JP를 정계에서 은퇴시키려던 YS의 계획처럼 충청민심의 이탈에 의해 심각한 권력기반의 약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이 나와 보아야 확실해지겠지만 이미 세종시 문제는 이 대통령에게 아무리 잘해보아야 본전을 하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는 친서민 행보 후 50%를 넘어서는 등 급상승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세종시 문제이후 급락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지른 것이 잘 보여주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청와대

특히 주목할 것은 세종시 문제로 인해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까지도 반MB입장을 표면화하면서 반MB전선이 지금까지의 민주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연합에서 더욱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세종시문제로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자유선진당의 류근찬 원내대표가 "4대강은 불요불급한 사업이기 때문에 이 예산을 줄여 서민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선진당은 4대강 사업성격을 검토한 뒤 예산 전액삭감 방침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강력론을 피력했다고 한다. 또 세종시 문제로 박근혜 의원이 친이 세력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친박연대의 노철래 원내대표 역시 "4대강 사업을 삭감해 서민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뜻을 같이 한다"면서 민주당 등과의 연대의사를 강력히 밝혔다고 한다.

다시 말해, 세종시 문제로 인해 기존의 민주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가 더해져 모든 야당이 반MB 연대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니 한나라당 내에서도 친박세력의 경우 세종시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용적으로는 민주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이외에도 한나라당 내의 친박세력까지 이 대통령과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정국이 이 대통령과 친이 친위세력 이외에 모든 세력이 이 대통령과 대치하고 있는 꼴이다.

이는 4대강 죽이기 등 MB의 돌격전이 그만큼 저항에 부딪치고 추진력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반가워하기에는 불안한 측면이 많다. 그것은 이번 파동이 보다 긴 정치정세에 미칠 영향이다. 특히 2012년 대선에 끼칠 영향이다.

물론 2012년 대선은 아직 까마득하게 먼 미래의 일이고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한국정치에서 벌써 이를 논하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1997년 대선에서 누가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문제로 이 후보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을 치고, DJP가 성사되는가 하면, 이인제 의원이 경선불복이라는 '살신성인'을 하고, 선거직전에 한국전쟁 이후의 최대국난이라는 경제위기가 터져 DJ의 당선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그러나 확실한 것은 세종시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건 세종시 사태로 충청의 지지를 얻어냄으로써 정치적으로 가장 덕을 볼 세력은. 원안 고수를 주장하고 있는 자유선진당도 민주당 아니고 박근혜 의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세종시 수정이 이 대통령이 박근혜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친박계의 문제제기는 말이 되지 않는다. (만일 세종시 수정이 이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한 결정이라면 오히려 본인이 악역을 함으로써 박근혜 의원이 확실하게 다음 대선에서 승리해 한나라당이 정권재창출을 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깊은 뜻이 실린 것으로 해석해주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다시 말해, 세종시 수정은 그것이 옳던 그르던 이 대통령의 신념에 의한 것이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친박 의원들을 각개 격파하고 박 의원을 고립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을 결코 넘어트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영남의 박 의원 지지기반에는 별 변화가 없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육영수 여사의 고향으로 박 의원에게 원래 우호적이었던 충청이 세종시 문제로 확실하게 박 의원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2012년 대선은 3당통합에 의해 영남과 충청연합에 포위되어 호남이 외롭게 저항해야 했던 1992년 대선과 비슷한 모습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럴 경우 2012년 대선은 하나마나 그 결과가 뻔한 선거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로 가지 않는 경우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같이 행정수도 이전에 결사반대했던 수도권을 대표하는 인물이나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긴 정몽준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2년 대통령 선거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 의원을 이기는 것이다. 즉 수도권과 호남표로 영남과 충청표를 누르는 것인데 별로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또 정운찬 총리가 친이계의 지지 아래 수도권 표에다가 호남표를 가져오고 거기에다가 충청표를 다수 끌고 와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기는 것인데 이 역시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박근혜 의원과 마찬가지로 세종시 원안 고수를 주장하고 있지만 충청표의 다수는 민주당이 아니라 박 의원이 가져갈 것이고 수도권이 행정수도 이전에 적극적이었던 민주당에 특별히 우호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점에서 본선은 박근혜의 영남 충청연합에 호남이 외롭게 싸우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종시 문제는 이점에서 단기적으로 진보개혁 세력에게 축복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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