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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4대강 난도질…누구를 위한 '삽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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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4대강 난도질…누구를 위한 '삽질'인가?

[홍성태의 '세상 읽기'] 세종시 줄이기, 4대강 죽이기

막대한 혈세를 탕진하고 소중한 국토를 파괴해서 토건족의 배를 불리고 부패를 만연시키는 토건국가는 구조와 일상의 양 면에서 현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재벌기업도, 중소기업도 모두 토건업을 사랑하고 갈구한다.

무엇보다 다수의 국민들이 여전히 개발을 발전과 똑같이 여기는 '개발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참담한 상황의 연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18년의 개발독재를 통해 형성한 '박정희식 사회'의 핵심에 토건국가가 자리잡고 있다. 민주화 20년에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며, 안타깝게도 더욱 더 확대되었다.

그리고 이제 이 나라를 대표하는 토건업자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이 토건국가의 극단화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토건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토건사업의 실체는 '대운하 살리기'이자 '4대강 죽이기'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줄이기'와 '4대강 죽이기'를 그야말로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해야 할 것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망국적인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세종시는 원안대로 추진되어야 하며, 토건망국과 생태파국에 이를 것이 자명한 '4대강 죽이기'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세종시 줄이기'와 '4대강 죽이기'를 통해 '강부자'로 대표되는 토건족은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이 나라는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라의 최고 목표를 일자리 창출이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일자리 창출이 나라의 최고 목표일 수 있는가? 나라의 최고 목표는 모든 국민의 복리 증진이어야 하지 않는가? 일자리 창출은 복리 증진이라는 목표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 아닌가? 아무튼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을 따르더라도 세종시를 그저 지방 신도시의 하나로 만들려는 '세종시 줄이기'와 4대강을 모조리 콘크리트 수로/호수로 만들려는 '4대강 죽이기'를 즉각 중단해야 옳다. 다음의 기사를 보자.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올해 상반기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31조 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했으나 건설업 일자리는 8만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토목사업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31조 SOC 투입 불구 일자리는 8만개 줄어', <경향신문> 2009년 7월 22일).

▲ '4대강 살리기' 사업은 '4대강 죽이기' 사업이며, '국토 재창조' 사업이 아니라 '국토 대파괴' 사업이다. ⓒ프레시안
홍헌호 박사가 이미 여러 차례 다양한 지표를 통해서 상세히 밝혔듯이 토건업을 활성화해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무지'가 아니면 '사기'의 소산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도 병적으로 과잉성장한 토건업의 비중을 하루빨리 크게 줄이고 산업구조의 선진화를 이루어야 하는 나라이다. '4대강 죽이기'의 중단은 그 초미의 과제이다.

'4대강 죽이기'에 대해 과학적 비판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는 토건사업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기가 막힐 따름이다. 무려 5.4억세제곱미터를 준설하고, 20개가 넘는 보와 댐을 건설하며, 1728킬로미터의 자전거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토건사업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토건사업이라는 말인가?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국토 재창조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더욱 더 기가 막힐 따름이다. 예컨대 낙동강을 320킬로미터에 걸쳐 깊이 6미터와 너비 200미터로 파헤치고, 높이 11미터의 보로 막는 것이 '국토 재창조'인가? 이것은 국토 재창조가 아니라 '국토 대파괴'라고 불러야 한다. '4대강 죽이기'는 '국토 대파괴'를 강행해서 '경제 대파괴'마저 초래할 망국의 토목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악해서 '4대강 죽이기'에 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회피하더니 예산마저 '고무줄 예산'과 '거짓말 예산'으로 제시해서 국민을 우롱하고 이제는 환경영향평가를 요식적으로 종료했다. 이로써 우리의 4대강은 본격적으로 불도저와 포클레인과 다이너마이트의 잔치판이 되기 시작했다.

'대운하'와 '4대강' 사업의 문제를 토목공학자로서 연구하고 비판해 온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600킬로미터가 훨씬 넘는 4대강에 대한 조사 기간이 4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점, 수질 개선 여부에 대한 판단 근거가 미약한 점, 사전환경영향평가에서 지적된 여러 문제들을 배제한 점, 수질 평가 기준을 잘못 적용한 점 등의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정부의 4대강 환경영향평가를 신뢰성이 결여된 평가로 규정했다. 정말 세계에 부끄러운 환경영향평가가 아닐 수 없다.

운수물류 전문가인 한신대의 임석민 교수는 이미 지난 10월 12일에 정운찬 총리에게 '4대강 죽이기'의 문제를 제대로 검토해 달라는 '소청문'을 보냈다.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기를 바라며 작성한 이 글에서 임 교수는 '4대강 살리기'를 '대운하 살리기'로 규정하고 그 문제를 소상히 지적하고 있다. 그 요점은 다음과 같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는 운하를 '비전'으로 삼은 대통령이 국민들의 운하 반대에 부딪치자 "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서 '4대강 살리기'라는 위명(僞名)으로 사실상의 운하를 파고 있습니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은 탈법·파행·억지·무리·졸속·편법으로 강행되고 있습니다.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추진한다는 치수사업(治水事業)에 왜 이런 편법·파행·졸속이 있어야 합니까?

대다수의 국민들은 4대강 사업의 숨은 뜻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의 무차별적인 홍보선전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의견이 6월말에는 66.6퍼센트(MBC)였고, 10월초에는 73.5퍼센트(경향신문)에 달합니다. 윈지컨설팅사라는 곳에서 행한 여론조사는 반대 의견이 84퍼센트에 달합니다. 4대강 사업은 효용성(效用性)이 거의 없는 재앙적 국토 파괴와 재정 탕진의 사업입니다.

치수사업은 이 정권만의 전유물(專有物)이 아닙니다. 이전(以前)의 정권도 이후(以後)의 정권도 한 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국가 최우선의 사업입니다. 기후변화, 홍수예방, 수질개선, 수량확보, 경기부양 등 모두가 국민의 운하 반대 정서를 호도(糊塗)하려는 기만적 구호입니다.

4대강 사업은 명백한 운하 사업입니다. 길이 320킬로미터, 폭 200미터, 깊이 6미터로 강바닥을 준설하고 11미터 높이의 보를 막아 강물의 흐름을 막는 공사가 어떻게 강을 살리는 사업입니까?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극치입니다. 운하가 아니면 보를 막아 강을 토막내고 강바닥을 파헤칠 이유가 없습니다.


임석민 교수만이 이러한 분석과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대의 김정욱 교수(생태학), 이준구 교수(경제학), 김종욱 교수(지형학)을 비롯한 전국의 수많은 교수들이 임석민 교수의 분석과 비판에 동의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수많은 학자들의 과학적 연구에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망국의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정말로 '4대강 살리기'에 자신이 있다면, 예비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받아야 할 것이며, '거짓말 예산'의 문제를 사과하고 실제 예산을 올바로 밝혀야 할 것이고, 사업별/지역별 예산 내역을 철저히 공개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4대강 죽이기'를 둘러싼 의혹은 이미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턴키 방식'에서 비롯된 예산 낭비와 부패의 의혹, 재벌 건설사들의 담합과 부패의 의혹, '토건족 퍼주기'와 '낙동강 퍼주기'의 의혹, '동지상고 퍼주기'의 의혹 등은 그 몇몇 예들이다. 아무리 언론을 장악하고 관변 학자들을 내세워도 사실은 바뀌지 않고 진실은 은폐되지 않는다.

이 나라의 '진정한 선진화'를 위해서는 '세종시 줄이기'와 '4대강 죽이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망국적인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는 동시에 망국적인 토건사업을 중단하지 않고 어떻게 선진화를 이룰 수 있겠는가? '세종시 줄이기'와 '4대강 죽이기'의 중단은 너무도 당연한 시대의 요구이다. 수도권은 과밀로 내파하고 지방은 과소로 외파하는 나라에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너무도 어렵지 않겠는가? '토건족'이 막대한 혈세로 배를 불리는 반면에 결식아동의 급식비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는가? 망국을 향해 치달리는 토건국가 문제를 해결한다면 이 나라는 곧 '생태복지국가'라는 '진정한 선진국'을 향해 성큼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종시 줄이기'와 '4대강 죽이기'의 중단은 그 핵심적 과제이다.

토건정치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수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세종시 줄이기'를 강행하고, 영남권에서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발생해서 나라 꼴이 정말 말이 아닌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거짓말 예산'과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는 그 단적인 예이다. 비합리화와 비정상화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 같다. 그 결과 망국적인 수도권 과밀과 토건국가 문제는 조만간 파국에 이르게 될 것이다. 정말 서민을 위한다면, 정말 일자리를 만들고자 한다면, 정말 이 나라의 선진화를 원한다면, 즉각 '세종시 줄이기'와 '4대강 죽이기'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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