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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종이·쌀국수…MB식 '농촌사랑'의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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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종이·쌀국수…MB식 '농촌사랑'의 효과는?

"가공식품 활성화, 국산 쌀보다는 수입 쌀 소비 늘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3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고 한다. 국산 쌀로 베트남식 '쌀종이(rice paper)'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 80Kg 한 가마에 평균 16만2000원이던 산지 쌀값이 현재 12만 원대에 거래되는 등 폭락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해결책의 하나로 제시한 것이 쌀종이다. 앞서도 이 대통령은 쌀막걸리, 쌀국수, 쌀과자 등을 쌀값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로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쌀 가공식품 활성화가 과연 얼마나 국내산 쌀 소비를 늘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농민단체에서는 수입쌀과 국내산 쌀의 가격 차이 때문에 오히려 수입쌀 소비만 촉진시킬 수 있다고 비판한다.

쌀국수, 쌀종이 등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참신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대통령이 계속 내놓는 것은 오히려 현재 쌀값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농민과 농촌 문제를 고민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얻는 정치적 효과는 얻을 수 있겠지만, 실제 쌀값 폭락으로 좌절하고 있는 농민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MB 쌀종이 제조 방법 연구 지시

9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동남아 3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농식품부 현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국산 쌀로 '쌀종이'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할 것으로 지시했다. 쌀종이는 쌀로 만든 베트남식 만두피로, 월남쌈의 재료이다. 최근 국내에도 베트남식당이 확산되면서 소비가 늘었지만 전량 수입해 쓰고 있다. 쌀종이의 원료는 안남미(장립종)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자포니카(중.단립종)로는 쌀종이를 만들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직접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물어본 결과 쌀종이는 예전부터 베트남 가정에서 수공업 형태로 제조돼 왔고 쌀 품종과는 관계 없다는 답을 들었다며 쌀 종이 제조 방법을 연구할 것으로 지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쌀종이를 과자 포장지로 활용하면 포장에 싼 채 과자를 먹을 수 있지 않겠냐"는 아이디어도 냈다고 한다. 대통령의 지시로 농촌진흥청은 쌀종이 제조법을 연구 중이다.

<연합> 등 일부 언론 "이 대통령 농업사랑" 홍보성 기사 쏟아내

이 대통령의 '쌀종이' 아이디어는 이날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의 '대통령의 남다른 농촌 사랑'에 대한 미담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이 대통령의 농업 사랑 화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대통령의 남다른 농업, 농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농식품부 안에서 화제"라면서 "이 대통령의 농업에 대한 관심은 그의 기업가 마인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최근 쌀값이 하락하면서 쌀 과잉공급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쌀 가공식품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쌀국수 등 가공식품의 확대는 이미 작년부터 이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여온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연합>은 농식품부 고위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 대통령의 농업에 대한 애정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농민들의 소득을 올려주고 농촌을 더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드는 실천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라고 보도했다.

쌀값 폭락 이미 예견된 일인데도 손 놓고 있다가…

▲ 쌀값 안정화 대책을 촉구하며 농민들이 곳곳에서 야적시위를 벌이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농민의 날인 11일 전국 각지에서 나락야적시위 등 대대적인 대정부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전남도청 앞 야적시위. ⓒ뉴시스
'기업가적 마인드'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쌀 가공식품 활성화 아이디어가 실제 국산 쌀 소비를 얼마나 늘릴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매년 26만 톤씩 지원하던 대북 쌀 지원이 이명박 정부 들어 끊겨 쌀 재고가 급격히 쌓이면서 쌀값 폭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도 쌀국수, 쌀종이 등 일부 '아이디어 가공식품'을 내놓으면서 쌀값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2년 동안 52만 톤의 재고가 쌓이는 동안 이명박 정부는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또 주식인 쌀 문제는 본질적으로 수요-공급이라는 시장주의적 방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이 농가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쌀값 안정을 지원하는 것은 수요-공급을 앞세운 시장주의적 논리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식량 자급자족 등 식량 안보 차원에서다.

"쌀막걸리, 수입쌀 소비만 늘려"

곽길자 전국농민회 정책국장은 "쌀 가공식품 활성화도 하나의 소비촉진을 위한 방안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며 "가공식품 활성화로 쌀 소비를 해결하는 접근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곽 국장은 "정부는 국산 쌀을 가공용으로 공급할 때 30% 인하하도록 했지만 원래 수입쌀을 가공용으로 할 때 50% 인하해주는 정책이 있었고, 이번에 이것도 2년 동안 연장하기로 했다"며 "국내산과 수입산 간에 가격차가 너무 커서 가공식품 활성화가 오히려 수입산 쌀 소비를 촉진하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곽 국장은 "실제 쌀막걸리가 활성화되면서 막걸리를 빚기 위한 수입쌀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쌀국수, 쌀종이 등은 우리나라 기술로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쌀가루를 만드는 공장이 국내에 1개 밖에 없는데 이런 상태에서 무작정 가공식품 소비를 늘리자고 하면 수입쌀 소비만 늘어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곽 국장은 "식량 자급 요건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이명박 정부는 자꾸만 쌀 문제를 수요와 공급 차원에서 보고 무조건 생산을 줄이라고 하는데 이런 접근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이미 식량자급 목표치를 법제화하는 등 쌀 자급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래서 일본은 생산비에 연동된 쌀직불제를 실시하는 등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게 정책의 초점이 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농업 농촌 및 식품 산업 기본법'을 통해 식량자급 목표치를 설정하도록 돼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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