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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최정원, 난파된 인생을 위한 찬가를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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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최정원, 난파된 인생을 위한 찬가를 부르다

[人 스테이지] 연극 '피아프'

무대 뒤 분장실, 리허설을 마치고 돌아온 배우 최정원의 눈은 아직도 떨리고 있다. 이제 2시간 30분 후면 연극 '피아프'의 첫 공연이 시작된다. 눈에 눈물이 맺혀있으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배우 최정원, 그녀가 영혼으로 노래를 불렀던 피아프가 돼 돌아왔다.

▲ ⓒ프레시안

뮤지컬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배우 최정원의 이름은 누구나 들어봤을 법하다. 배우 최정원을 단순히 '스타'로만 알고 있다면 무대 위에 자신을 내던지는 그녀에 대한 실례다. 최정원의 진가는 그녀의 공연을 봐야만 알 수 있다. "돈으로는 절대 내가 일하는 것들을 평가받을 수 없어요. 그 환희를 무엇으로 대신하겠어요. 개인적으로 큰 일이 있을 때도 고민을 해요, 무엇이 먼저인지. 매몰차게도 공연을 우선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가장 나답게 살고 가장 행복할 때가 전 무대 위에서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 있어서 피아프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네요."

▲ ⓒ프레시안
그녀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많이 울었다. 연습 하면서 울고 생각하면서 울고 자다 일어나서도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그 눈물에 목이 메여버린 것일까, 그녀의 목소리가 상당히 변했다. 허스키해졌고 굵어졌다. "사실 저는 맑은 소리였어요. 피아프와 똑같은 목소리를 낼 수는 없겠지만 내 안에 있는 소리들 중 가장 폭발적이고 굵은 소리를 내보려고 많이 연습했어요. 소리도 질러보고. 그 격정적 목소리를 위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피아프가 노래를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도록 만든 그녀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연습하다보니 조금씩 변하더라고요. 이 작품 후에 뮤지컬 '시카고'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피아프에 올인하고 있어요."

피아프를 생각하며 울었던 최정원은 '사랑의 찬가'의 첫 소절을 불렀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땅이 꺼져 버린다 해도….' 최정원은 가슴을 누르며 말한다. "저는 아직도 이 부분을 부르거나 가사만 들어도 가슴 한 곳이 시려 와요. 억장이 무너진다, 하늘이 무너진다고들 하잖아요.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 마르세를 잃고 자신의 일기장에 쓴 걸로 곡이 만들어 진거래요. 가사가 와 닿기도 하지만 배경을 알고 들으니 더 가슴이 아파요." 에디트 피아프는 짧은 사랑의 연인에 대한 슬픔을 이 노래로 표현했다. 두 사람에 대한 러브스토리는 2005년 '막셀 세르당과 에디트 피아프의 편지'라는 책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보다 더 많이 팔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가 마르세와 나눴던 편지를 보면 마르세도 커피를 마시며 이렇게 말해요. 당신의 얼굴이 계속 아른거린다고, 이 커피에 무엇을 타놓았냐고. 그가 앞으로 죽을 걸 알기 때문에 그 슬픈 편지들을 접하면서 매우 아팠어요. 또 제 몸을 통해 사랑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 ⓒ프레시안

피아프와 진실한 사랑을 나눴던 세계 미들급 권투 챔피언 막셀 세르당은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피아프가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사랑의 찬가'를 부르기 전에 '막셀 세르당은 죽지 않았다, 항상 내 옆에 있다, 오늘은 그를 위해서 노래를 하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대요. 열정적이죠. 그 사랑이 부럽기도 해요." 에디트 피아프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다. 함께한 많은 남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사랑을 잃으면 외로움에 몸부림쳤다. 노래를 사랑하는 것만큼 사람을 사랑했던 피아프. 최정원은 그 사랑이 부럽다고 한다. "저는 사랑을 먼저 누구에게 얘기해 본 적이 없어요. 그저 짝사랑이었죠. 누군가가 계속적으로 저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면 어느 순간에 그 사람이 사랑스러워 지더라고요. 피아프의 솔직함과 열정, 부럽죠."

▲ ⓒ프레시안
실제로 공연을 보면 저러다 최정원이 무대 위에서 쓰러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최정원은 한시도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 그녀는 손을 떨면서 무대를 오른다. 마이크 앞에 선다. 노래를 부른다. 얼마 부르지 못하고 쓰러져 버린다. 다시 마이크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최정원, 그리고 피아프. 차마 노래를 놓지 못하고 무대 밖으로 끌려 나간 그녀는 몇 초 만에 어린 시절 피아프가 돼 무대 위로 돌아온다. "두 시간 동안 정말 일 분도 쉬지 않고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만지고 대사를 하는 게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숨 돌릴 시간도 없다는 것, 물 한 모금 마실 순간도 없다는 것, 화장실도 못가죠. 제가 하루에 5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는데도 굉장히 조절을 하고 있어요. 이러다보니 어느 순간에 정말 피아프가 된 것 같더라고요. 잠깐이라도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공연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부상도 많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무대 위에서 보상받는다. "무대에 서서 조명을 받고 처음으로 내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나올 때, 이걸 위해서 그렇게 인내의 쓴 시간을 견디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할 수 없이 행복했어요."

그녀의 눈은 아직도 젖어있다. 그럼에도 행복해보였다. 이제 그 행복으로 공연장을 채울 것이다. 객석을 휘감을 것이다. "저는 매일 밤 작은 철학자라고 생각해요. 불행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늘밤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야지' 생각을 하게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고 싶어요. 물론 그게 제 맘대로 다 이뤄지지는 않죠. 그래도 모든 작품 맨 마지막에 이런 것들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인생은 살아볼만 하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녀는 관객들에게 사랑하라고 말한다.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사랑하라는 것, 3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사랑하라는 것, 4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 역시 사랑하는 것이에요. 옆에 있는 분들을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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