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고문, 과도한 시위진압, 누명에 근거한 유죄판결 등 국가의 범죄에 의한 피해자들이 형사상 공소시효나 민사상 소멸시효를 뛰어넘어 재심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오는 2월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위헌우려 있어 공소시효 완성된 범죄는 처벌 못한다"**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당정공동특위'에서 간사를 맡고 있는 강창일 의원은 19일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소멸시효 이익 포기에 관한 특별법안'을 확정했고 '반인권적 국가범죄 공소시효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국가의 배상 및 보상의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도 도출했다"며 "이 법들은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위 내의 법제도 소위원회 위원장인 조성래 의원은 "형사상 공소시효와 관련해선 위헌요소가 있어서 '진정 소급효'를 인정하는 부분은 일단 제외하기로 하고 '부진정 소급효'를 인정해, 명백한 공무원의 불법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시효를 연장해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진정 소급효'는 시효가 완성된 다음 소급적으로 공소시효를 연장시키거나 정지시키는 것이고, '부진정 소급효'는 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시효를 연장시키거나 공소시효의 진행을 정지시키는 것을 뜻한다.
즉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국가범죄 행위에 대해서 시효를 연장시키는 것은 허용되지만 시효가 완성된 국가범죄행위는 처벌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서울대 조국 교수 "전-노, 특별법 선례대로 공소시효 원천 배제·정지해야"**
현재 법학계에서는 부진정 소급효만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지만, 지난 1995년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이른바 전두환-노태우 특별법)'이 '헌정질서 파괴범죄'및 '집단살해죄'의 공소시효를 원천적으로 배제한 것처럼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전면 부정하는 중대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경우도 공소시효를 원천적으로 배제·정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대 법학과 조국 교수는 '반인권적 국가범죄와 공소시효의 정지·배제'라는 글에서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에서 채택된 선언문 제60조는 '국가는 고문과 같은 중대한 인권침해의 책임자를 불처벌로 이끄는 법률을 폐기하고 그러한 침해를 기소해야 하며, 이를 통하여 법치주의는 확고한 기초를 갖게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1998년 '국제상설형사재판소를 위한 규정' 제29조도 공소시효 배제를 명문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진정 소급효가 부진정 소급효보다 엄격한 것이 사실이지만 진정 소급 입법을 통하여 얻는 공익이 범죄인 개인의 신뢰이익보다 현저히 우월한 경우에는 한하여 예외적으로 소급효가 인정될 수 있다"라며 국가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전면적으로 배제시킬 것을 주장했다.
한편 민사상 소멸시효와 관련해 이은영 의원은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소멸시효 이익 포기에 관한 특별법안'으로 이제 피해자는 민사 소멸시효 10년이 훨씬 지났더라도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전쟁 전후의 전시상황에서 일어난 행위에 대해서는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안 마련됐지만 입법까지는 갈 길 멀어**
당정이 이렇게 두 가지 특별법안을 마련했지만 입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에 대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는 보수진영과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법무부 역시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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