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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드라마인고, 영화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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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드라마인고, 영화인고?

[이슈 인 시네마] <뭘 또 그렇게까지> vs <내 눈에 콩깍지>, 혹은 TV와 극장 사이

그간 '방통융합', '미디어융합'이라는 말은 마치 유행처럼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작 이것이 계속 회자된 것은 기술과 인력 부분에 국한된 경우가 많았다. 대체로 "영화감독 및 스탭들이 TV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면으로 한정됐을 뿐, 정말로 미디어간 통합을 보여주는 '콘텐츠'의 양은 적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 부산영화제에서 <뭘 또 그렇게까지>가 상영되고 <내 눈에 콩깍지>가 극장개봉을 목전에 두게 되면서, 비로소 '미디어융합'이라는 말에 걸맞는 콘텐츠가 등장하게 됐다. 두 작품은 모두 방송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일종의 TV영화지만, 방송 이전 각각 부산영화제와 극장에서의 정식 개봉을 통해 먼저 '영화'로 관객들을 만난다. 각각 5개와 7개의 시리즈물의 첫 영화들로, 특히나 <내 눈에 콩깍지>는 '텔레시네마'라는 장르명을 영화 앞에 붙임으로써 기존의 극장개봉용 영화가 아닌 '방송용'임을 명백히 드러낸다.

먼저 <뭘 또 그렇게까지>는 <삼거리 극장>으로 인상적인 데뷔를 한 전계수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올해 부산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는 슬럼프에 빠진 명망높은 젊은 화가가 춘천에 갔다가 묘령의 미대생 여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소동을 담은 코미디다. 춘천이 배경이라는 점, 낯선 곳에서 만난 남녀가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밀고당기기 게임을 한다는 점, 그리고 제목이 특이하다는 점 때문에 계속해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과 비교됐다. 그러나 <뭘 또 그렇게까지>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과 일견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매력을 풍기는 영화다. 속물적이고 권위적인 남성 예술가와 그 권위에 기대려는 얄팍한 젊은 여성의 구도는 어느 새 처량하고 찌질하지만 나름 절박하게 길을 찾는 예술가와 오히려 그를 '갖고 노는' 여자의 구도로 변하고, 여기에 예술가의 과거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또 다른 남자가 끼어들어 대결을 펼친다. 굳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비교하자면, 주인공들은 덜 야비하고 이야기는 더 산뜻하다. 고작 8천여만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이동규, 주민하, 조용준 등 비교적 덜 알려진 배우들이 주연으로 기용됐다. 기존의 35mm 카메라도 HD카메라도 아닌, DSLR 카메라인 캐논 5D MarkII 기종의 동영상 기능으로 촬영돼 더욱 화제를 모았다.

▲ <뭘 또 그렇게까지>

잘 알려져있다시피 <뭘 또 그렇게까지>는 한국의 다섯 도시(서울, 부산, 제주, 인천, 춘천)를 소개하고 홍보하자는 취지로 아리랑TV와 디앤디미디어가 기획한 '한국, 영화를 만나다' 시리즈의 첫 영화다. 원래 아리랑TV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었던 만큼,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된 충무로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TV와 영화의 경계의 틈을 파고든 TV용 영화에 더 가깝다. <뭘 또 그렇게까지>를 연출한 전계수 감독을 비롯해 <황진이>, <길>의 배창호, <배니싱 트윈>, <소년, 천국의 가다>의 윤태용, <이방인>, <나비>, <로망스>의 문승욱, <거울 속으로>의 김성호 등 이미 장편 데뷔작을 내놓은 기성 영화감독들이 연출에 참여했다. TV용 영화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연출을 맡은 이들의 면면이나 시리즈의 첫 작품이었던 <뭘 또 그렇게까지>가 부산영화제를 통해 첫 소개가 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굳이 따지자면 TV보다는 영화쪽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배급사가 나서지 않아 극장개봉은 미지수인 상태다. 제작사 측은 부산영화제에서의 호의적인 반응에 힘입어 조심스레 극장개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 눈에 콩깍지>는 그간 주로 TV 드라마를 제작해온 삼화네트웍스가 아예 '텔레시네마'를 표방하며 만든 TV영화다. 강지환, 이지아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매력과 재력을 겸비한 건축가 남자가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시각이상을 겪으면서 못생긴 여자를 절세미녀로 착각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다룬 코믹 로맨스다. 두 사람은 절절한 사랑에 빠지지만 여자가 출장을 가 있는 동안 남자의 마법(!)이 풀리고, 두 사람의 재회는 악몽의 시간으로 변한다. 남자는 여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을 '폭탄'이라 표현하는 남자에게 상처를 받는 것. 물론 20대 여성관객을 주로 겨냥한 영화인 만큼 두 사람은 해피엔딩을 맞지만, 여기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고 눈물겨운 오해와 상처의 연속이다. 그러나 '외모 지상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와 달리, 끝까지 '남자는 일단 잘생겨야 한다'는 여주인공의 태도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거기에 여주인공 역을 맡은 이지아가 뻐드렁니와 주근깨를 덧붙이고 눈썹만 두껍게 칠한 채로 '못생긴 추녀'를 자처하는 것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 <내 눈에 콩깍지>

<내 눈에 콩깍지>는 한국의 TV 드라마 PD가 연출을 맡고 일본의 각본가가 각본을 써서 7편의 작품을 만든다는 '텔레시네마 7' 프로젝트 7편 중 맨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편당 7억에서 8억의 제작비가 소요된 이 프로젝트는 스타들이 대거 출연함에도 기존 충무로영화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제작비를 자랑한다. 기존의 영화감독들이 아닌 철저하게 TV드라마 PD들이 연출로 참여했다는 점, 제작사 역시 그간 주로 TV 드라마를 제작해온 회사라는 점에서 영화보다는 TV에 좀더 방점이 찍힌다. <내 눈에 콩깍지>를 연출한 이장수 감독은 <아스팔트 사나이>를 비롯, <천국의 계단>, <별을 쏘다> 등을 연출한 베테랑 PD다. 이장수 PD뿐 아니라 <사춘기>, <왕초>, <호텔리어> 등의 드라마를 만든 장용우, <상두야 학교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형민, <오! 필승 봉순영>, <아가씨를 부탁해>의 지영수,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윤철 등 스타급의 드라마 PD들이 연출을 맡았다. 출연진 역시 스타들을 대거 기용한 이 프로젝트는 한-일 방송교류 뿐 아니라 양국의 합작을 통해 아시아 시장 전체를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7편이 차례로 1주일 간격씩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망을 통해 극장에서 개봉하지만 개봉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예정이다.

영화계와 방송계에서는 이러한 시도들이 과연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일반 상업영화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제작비가 투입됐고, 최근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로 작업돼 TV로나 극장 스크린으로나 별 차이없는 화질을 선보일 수 있으며, 하나의 소스로 동시에 두 개의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극장관객과 TV 시청자의 특징이 다르고 영화와 TV 드라마의 문법이 다른 만큼, 과연 하나의 콘텐츠를 갖고 극장관객과 TV 시청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겠냐는 것이 가장 크게 제기되는 질문이다. '미디어융합' 시대의 콘텐츠는 어떤 내용과 형식을 가져야 할지, 하나의 거대한 실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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