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상처로 뭉친 자은은 어둡고 우울하다. 이 세계에 뚝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누군가의 위로를 필요로 했다. 그 아픔을 큰 두 눈에 다 담은 듯 슬픈 눈빛을 하고 있는 베니. 현재 상상밴드의 보컬로 활동을 하고 있는 베니는 누구보다 마법사밴드를 이해하고 있으며 누구보다 그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을 것이다. 음악에 취해, 사랑에 취해, 술에 취해, 외로움에 취한 자은을 연기하기가 힘들 것 같아 베니에게 물었다. "오히려 마약이나 술에 취해있는 모습은 더 편했던 것 같아요. 또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은 상상이나 영화나 책 등을 통해 연구할 수가 있었는데 정말 힘들었던 건 오히려 밝은 자은의 모습이었어요. 그렇게 어둡고 우울한 친구의 밝음은 어느 정도의 밝음이었을까. 그게 굉장히 힘들어요. 저는 아직도 그 숙제를 다 풀지 못한 것 같아요."
▲ ⓒ프레시안 |
베니는 그동안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끼고 표현했던 밝음과 자은의 밝음은 다른 것이기에 그 깊이와 밝음의 정확한 심장을 겨누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관객 역시 자은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자은을 보면 마음이 아픈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이 작품이 매력 있는 게 처음 대본을 받아서 리딩을 하며 아팠던 부분과 지금 아픈 부분이 너무 틀리더라고요. 시티라이트 장면은 연습 중반부터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영화 '시티라이트'에서 찰리 채플린은 돈을 벌기 위해 권투시합을 한다. 단연 압권이라 할 만한 그 신은 연민의 눈물을 웃음으로 바꿨다. 그러나 한참을 웃어도 짭짜름한 그 끝 맛을 피하기는 어렵다. 자은은 그 장면에서 매번 눈물을 흘리면서도 누군가와 함께 보기를 원한다. 그러나 영화를 함께 볼 이가 없다. "연습 도중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도는 장면이었죠. 요즘은, 새엄마가 사과를 먹지 못하는 자은을 믿지 못해 때렸다고 했을 때, 그런 아픔이 없어서 그런지 짠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자살 신. 죽기 직전의 그 공허함과 쓸쓸함에 마음이 아파요."
우리는 물론 아무도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누구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본 적은 있다. 그 아픔이 말로 설명이 되던가. 그렇지 않다. 작품 속 자은이 돼 자살하는 베니는 누구보다 자은을 이해하길 원한다. 또 다른 자은을 이해하기 위해서. "상상밴드를 2002년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 밴드 활동을 하며 극과 같은 경험이 있었어요. 2004년도에 저희 기타리스트가 실제로 자살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자은의 입장이 아니라 작품 속 보컬인 하영의 입장이 된 거죠. 그리고 송일곤 감독의 영화 '마법사들'이 개봉을 했는데 너무 가슴을 찌르는 작품이었어요. 또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던 작품이었죠." 베니는 마법사밴드가 자은의 죽음을 견딘 것처럼 그 시간을 견디었다. 그 아픔의 크기를 알 수는 없지만 흔들리는 그녀의 눈빛 속에 지워지지 않는 혈흔으로 남아있을 그 기억이 느껴졌다. 자은과 베니는 하나의 동일한 끈으로 연결돼 있는 듯 했다. "자살한 저희 멤버의 생각과 심정 같은 걸 작품을 하면서 조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정말로 그 이유를 몰랐거든요, 자은의 죽음처럼."
▲ ⓒ프레시안 |
▶ 강해보이지만 한없이 약한 베니 만의 자은을 위해 건배!
영화의 자은과 뮤지컬 '더 매지션스(The Magicians)'의 자은은 다르다. "영화 속 자은은 조금 난해했거든요.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자은의 첫 번째 목표는 자은만의 애처로움과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너무 어려워서 아직도 연구 중이예요." 그리고 아직도 자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남들은 그래요. 자은은 굉장히 매력이 있고 오히려 쉬운 역할이라고. 많은 것들을 누구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다 열려 있어서. 그 말을 들으면 맞긴 맞아요. 이렇게 해도 자은이니까 괜찮고 저렇게 해도 자은스러우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옷가게에 옷을 사러 갔을 때 너무나 많은 예쁜 옷들이 있으면 더 고르기가 어렵잖아요. 차라리 세 가지 정도가 눈에 뛰면 선택하기가 훨씬 수월한 것처럼. 저는 아직도 다 채우지 못한 것 같아요."
▲ ⓒ프레시안 |
그러기에 베니는 작품과 자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녀가 고민하는 만큼 마법사밴드는 더 많은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녀의 아픔만큼 관객들은 더 많이 울고 사랑할 것이다. "저희 작품이 밴드의 이야기지만 음악이 중심이 되는 극이 아니거든요. 기본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요. 관객들이 그 사랑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현재 자기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그 고마움과 사랑을 조금 더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느끼고요. 재성과 자은을 봐도 그렇고 스님도 그렇잖아요. 관객여러분들도 그 사랑을 표현하셨으면 해요. 뒤늦은 후회는 너무 가슴이 아프거든요."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