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지방 공동화, 한국경제의 새롭지만 오래된 문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지방 공동화, 한국경제의 새롭지만 오래된 문제"

[창간 8주년 지방 순회 강연회 : <4> 부산] "행정기관 대신 서울대 이전하자"

<프레시안> 창간 8주년 기념으로 29일 열린 부산 강연회에 참석한 김영호 유한대 총장은 경제위기의 구조적 문제로 금융 위기와 실물경제 위기, 그리고 환경 위기를 꼽았다. 실물경제가 담을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부풀어 오른 금융경제가 위기를 낳았고, 그 이전에는 지구가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실물경제로 인해 기후변화가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김 총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날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종한 경성대 교수는 "한국으로 국한하자면 지방화의 위기 또한 심각하다"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비대해지는 서울 중심화에 따라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공동화가 심각한 경제문제로 떠오른다는 지적이다.

▲김영호 유한대 총장과 김종한 경성대 교수. ⓒ프레시안

부산, 울산-마산-대구-안동을 끌어 안아라

김 총장의 제자이기도 한 김종한 교수는 "세계화 진행에 따라 한국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도 지방 도시는 오히려 침체되면서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금융-실물-환경위기에 더해 지방의 공동화 또한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구조"라고 했다.

김 총장은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가장 오래된 문제이면서도 새로운 문제"라며 "부산을 예로 들면 서울과 부산 간 교통을 편리하게 할수록 오히려 돈과 인재와 정보가 모두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는 게 현실"이라고 동의했다.

김 총장은 대안으로 지역도시가 중심이 되는 대규모 지역공동체 건설을 들었다. 해양도시인 부산의 경우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해협경제권' 구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일본의 오사카를 예로 들며 "도쿄에 경쟁이 되지 않은 오사카는 인근 교토와 나라, 고베를 끌어 안아 철도망을 확충하면서 공동 경제권을 만들었다"며 "이에 또 소외된 후쿠오카와 큐슈 등 서북부 9주는 그에 대항해 해협경제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 울산과 마산, 나아가 대구와 포항, 안동까지 아우르는 해협경제권을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김 총장은 일본 도시들이 진행하는 해협경제 공동체가 부산에도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이 단독으로 서울 뿐만 아니라 일본의 9주까지 상대하면서 동북아 해양 경제 이니셔티브의 주도권을 쥐는 것은 어렵다"며 "울산과 마산, 나아가 대구와 포항, 안동까지 아우르는 해협경제권을 일본 9주와 마찬가지로 구축해 지역 경제 교류기반을 다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총장은 또 "인근 지역도시와 부산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부산이 다른 도시에 줘야 할 게 있다"며 "부산 신공항(동남권 신공항)을 가덕도에 세우는 것은 부산이 다른 도시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인근 지역도시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동남권 신공항은 부산과 경남, 대구, 경북, 울산 등 동남부 도시들이 동북아 제2허브공항을 동남권에 만들자는 생각으로 지난 2007년 건설 합의한 신공항이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최종 후보지로 압축돼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산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경남 밀양에 신공항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정부처가 아니라 서울대를 이전하자

김 총장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한 청중이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이 중심이 되는 메가시티 구조에 한국 사회의 모든 가치가 함몰되는 시대인데, 생태 보전을 주장하는 김 총장이 부산에도 거대 경제권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이유다.

김 총장은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다른 도시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자는 것이지, 서울처럼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배출하는 메가시티가 돼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세계화가 이처럼 진행되는 시대에 지역이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하나의 지역단위, 예를 들어 경상도로 보자면 경상도 전체가 하나의 독립된 경제권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총장은 최근 논란이 되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이 모델로는 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부터 세종시 건설을 반대했다"며 "단순히 행정부서를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새 수도가 서울을 대체할 역량을 가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대신 서울대를 이전하는 게 더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게 단순히 행정부서 몇 개를 지방에 가져다놓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며 "나아가 외국 유명 대학 아시아 분교를 유치해 지방이 아시아의 '브레인 시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입구를 찾을 것인가

▲"생활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모델이 자본주의의 수탈적 성격과 공생 가능할까." ⓒ프레시안
한편 김종한 교수는 김 총장이 근본적인 현 위기의 극복모델로 제시한 녹색성장 모델에 대해 "모두가 출구전략을 논의할 때 입구전략을 제시한 셈"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김 교수는 "김 총장께서 위기탈출 입구로 녹색성장을 꼽으셨는데, 어떤 기술혁신으로 녹색정책의 저성장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는다"며 "꼭 녹색 정책만이 입구인지, 다른 입구는 없는지도 고민해야 할 때다. 예를 들어 유비쿼터스 기술 등은 새로운 차원의 입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책임 자본주의에 대해 김종한 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유럽에서 빌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실적인 사회책임 자본주의 모델로서 현재 유럽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생활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등의 모델을 사회 전반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며 "이런 모델이 자본주의가 가진 수탈적 성격과 어떻게 공생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