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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뮤지컬 '남한산성' 공연 중에 있다. 뮤지컬 '남한산성'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원작으로 전쟁과 굴복이라는 치욕의 역사, 죽음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던 우리 조상들의 기개, 그리고 그 역경의 시대를 살아낸 모든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대한 사건 속에서 방황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의 삶을 역사 속 이야기 안에서 재조명하는 뮤지컬 '남한산성'. 그는 이 작품에서 홍타이지 역을 맡았다.
▶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매일 변신하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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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맡은 홍타이지는 청나라의 새로운 칸으로 조선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인물이다. 홍타이지의 위엄과 거침없음, 그리고 광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한다. "왕이지만 청나라 왕이잖아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왕처럼 표현해서는 안되겠구나 싶었어요." 차별성을 두기 위해 그는 망나니 같은 왕을 표현하기로 했다. "책에 보면 거침없는 표현과 장면들이 있어요. 우리나라 왕에게 세 번 절 받고 그 술상에다가 오줌을 갈겨버리는, 그런 또라이 기질이 있거든요. 그 기질을 어디서 표현해야할까 고민했죠. 마지막에 겁주는 신이 있어요. 항상 지휘봉을 들고 위엄 있는 모습들로만 등장하는데 그 신에서 한 번 발휘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사실 역대 정복자들은 다 또라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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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에서 가장 신기하고도 불안한 부분은 홍타이지가 공중에서 말을 타고 노래하는 장면이다. 올려다보기만 해도 그 높이가 어마어마해 아찔하다. "처음 탈 때 너무 무서웠어요. 전 신에는 실컷 겁줘놓고 올라가서는 내가 겁먹은 거지. 그 모습이 너무 웃겼었는데 하다 보니 적응이 되더라고요. 특히나 그 장치를 하시는 분이 제가 아버지로 생각하시는 선생님이세요. 그 선생님께서 안심하고 타라고. 그 한마디에 그냥 안심이 되더라고요." 그는 뮤지컬 '남한산성'의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항복의 수치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조선의 왕 인조의 굴복 장면을 택했다. "이번 작품에서 많은 사람들이 압권으로 여기는 장면은 인조가 아홉 번 절하는 부분이에요. 절을 할 때마다 함께 퍼지는, 심장을 울리는 그 소리. 그 장면이 상징적으로 표현이 되잖아요. 당시 우리의 굴욕감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 같아요. 관객들도 우리에 현실에 비춰 그 장면을 슬퍼하시는 것 같고. 그리고 홍타이지의 첫 등장장면. 남한산성의 모든 기술력이 응집된 장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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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서범석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인간의 욕망 속 숨은 얼굴을 드러내는 주교 프롤로 역을 맡아 소름끼치는 악 동시에 고뇌를 표현했다. 기억해보자니 고민하고 갈등하는 악역의 이미지와 은근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은근히가 아니고 그동안 악역 전문배우였어요." 그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무대를 압도한다. 서범석만의 아우라가 악역을 완벽히 소화하게 만들고 관객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연구하는 시간들, 그것이 악하면서도 인간적인 그만의 인물들을 탄생시켰다. "악역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면, 관객들이 그가 왜 악한 인물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1차원적 인물에 머물게 돼요. 사람이 악한 데는 다 이유가 있거든요. 사실 홍타이지가 악한건가? 자기 나라 입장에서 보면 대단한 거지.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그 이유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하죠." 작품 속 홍타이지 역시 대륙을 집어삼킬 듯한 자신감과 날카로움을 지녔지만 적을 인정하고 포용할 줄 아는 대범함과 인간미를 보인다. 그게 바로 배우 서범석이 그려낸 뮤지컬 '남한산성'의 홍타이지다.
▶ 사람, 삶에 대한 애정이 있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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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은 지금껏 수많은 작품을 거치며 수많은 역을 만나왔다. 필자는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가 기억에 남아 슬쩍 물었다. "미스터 마우스 정말 열심히 했어요." 서범석은 이 공연에서 지능이 낮은 인후 역을 맡아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뮤지컬 남한산성 속 홍타이지를 보자면 절대로 상상되지 않는 역이다. "그 작품을 준비하며 첫 공연을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에 열심히 했어요. 이유는 전작에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하면서 내가 준비를 많이 했더라면 더 잘했을 것을, 이라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거든요. 나는 공연을 하면서 점점 좋아질 거라 믿고 작품에 임했는데 그게 내 실수였어요. 처음부터 잘했어야 했는데. 정말 좋은 배역이 왔는데 연습을 부족하게 했던 게 너무 속상했어요. 다시 한 번 그 작품을 한다면 그런 일이 없을 거예요. 정말 잘 할 자신이 있는데 그 당시는 좋은 역할임에도 내 기량을 다 발휘하지를 못했어요. 그게 안타까워 미스터마우스 때는 첫 공연부터 마지막 공연의 완성도를 가지고 가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관객들도 좋은 평을 내려주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인후는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그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물었더니, "단순하고 생각을 많이 안하고 좀 바보 같은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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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의 소통을 원하고 꿈꾸는 배우 서범석. 사람 냄새 나는 그는 관객과 함께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다. "그 인물이 이 작품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를 먼저 캐치해요. 그것이 없으면 작품을 하지 않아요. 그게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기 때문이에요. 배우가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관객이 없다면 연기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요. 또 하나, 우리는 모두 사람이다, 라는 것에서 시작해요. 모두가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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