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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김 과장이 쓰러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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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김 과장이 쓰러진 까닭은?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귀의 복수

내원하는 많은 난청·이명 환자를 보면, 그들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 특히 갑작스럽게 난청·이명이 찾아와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는 더욱더 그렇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난청·이명이 찾아온 이들은 대개 3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의 남성이다. 어떤 이들인지 그 면면을 한 번 살펴보자.

대기업 부사장 ○○○ 씨. 그는 기획 업무, 노사 관계 등 회사의 온갖 일로 쉴 틈이 없다. 골프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이다 보니, 사장의 중국 골프 여행에도 따라 나섰다. 그는 밤낮을 접대로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갑작스러운 난청을 경험하고 쓰러졌다.

또 다른 대기업에 다니는 ○○○ 씨도 살펴보자. 그는 아내와의 결혼 기념 제주도 여행을 앞두고 일을 마무리하고자 밤을 샜다. 제주도에서도 편했을 리 없다. 계속 어린 아이를 안고 다녔을 뿐만 아니라, 같이 따라 나선 장인, 장모의 수발은 물론이고, 자동차 운전까지 도맡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귀가 멍하더니 사이렌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경호원으로 일하는 ○○○ 씨의 예도 있다. 직업이 직업인만큼 훤칠한 키와 다부진 몸의 누구나 부러워하는 남자 중의 남자다. 말 그대로 전형적인 '마초'였다. 그러나 그 역시 몇 주일을 집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 채 격무에 시달리다 결국 심한 어지러움과 함께 난청이 찾아와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이렇게 갑작스런 난청을 호소하는 남자들은 공통적으로 완벽주의자 미초다. 그들은 일에 매진해 목표를 성취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당연히 책임감이 강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과중하다. 그러나 그 자신은 피로, 고통, 불면과 같은 몸의 경고를 무시한다. 기쁨, 분노와 같은 일상적인 감정을 추스르는 것도 뒷전이다.

야근, 회식, 음주, 골프가 이어져도 본인의 체력만 믿고, 설사 체력이 안 된다면 정신력으로라도 버텨야 남자답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금 피곤하다고 쉬는 것은 나약한 사람이나 하는 일이야', 이렇게 생각하고 더욱더 무리하게 일을 반복하다가, 결국 지독한 난청·이명 환자가 되는 것이다.

이들이 난청·이명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이런 인식을 버려야 한다. 이런 이들이 건강을 놓고 가장 착각하는 것은 운동 능력과 항병 능력을 착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운동 능력이 남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그것이 꼭 항병 능력이 우월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대개 이렇게 운동 능력을 항병 능력으로 착각해서 낭패를 본다.

난청·이명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생활 습관을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 우선 자신을 채찍질하는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한 마디로 '어깨 힘을 빼고', '좀 더 마음 편하게' 사는 게 필요한 것이다. 특히 지나치게 자기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스트레스로 축적돼 귀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다.

둘째, 불규칙한 생활 습관을 고쳐야 한다. 식사, 수면 시간이 흐트러지면 귀에 가장 큰 영향을 지닌 자율신경의 조화가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난청·이명 환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귀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오는 가장 공통적인 증상이 바로 밤잠을 설치는 일이었다.

▲ 침을 놓기 전후 환자의 귀 주변의 체열 변화를 찍은 사진. 오른쪽(침을 놓기 전)과 왼쪽(침을 놓은 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갑산한의원
셋째, 몸이 보내는 경고를 알아야 한다. 공복감, 피로감을 무시하고 무리하다 보면 결국은 심신의 고장을 초래한다. 넷째, 운동을 비롯한 취미 등으로 지친 심신을 재충전해야 한다. 단, 스트레스를 핑계로 한 대, 두 대 더 태우기 마련인 담배는 귀 건강의 가장 큰 적이다. 니코틴은 전신의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의 흐름을 나쁘게 하는데 귀는 바로 영향을 받는다.

이런 나쁜 생활 습관은 귀 인근의 신경을 자극한다. 이것은 난청·이명 환자에게 침을 놓으면 알 수 있다. 위 사진은 침을 놓기 전후의 환자의 귀 쪽의 체열을 측정한 것이다. 침을 놓기 전과 후에 귀 주변의 체열의 변화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앞에서 열거한 생활 습관의 변화야말로 근본적인 난청·이명 예방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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