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출구전략 실행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주말부터 채권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3분기 경제성장률 발표가 출구전략 논의를 보다 구체화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평가다. 정부의 의지가 굳세다는 이유도 있지만,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10월 금통위 직후 확인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때문이다.
▲지난 23일 국감에 출석한 이성태 한은 총재와 윤증현 재정부 장관. 이 총재의 발언은 시장금리 방향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 중 하나다. ⓒ뉴시스 |
"올해 플러스 성장 확실"
3분기 성장률이 3%에 육박할 정도로 높게 나타남에 따라 올해 한국 경제는 사실상 플러스 성장률 기록이 확실시된다. 정부와 한은, 시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번 성장률 발표 직후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생산 측면에서 제조업이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도 증가세"라며 "한국 경제는 2분기 이후 매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민간부문의 자생적인 경기회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4분기 전망에 대해서도 그는 "3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위기를 겪었던 전년동기대비로는 5%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보다 확실히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2.0%로 올해 성장률을 전망했던 정부는 6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발표에서 -1.5%로 이를 끌어올렸고, 지난 국감에선 0%~-1.0% 사이로 다시 올려 잡았다. 이어 3분기 발표 직후 윤 장관은 "전년 대비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다"고 확언했다.
시장 역시 마찬가지 시각이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내년 1분기까지는 전기대비 1% 정도의 성장률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플러스 성장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도 "4분기 GDP 증가속도는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그 수준에 대해 "0~1%대 사이"로 내다봤다. 4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5%만 돼도 올해 성장률은 플러스 전환이 가능하다.
송재혁 SK증권 연구원은 "1년 만에 위기 이전 수준으로 GDP 규모가 회복했다"며 올해 성장률 0.1%, 내년에는 4.5%로 전망했다.
재정정책 종료 이후 민간이 그 공백을 메움에 따라 한국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정상화'를 향해 치닫는다는 판단에 모두가 동의한 것이다.
연내 출구전략 시행이 불가능한 이유
빠른 경기 회복세는 자연히 출구전략 시행 압박으로 다가온다. 강한 경제성장률로 인한 물가 상승과 거품 발생을 사전 차단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재혁 SK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한 경기 여건이 조성됐다"며 "연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종전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낮은 기준금리 유지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며 "지금은 누가 보더라도 경기 펀더멘털을 반영해 기준금리를 정상화시키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연내 인상이 불가능하리라는 의견도 강하게 나온다. 안정적인 거시경제 운용 책임이 있는 한은의 정책목표로 볼 때, 이번 달 이 총재의 발언에서 인상 가능성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 총재는 지난 9일 "앞으로도 당분간 (현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경기가 꾸준히 좋아지고 금융시장도 안정을 유지하도록 운용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 시장 전망과 원자재 시장 가격변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단서까지 달았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는 지난 두 달 간 그의 강경한 발언을 스스로 180도 뒤집은 것이다. 지난 8월 금통위 직후 이 총재는 "향후 몇 달 간의 경제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시장에 경고했다. 경기과열에 경고음을 내비친 것으로 시장은 풀이했다. 단기금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대비해 본격 상승세를 보인 게 이 때부터다.
다음 달 이 총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금리가 일부 인상된다 하더라도 지금의 금융완화상태가 상당히 강해 (기존의) 완화기조는 유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보다 확실한 신호를 보냈다. 10월 금통위에서 이 총재는 앞장서 안정적인 시장 참가자들의 전망 가능성을 뒤흔들어버렸다.
▲올해 국고채 3년물(파란색)과 5년물(붉은색) 움직임. 장기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기준금리와 격차는 매우 커졌다. ⓒ프레시안 |
시장금리와 기준금리의 괴리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장기금리와 기준금리의 금리격차는 역사상 최대 수준인 260bp(2.6%포인트)에 달한다. 보통 장기금리와 기준금리 차이는 100bp가량을 유지하기 마련이다. 한은의 낮은 기준금리 고수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시장금리와 관계없이 '비정상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위기 이전의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은도,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결국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춘 원인은 이 총재의 '불확실한' 발언이다. 그리고 이 총재의 발언 뒤에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 압박 3분기 GDP 성장률을 확인한 시장은 강한 기조로 이에 반응하고 있다. 채권시장이 일제히 약세(금리 상승)를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경기 상승세가 예상될 경우 채권가격은 약세를 보인다. 26일 오전 현재 장외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주말대비 5bp(0.05%포인트) 이상 올라 4.64%를 기록하고 있다. 5년물 역시 4bp가량 상승해 5.10%선까지 치솟았다. 국채선물 가격도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이다. 12월물은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전일보다 10틱(1틱=0.01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며 108.00대 중반에 거래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기준금리가 적정수준과 멀어져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라며 "그 동안 인상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가 시장에 존재했는데, 이날 결과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커짐에 따라 앞으로 시장금리는 장·단기 금리 격차를 좁히는 식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장기금리는 올해 내내 오른 반면, CD금리 등 단기금리는 지난 8월 이후 본격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분기 장기금리지표가 하향안정화하는 반면, 아직 금리인상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단기금리는 여전히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CD금리는 지난 20일 이후 5일 연속 2.79%를 유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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