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만찬에서 불거진 '대통령 탈당파동'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의 공식 창구인 전병헌 대변인이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전 대변인은 12일 "당을 책임지는 지도부가 대통령께서 직접 표현하지 않은 부분들을 자의적으로, 가장 해당적으로 해석해서 일부 언론에 흘려준 결과" 때문에 '탈당 파문'이 터져 나왔다는 취지로 전날 만찬에 참석한 당 지도부 일부를 맹비난했다.
***"누군가 고춧가루 뿌려…대변인 노릇 힘들다"**
전 대변인은 12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우리당 대변인 노릇 하기 정말 힘들군요'라는 글에서 "나를 제외한 참석자 모든 분들은 열린우리당을 책임지는 지도부들"이라며 "어느 누구인가 대통령의 말씀을 일방적으로 왜곡하고 확대 해석해서 당에 가장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일부 언론에 흘려버린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청 관계는 물론 여권 전체의 심기일전에 고춧가루를 뿌린 격"이라며 "누구의 고춧가루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지도부를 비난한 전 대변인은 청와대를 향해서는 "대통령께는 물론 만찬에 함께 했던 청와대 관계자 여러분들에게도 정말로 부끄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청와대 만찬 결과를 놓고 '수습'과 '탈당'으로 양분된 신문 제목을 보면서 우리당의 자화상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대변인의 곤혹스러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 대변인은 이어 "(11일 만찬에서) 직접적으로 탈당의 '탈'자조차 언급된 적이 없다"며 "양면성을 아우르는 대통령의 분석적 화법을 편협한 상상력에 근거해서 마치 탈당 쪽에 무게를 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적 주관일 수는 있으나 그것이 그날의 실체적 메시지가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자해적, 해당적 언론플레이를 자주 연출하는 우리당에 출입하는 기자 여러분들이 겪고 있는 취재 스트레스에도 심심한 유감(有感)과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한편 청와대에서도 '경고 메시지'가 나왔다. 김만수 대변인은 일부 참석자들이 언론에 노 대통령의 탈당 고민을 '현재 시점'으로 전한 것에 대해 "참석하신 분들의 기본적인 양식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사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부영-문희상 등이 여권에 고춧가루?**
전 대변인과 청와대의 '화살'을 맞을 만한 발언은 여러 사람 입에서 나왔다.
이부영 전 의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노 대통령이 '지금도 심각하게 탈당을 고려하고 있다'는 식의 명시적인 발언은 없었지만, 당과 인식의 격차가 현재에도 여전하다고 강조한 점에 비춰볼 때 충분히 현재도 탈당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문희상 전 의장도 "누가 들어도 탈당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말씀은 있었다"고 기자들에게 털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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