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카시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매카시즘'이라는 사회과학 용어는 사실은 사멸돼야할 단어다. 하지만 역사는 이상하게도 자주 반복되며, 없어져야 할 얘기들이 죽었다가 살아난다. 좀비들이 자꾸 무덤에서 튀어 나온다.
▲ 굿 나잇 앤 굿 럭 |
그래서일까. 매카시즘을 소재로 한 영화도 자주 만들어진다. 아마도 최근작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조지 클루니가 감독하고 조연까지 맡은 <굿 나잇 앤 굿 럭>이 아닐까 싶다. 당시 CBS의 뉴스맨으로 '시 잇 나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명성을 날리던 에드워드 머로(데이빗 스트라단)는 맥카시의 위협 앞에 모두가 침묵할 때 분연히 일어선다. 자신의 프로그램을 통해 맥카시가 퍼뜨리는 '레드 콤플렉스'라는 바이러스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오히려 미국의 안보에 얼마나 해가 되는 것인 가를 역설한다. 그와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프로듀서 프레드(조지 클루니)는 이날의 방송이 맥카시보다 더 오래 역사에 남을 것이라는 점을 간파한다. 두명의 영웅이 없었다면 맥카시의 광기는 조금 더 오래 갔을지도 모른다. 역사는 때론 몇 명의 영웅이 쓴다.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실패한 걸작 <마제스틱> 역시 감동의 장면을 담고 있다. 짐 캐리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 역시 맥카시의 좌익 색출 바람이 당시의 미국을 얼마나 더럽혔는가를 보여준다.
촉망받는 시나리오 작가 피터(짐 캐리)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게 된다. 사소한 과거로 인해 공산주의자로 낙인이 찍히게 된 그는 우연한 사고로 기억을 상실하게 되고 한 작은 동네의 오래된 극장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집요한 FBI(당시 국장이었던 에드거 후버는 맥카시와 함께 미국의 사상 통제에 앞장섰다)의 추적에 신분이 밝혀지게 되고 결국 그는 청문회에 나가게 된다. 그가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 외에 할리우드 내에 또 다른 공산주의자의 이름을 대면 되기 때문이다. 단, 공개적으로. 그런데 그런 후에 과연 그가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피터는 청문회에서 용기있는 선택을 한다.
프랭크 다라본트든 조지 클루니든 왜 1950년대의 역사를 자꾸 들춰냈던 것일까. <굿 나잇 앤 굿 럭>은 2005년 작품이고 <마제스틱>은 2002년 작품이다. 이때는, 잘 알듯이, 조지 부쉬가 9.11 테러 사태 이후 국토안보법을 만들며 새로운 국가 통제 이데올로기를 유포시키던 시기다.
▲ 작은 연못 |
개그맨 김제동 씨가 인기 프로그램 MC직을 박탈당했다. 표면적으로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겉의 이유야 어찌 됐든 오비이락의 오해를 받을 만 하다. 국내에서 가장 신뢰받고 있는 언론인 손석희 씨도 그간 오래 진행해 왔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자리를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가 무성하다. 그뿐인가. 불분명한 이유로 늘 좌파 소리를 듣는 문성근 씨의 경우 그가 출연한 <작은 연못>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조차 기관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 <작은 연못>은 게다가, 노근리 사태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이쯤 되면 광풍이다. 창작표현의 자유가 자꾸 옥죄지는 느낌이다. 역사는 거꾸로 가는 것인가. 맞다. 종종 역사는 거꾸로 흐른다.
*이 글은 영화주간지 무비위크 399호에서도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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