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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주식 부자'에 과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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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정부, '주식 부자'에 과세할 수 있을까?

['친서민'이라면 '부자증세'를③] 논의 본격화하는 자본이득세 도입

이명박 정부의 증세 대상으로 최근 가장 활발히 거론되는 부문은 '자본이득세' 신설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기본원칙에 부합하는데다, 징세 주요 목표가 일정 수준 이상의 고소득자인 까닭에 여야에서 동시에 발의 추진되는 법안이다.

자본이득세는 원칙적으로 '개인이 올린 자본이득(자본자산의 평가액 변동에서 발생하는 차익)에 매기는 세금'이라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투자상품·부동산·자동차 등 보유자산을 처분해서 이익이 생길 때마다 매기는 세금을 원칙적으로 통칭한다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금융투자상품(주식·채권·파생금융상품) 이익을 실현할 때 발생하는 이익에 세금을 물리자는 게 주로 거론된다. 이미 부동산은 양도소득세로 관련 세금을 징수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대주주를 비롯한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면 주식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다만 주식에 거래세(코스피 0.15%, 코스닥 0.3%)를 매길 따름이다.

자본이득세가 신설돼 금융투자상품까지 징세 범위에 들어오면 정부로서는 세수 보전과 조세형평성 획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이 법안 신설을 계기로 상속세를 무력화하려는 재계의 시도도 눈에 띈다.

주식 양도차익, 부자증세 핵심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자는 주장은 제기된 지 십여 년이 지난 사안이다. 그 동안 제대로 입법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공식적으로 이 논의가 거론된 것은 지난 17대 국회다. 2004년 11월 9일 심상정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진보신당 전 대표)을 비롯한 국회의원 10명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인하와 부동산 양도소득 실거래가 기준 과세,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폐지 등과 함께 주식 양도로 발생하는 소득에 전면 과세할 것을 주장했다.

당시 민노당의 최종 목표는 선거 때 핵심 공약이었던 부유세 도입이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비롯해 소득 파악을 현실화한 뒤 채권에까지 양도차익부문 과세를 실시하고 마지막으로 부유세를 전면 도입한다는 게 민노당의 전략이었다. 주식 양도차익을 부자증세 현실화의 문을 열기 위한 핵심 열쇠로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자본이득세로 통칭되는 금융상품 과세 법안이 입법화된다면 개인투자자들은 마치 부동산 거래로 인해 얻은 자본이득에 양도세를 부담하듯 투자이익을 국가에 세금으로 내게 된다. ⓒ뉴시스

이 중 부동산 양도소득 과세 기준은 지난 2007년부터 기준시가에서 실거래가로 변경되면서 결실을 맺었다. 1세대 1주택자는 6억 원 이하 주택에서 3년 이상 보유(2년 거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으로 편입됐다. 그러나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공론화되지 못했다.

심상정 전 의원 등이 발의한 주식 양도차익 과세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먼저 대주주로 한정된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범위를 연 1000만 원 초과 소액주주에까지 확대한다. 과세율은 20% 단일세율로 분리과세한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상정 예정인 자본이득세 신설의 골자도 대체로 심 전 의원이 발의한 내용과 비슷하다. 과세율 등 세부 항목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이 "도입을 검토할 시점은 됐다"고 말하는 등 찬성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당 이한구 의원 또한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차원을 비롯해 부족한 세수를 고려할 때 자본이득세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야당에서도 이성남 민주당 의원 등이 긍정적으로 법안 상정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이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사람은 이정희 민노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20% 이상 과세율로 자본이득세를 매기고, 대신 공제범위 확대와 주식 거래세 인하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 의원은 자본이득세와 더불어 토빈세(외화거래세) 도입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희 의원실 관계자는 20일 "현재 입법조사처에 파생금융상품에 자본이득세를 매기는 내용에 관한 입법조사를 의뢰한 상태"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입법준비를 본격화해 다음달 안에 1차 상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부족한 세수 메우기가 주목적

그러나 자본이득세 도입을 주장하는 여야의 목적에는 차이가 난다. 민노당 등 야권에서는 지난 총선 때처럼 '부자 증세' 자체를 큰 목표로 삼는다면, 여당은 '세수 확충'에만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국회에서 본격 공론화가 될 때 세부적인 사안에서 격론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기획재정부가 19일 국회에 제출한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30.1% 수준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35.6%인 365조1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며, 2013년에는 493조4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애초 금융투자상품 과세 대상으로 먼저 거론된 것은 파생금융상품 거래세였다. 주식뿐만 아니라 선물·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에도 거래세를 매겨 세수를 확충하자는 논리였다. 그러나 지난 8월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에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금융권은 강력히 반발했다. 대부분 국가가 거래세 도입 자체를 하지 않은 상황인데 한국만 파생금융상품에까지 거래세를 매기면 외국 투자자본이 떠난다는 게 반박 논리였다.

결국 9월 당정은 기획재정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관계자까지 불러 모은 회의에서 자본이득세를 이번 정기 국회에서 논의키로 방향을 틀었다. 이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니 반발이 적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세원 발굴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있었다.

시기적으로 금융부문에서 고소득을 거두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 세수확충에 큰 도움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비록 주식 거래차익 비중을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13일 기획재정부가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연간 4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을 올리는 금융소득(이자소득+배당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2004년 2만3184명에서 2007년 6만830명으로 약 2.6배 증가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금액도 4조9423억 원에서 9조7346억 원으로 두 배가량 늘어났다.

▲주요국의 금융투자상품 양도차익 과세 기준. 한국조세연구원 <주요국의 자본이득 과세제도>(2008.9) 인용. ⓒ프레시안

이미 외국의 사례도 충분히 누적돼 있어 입법조항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법안 상정 전망을 밝히는 요소다. 지난해 한국조세연구원에서 낸 '주요국의 자본이득 과세제도'에 따르면 미국은 주식의 경우 장기자본이득(1년 초과)에 대해 15%의 자본이득세를 매긴다. 오바마 정부는 이를 20%로 끌어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1년 미만 주식을 양도해 얻은 소득은 보다 높은 세율인 소득세로 징수한다.

영국은 단순화를 위해 장기·단기자본 구분 없이 18% 단일세율로 자본이득세를 징수한다. 독일은 단기자본이득의 절반을 종합과세하며 장기자본이득은 비과세한다. 일본은 상장주식·비상장주식·주식옵션에 이르기까지 20%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한국이 현재 가장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이정희 의원의 원안 그대로 자본이득세를 신설할 경우, 세금 징수 체계는 일본과 대체로 비슷해진다. 주식 양도차익으로 발생하는 이익에는 자본이득세를 붙여 과세하고, 부동산은 현재 양도세를 매기는 형태다.

박상근 세무사(명지전문대 겸임교수)는 "실현된 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며 "자본이득세 도입으로 납세근거가 확실해진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재정부, 여전히 미온적 입장…금융업계도 반발

그러나 '부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수 없다'던 입장의 정부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 법안을 탐탁찮게 여기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까지도 "이해당사자도 많고 복잡한 만큼 긴 시간을 두고 처리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이 늘어나는데 따라 투자자가 이탈할 것을 우려하는 금융업계의 입장과 비슷하다. 금융업계는 투자자 이탈과 함께 "주식양도로 이득을 보지 못하면 세금을 걷지 못한다"며 세원이 들쑥날쑥해질 것이라는 이유로 정부나 국회가 해야 할 고민을 미리 대신 해주고 있다.

상속세 폐지 논의 확대는 경계

자본이득세 도입은 '부자 증세'의 일환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상속세 폐지 논리 근거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다.

자본이득세 과세는 기본적으로 '이익이 실현된 곳에는 과세한다'는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상속세 폐지론자들은 상속세 징수는 따라서 이중과세인만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4월 24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세무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이와 같은 논리가 집중 거론됐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박종수 고려대 교수는 "상속증여세가 자본이득세와의 관계에서 경제적으로 이중부담이 있어 상속증여세의 조세정당성을 부인하고, 이를 자본이득세로 확대, 대체하려는 견해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서 소득세를 내는데, 이를 자식에게 상속할 때 다시 세금을 매기는 건 이중과세라는 얘기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재계를 대표해 상속세 폐지 또는 완화를 주장한다. ⓒ뉴시스
특히 재벌집단에서 이와 같은 논리가 강조된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해 4월 4일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상속세는 미실현 이익에 과세하는 것으로, 상속받은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아야 납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경영권 유지마저 위협받게 된다"며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시점에서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빙식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익이 '실현'됐을 때만 과세하는 자본이득세의 성격을 상속세 폐지 논리로 끌어다 놓은 것이다. 손 회장은 이후에도 언론과 인터뷰가 있을 때마다 이 주장을 반복했다.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 역시 상속세 폐지 논리를 강조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는 캐나다와 호주 등 7개국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높다. 독일은 상속세 최고세율이 30%로 한국(50%)보다 낮지만, 소득세율은 최고 45%로 한국보다 10%포인트 높다. 상속세율이 한국보다 낮은 서유럽 국가 상당수는 부유세를 걷는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1억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는 역대 최다인 210명이었다. 이 중 100억 원 이상 주식을 가진 부자 미성년자는 11명으로 조사됐다.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지난 2006년 기준으로 사망자 30만4215명 중 2221명으로 상위 0.7%이다. 상속세 폐지 논의가 일부 집단에서만 활발히 거론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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