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민주노동당 당 대표 후보들 간 첫 번째 상호토론회에서 각 후보들이 민노당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민주노총에 대해 대의원 감축을 포함한 '관계 재정립'의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민주노총과 관계 재정립에는 한 목소리**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 출신의 문성현 후보는 "창당 때와 지금은 분명히 다르다"며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 민주노총의 조합원 다수가 정규직이라 여러 한계를 가질 수 있지만 우리는 부딪히는 점이 있더라도 단호하게 비정규직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 후보는 "민주노총 대의원 할당을 축소하고 소수자 부문을 확대해야 한다"며 "민주노총 지도부 구성 이후 직접 만나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조승수 후보는 "조선일보식이나 노무현식 공격은 안 되지만 대기업 노조나 민주노총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은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며 "노동운동 진영도 대기업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된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사업장내 권력 장악 측면이 강화됐다는 측면의 비판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후보는 "민주노총과는 형제나 마찬가지지만 당과 대중조직은 구성원리가 다른 만큼 상호독립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대의원 할당 문제에 대해선 노동자와 농민 등 각 부문이 대승적인 판단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대환 후보도 "민주노총은 우리 당의 어머니 같은 존재지만 이제 민주노동당이 성장해서 독립해야 할 때가 되었다"며 "민주노총도 이제 그런 것에 섭섭해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 후보는 "민주노총뿐 아니라 전국농민회 총연맹에 대한 농민 할당도 너무 많다"며 "지금은 때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 농민 할당은 아예 없애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 조승수 "위기다" VS 문성현 "주눅들 필요 없어"**
한편 민노당이 처한 위기에 대한 진단에선 자주파와 평등파 간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조승수 후보는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서민의 희망을 안고 창당한 우리가 지금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 민중들의 희망이기 보다 실망, 심지어 절망으로까지 바뀌고 있다"며 "이는 우리 정체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자성했다.
주대환 후보 역시 "원외시절, 당원 1만, 2만 명이던 때의 관습과 사고방식을 아직 못 버린 것이 많다"며 "당내 각급 기관들이 이를 위한 혁신의 과제를 이해해 해결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성현 후보의 평가는 약간 뉘앙스를 달리 했다. 문 후보는 "'당이 어렵다, 위기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제주도부터 지역 유세를 다니며 열띤 반응을 보니 대중하고 함께 못 있어서 이렇게 주눅 든 게 아닌가 싶더라"고 상대적으로 긍정적 현실인식을 드러냈다.
***역시 정파 문제에서 이견 노출**
민노당의 뜨거운 감자인 정파 문제도 주요한 쟁점으로 제기됐다. 문성현 후보는 "자주파로 불리는 동지들이 통합에 대한 나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자주와 평등은 그 가운데 어느 것 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조승수 후보는 "(각 정파가) 공개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신중한 토론을 통해 정파등록제를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 후보는 "한반도 비핵지대화라는 공약과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에 대해 침묵하거나 때로는 자위 수단이라며 옹호하는 모습이 보인 것이 문제"라며 "정파 이전에 최소한의 강령과 정책 앞에서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대환 후보도 "정당에 정파가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전제한 뒤 "철학이나 이념의 차이에 따라 정파가 나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인맥에 따라 정파가 형성되는 우리 모습이 문제인 것"이라며 "현대적이고 정파다운 정파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활동을 공개적으로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노당은 오는 13일 두 번째 대표자 토론을 실시할 예정이다. 민노당 선관위는 심상정 의원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 토론회에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홍세화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패널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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