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115조 원에 이를 '부자 감세'를 강행하는 동시에 막대한 규모의 '적자 재정'을 강행하고 있어서 2013년에 국가채무가 무려 5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를 구체적으로 입증해 보였다. 세제와 재정의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빠른 속도로 국가 채무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 한복판에 토건국가의 극단화에 해당하는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이 '4대강 살리기' 예산의 문제에 대해 발표했다. 이 발표 덕에 나는 '4대강 살리기' 예산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살펴보고 그 문제를 정리할 수 있었다.
정리하고 보니 문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나는 그 문제를 모두 열 가지로 정리했다. 여기서 그 내용을 줄여서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내가 어떤 관점과 방식으로 예산안을 분석했는가를 간략히 밝히고자 한다. 예산을 어떻게 파악하고 평가해야 하는 것일까? 발표를 부탁받고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나는 예산의 타당성과 적절성을 올바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일단 세 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업의 타당성, 예산의 적절성, 다른 예산과의 관계가 그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세 가지를 통해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예산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여기서 이미 잘 알려진 '투기꾼 퍼주기', '토건족 퍼주기', '낙동강 퍼주기'의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첫째, 사업의 타당성. 이른바 '4대강 살리기'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낱낱이 지적했듯이 경제적으로, 생태적으로, 문화적으로 타당성을 갖고 있지 못한 사업이다. 그 실체는 '4대강 죽이기'이며 '대운하 살리기'이다. 그 단적인 예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준설과 대형 보·댐의 건설이다. 이것은 우리의 소중한 강을 파괴하고 사실상 '대운하 1단계'를 강행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물론이고 후손의 생명이 달려 있는 소중한 강들을 사실상 모두 콘크리트 수로와 콘크리트 저수지로 만들어 버릴 '4대강 살리기'는 어떤 타당성도 가질 수 없다. 그것은 파국의 사업이요 망국의 사업일 뿐이다. 이렇듯 그야말로 전적으로 잘못된 사업에 막대한 혈세를 퍼붓는 것은 그저 망국을 향한 질주인 토건국가의 극단화에 해당되는 것일 뿐이다.
둘째, 예산의 적절성. 사업의 타당성을 접어두더라도 예산의 적절성이 사실상 전혀 신뢰할 만하지 않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에 대한 정부의 예산은 이를테면 '고무줄 예산'과 '거짓말 예산'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보면 정말 우리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먼저 '고무줄 예산'의 문제를 보자. 전체적인 '4대강 살리기' 예산은 2008년 12월에 13조9000억 원에서 2009년 6월 22조여 원, 10월 24조여 원으로 늘어났다. 채 1년이 안 되어 10조 원도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예산이 마구 늘어난 것 자체가 예산의 적절성을 믿을 수 없게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편법과 불법이 저질러졌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시민단체에서는 '국민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4대강 살리기'보다 훨씬 규모가 큰 '한반도 대운하'도 18조원으로 끝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음에 '거짓말 예산'의 문제를 보자. 정부는 2010년 예산 운용의 중요 방향으로 '4대강 살리기'를 제시하고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4대강 살리기'는 모두 15.4조 원밖에 들지 않는 사업이며, 2010년에는 6.7조 원의 예산을 투여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 '거짓말'이라고 해야 한다. 환경부가 1.35조 원, 농수산식품부가 5000억 원 등 다른 정부 부서에서도 '4대강 살리기'에 예산을 투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모두 더하면, 2010년의 '4대강 살리기' 예산은 6.7조 원이 아니라 약 8.6조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런 식으로 2012년까지 모두 22조 원이 넘는 예산이 '4대강 살리기'에 투여될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들에서 요구한 '4대강 살리기' 관련 예산을 모두 더하면 무려 98조 원에 이른다. 덧붙여서 정부는 정부가 밝힌 총사업비 15.4조 원의 절반을 넘는 8조 원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투여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 재정의 투여는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가 사실상 '분식회계'를 강행하는 것이다. 수자원공사도 이렇게 하는 것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반대했었으나 어쩐 일인지 최근에 갑자기 찬성하고 나섰다.
셋째, 다른 예산과의 관계. 막대한 감세를 감행하면서 엄청난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다른 분야의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교육, 복지, 문화, 지역 등 온갖 분야에서 예산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팀장은 경제 위기로 결식 아동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정부는 그 지원비를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그의 지적을 결식 아동의 안타까운 절규로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2010년의 복지비를 '사상 최대의 복지비'라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자랑은 이 정부의 특기라고 할 자화자찬일 뿐이다. 복지비는 기존의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물가인상과 같은 요인에 따라 자연적으로 증가하게 되어 있으나 정부는 이런 요인은 쏙 빼 놓고 복지비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살리기' 예산은 '4대강 살리기'가 경제적으로, 생태적으로, 문화적으로 큰 문제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국토를 파괴하고, 생명을 살상하기 위해, 막대한 혈세를 탕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지극히 부도덕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예산도 대단히 부도덕한 방식으로 결정되고 제시되고 있다.
▲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에는 약 22조 원의 예산이 들어갈 예정이다. 그 사업은 과연 도덕적인가? ⓒ프레시안 |
'4대강 살리기' 예산을 살펴보면서, 나는 이 정부에는 홍보만 있고 정보는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4대강 살리기'를 홍보하는 정부의 홈페이지는 그야말로 여기저기 넘쳐나고 있으나 정작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의 홈페이지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홈페이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2010년 예산안 주요 내용'은 '4대강 살리기'의 예산을 크게 축소해서 제시해 놓았고, 더욱이 대단히 중요한 사업별 및 지역별 내역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4대강 살리기'를 전담한다는 추진 본부는 홈페이지도 만들지 않았고, 국토해양부 홈페이지에는 소속기관으로 올라 있지도 않다. '4대강 살리기 추진 본부'가 무슨 특급 비밀 조직인가? 희한하게도 이 정부는 아주 요란하면서 은밀하게 일을 한다.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의 비도덕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70%의 국민들이 '4대강 살리기'에 대해 반대하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여론을 무시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예산의 결정과 제시에서 드러난 문제는 궁극적으로 비도덕성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말로 우리가 '오해'하고 있거나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TV 공개토론을 열어서 우리의 '오해'와 '무지'를 깨우쳐 줄 것을 요청한다.
이것은 '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요청이다. 모든 매체를 장악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언론인과 연예인을 퇴출시키고, 일방적인 라디오 홍보 방송을 하는 것은 그저 '불통'을 강행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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