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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민국'에서 외친다…"정말로, 그래도 지구는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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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민국'에서 외친다…"정말로, 그래도 지구는 돈다"

[홍성태의 '세상 읽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오랜만에 편안하게 가르시아의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음악을 듣다가 '피터, 폴 앤 메리'의 메리가 지난 9월 16일에 72세의 나이로 영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피터, 폴 앤 메리'보다는 '위버스'를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위버스'보다는 '피터, 폴 앤 메리'를 훨씬 먼저 알았고, 또 '피터, 폴 앤 메리'의 노래를 들으며 큰 위로를 받았다. 메리의 명복을 빌며, 틀림없이 천국에 가 있을 그녀가 이곳의 파국을 막기 위해 그곳에서 애써주시길.

이곳은 대체 어디로 어떻게 가고 있는 것일까? 신경민, 윤도현 등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잘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게 되더니 이제 김제동도 오랫동안 잘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느닷없이 그만두게 되었다. 이에 대한 의혹과 비판이 커지니 한국방송공사의 사장 이병순이 직접 해명하고 나섰다. 김제동이 프로그램을 그만두게 된 것에는 정치적 배경이 없다는 것이다. 이병순이 한국방송공사의 사장이 된 것에는 정치적 배경이 있으나, 김제동이 한국방송공사의 프로그램을 그만두게 된 것에는 정치적 배경이 없다는 것인가? 이병순의 해명은 오히려 의혹과 비판을 더 키울 수 있을 뿐인 것 같다.

이곳은 이미 '명박민국' 또는 '한나라 공화국'이라고 해야 옳을 듯하다. 갈수록 비판도 반론도 허용되지 않는 것 같다. 국정 감사의 현장을 보노라면, 야당 국회의원들조차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그저 무력한 동네 아저씨 아줌마인 것 같다. 정권의 주축인 장관만이 아니라 공무원까지 야당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무시해도 좋은 동네 아저씨 아줌마로 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의 몇몇 대화들을 보자. 나는 <경향신문>의 기사에서 이 대화들을 보고는 정말 황당해서 커다란 먼지덩어리를 삼킨 듯이 목이 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김상희 의원(민주당) : 장관, 정신 차리세요.
이만의 환경부 장관 : 정신 멀쩡합니다.


'4대강 살리기'로 말미암아 수질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며 국회의원이 환경부의 대책을 촉구한 것에 대해 환경부 장관 이만의는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한마디로 의원의 우려와 질책을 무시한 것이다.

박영선 의원(민주당) : 앞으로 인사가 이렇게(영남 편중) 되지 않도록 유념해달라.
김황식 감사원장 : 유념 못하겠다.


이 경우는 이만의의 대꾸보다 더 악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의 지역 편중은 극히 심각한 국가적 문제이며, 이에 대해 국회의원이 유념할 것을 요청했을 뿐인데도 그렇게 못하겠다고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감사원 홍보실은 지적의 내용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을 '유념 못하겠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대응은 감사원장이 국민의 대표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받기에 충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성남 의원실(민주당) : 요청한 자료를 달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담당자 : 줄 수 없다. 국민으로서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는 그야말로 최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총리실의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어떻게 국민으로서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주장하는가? 이 사람은 묵비권을 자유롭게 행사하며 살 수 있도록 당장 공무원을 그만두게 해야 할 것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대화들이 이 정부의 실체를 드러내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런 터무니없는 대화들이 총리 정운찬의 지휘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에 따르자면, 이 정부의 실체뿐만 아니라 정운찬의 실체도 이런 식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정치적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언행의 양면에서 최소한 국민의 대표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정부는 실행의 면에서 권력을 전횡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말로도 국민의 대표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국민의 대표를 무시하니,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이른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끝까지 옹호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삽질인가? ⓒ프레시안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만의는 '4대강 살리기'를 강력히 옹호하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말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보고 나는 그의 '소신'이 이토록 깊었다는데 감명받았다기보다는 경악한 동시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대단히 안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수학과 실험에 근거하여 과학혁명을 이끌었고, 이런 점에서 과학기술에 기초한 근대 사회의 형성을 이끈 위인이다. 그는 자신의 신앙과 무관하게 지동설을 입증하고 설파했으며, 이 때문에 교황에 의해 종교재판을 받아서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종교재판이 끝나고 재판정을 나서면서 그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 유명한 말의 역사적 근거는 사실 없다. 그렇기는 해도 위대한 과학자가 과학적 진리에 대한 신념을 표명한 것으로서 이 말은 여전히 큰 울림을 갖고 이 세계를 맴돌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을 '4대강 살리기'에 대한 신념을 지지하기 위해 인용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아마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미 여러 분야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4대강 죽이기'이며 '대운하 살리기'이다. 그것은 참으로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강행되고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4대강 살리기'를 본다면, 과학의 이름으로 철저히 비판할 것이다.

환경부에 대해서는 '환경개발부'이니 심지어 '환경파괴부'이니 하는 비판의 소리들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다. 그리고 '4대강 살리기'와 관련해서 이런 비판의 소리들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그 문제를 단적으로 입증해준다. 단군 이래 최대의 토건사업이자 현세와 후세 모두의 생명이 달려 있는 '4대강 살리기'의 환경영향평가가 불과 4개월만에 뚝딱 끝나고 말았다. 아마도 환경영향평가가 개발과 파괴의 요식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이런 명백한 현실 앞에서 갈릴레오를 인용하며 '4대강 살리기'를 옹호하는 것은 정말 갈릴레오를 분노하게 하는 행태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아무리 많은 돈을 풀어서 '4대강 살리기'를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실체가 '4대강 죽이기'이자 '대운하 살리기'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갈릴레오를 인용해서 '4대강 살리기'를 옹호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갈릴레오의 방식으로 '4대강 살리기'의 타당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료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사실상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그 예산만 불과 1년 새 13조원에서 30조원으로 확 늘어났다. '4대강 살리기'는 갈릴레오를 괴롭혔던 종교재판의 방식으로 강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그래도 지구는 돈다. 아무리 강 죽이기를 강 살리기라고 우겨도 강 죽이기를 강 살리기로 만들 수는 없다. 강력한 권력과 막대한 금력으로 강 죽이기를 강행해도 정말 강 살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끝까지 강 죽이기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제 역할을 못하는 환경부에 분노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환경부 공무원들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곧 강 죽이기를 막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이다. 갈릴레오는 우리에게 사실상 모든 하천을 죽이고 토건족의 배를 불릴 '4대강 살리기'를 막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후기

이 글이 발표되고 난 직후인 오전 11시 무렵에 감사원 홍보실의 근무자가 내 연구실로 전화를 걸었다. 미처 그 사람의 이름을 적어놓지 못했는데, 그 사람이 내게 전화를 건 까닭은 김황식 감사원장에 관한 <경향신문>의 보도가 '팩트'에서 틀린 것이니 내 글에서도 삭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김황식 감사원장이 '유념 못하겠다'고 말한 것은 '영남 편중 인사'를 하지 않았으니 '유념 못하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나는 그 사람의 말은 김황식 감사원장의 말에 대한 '해석'이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념 못하겠다'고 말한 것 자체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김황식 감사원장이 '유념 못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으며, 이 점에서 <경향신문>의 보도는 '팩트'가 완전히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이에 대해 어제 감사원에서 '보도 자료'를 발표했으며 내게도 그것을 보낼 테니 내 글을 시정해 달라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 나는 곧 박영선 의원실로 전화를 해서 그 자리에 참석했던 보좌관에게 김황식 감사원장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가에 대해 물었다. 그는 김황식 감사원장이 분명히 그렇게 말해서 큰 논란이 있었고 결국 김황식 감사원장이 사과했다고 확인해 주었다.

그는 내게서 감사원의 '보도 자료'에 대해 듣고 바로 찾아 보고는 감사원에서 일방적으로 '해석'해서 작성한 '보도 자료'라며 이에 대해 다시 문제를 지적하는 자료를 공표하겠다고 말했다. 나도 통화를 마치고 감사원에서 발표한 '보도 자료'를 보았다.

그것을 보니 '팩트'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팩트'에 대한 '해석'을 제시한 것이다. 지역 편중 인사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유념 못하겠다'는 식의 즉발적 대응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냥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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