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2005 대한민국 위기 주범 TOP 10'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과 함께 대기업 노조와 양대 노총을 선정해 파문을 야기했던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의 장상환 소장(경상대 교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장 소장은 5일 노동전문 일간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대기업 노조운동이 한국사회 위기에 큰 책임이 있는 이유'란 제목의 글을 통해 "(대기업 노조와 양대 노총을) 사회위기의 '주범'이라고 표현한 것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넓은 양해를 구한다"면서도 대기업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분명히 강조했다.
***장상환 "위기의 책임, 자본과 정권에만 돌릴 수 없어"…진보진영 주체적 책임 강조**
장상환 소장의 문제제기는 사회위기가 심화되는 현상에 있어서 진보진영의 주체적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장 소장은 "심화하는 한국사회 위기의 책임을 지배세력인 자본과 정권 측에만 돌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1987년 이후의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경제사회적 진보가 지체되고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된 이유는 개혁과 진보를 추진할 사회적 주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장 소장은 이어 "진보적 지식인 그룹도 진보운동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본 연구소도 진보적 지식인 그룹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본 연구소도 한국사회 위기에 책임을 져야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노조, 막강한 역량 있는 거 사실 아닌가?"
하지만 장 소장은 대기업 노조가 진보진영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큰 만큼 사회위기에 대한 책임 역시 진보진영 내에서도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대기업 노조는 수천 수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 매달 수천만 원 내지 수억 원에 달하는 조합비와 수십 명에 달하는 상근간부를 보유하고 있다"며 막강한 인적, 물적 자원을 가진 대기업 노조의 역량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적, 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대기업 노조는 민주노총의 역할을 결정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다"며 "또한 민노당에 (다수의) 대의원과 중앙위원을 파견함으로써 민노당의 노선과 실천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진보진영 내에서 대기업 노조가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의 크기를 강조했다.
***대기업 노조의 도덕성·연대성 위기가 민주노총 약화 야기**
문제는 대기업 노조가 이처럼 가지고 있는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장 소장은 지적했다.
그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 권력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때 도덕성의 위기가 온다"며 지난해 노동계 내부에서 발생했던 노조간부들의 인사청탁 비리 연루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또한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임금수준이 낮고 고용도 더욱 불안정하게 되면서 노동자 계급 내부의 연대가 약화됐다"며 "반면 대기업 노조는 현장 조합원에서 간부진에 이르기까지 시야가 기업 안에 한정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도덕성의 위기와 연대의 약화가 대기업 노조와 그에 기반한 양대노총의 위기를 가져왔다"며 "가장 큰 조직된 힘인 노조운동 진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다수 보통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권리 신장을 위한 실질적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대의 강화, 대기업 노조의 양보와 희생을 통해 달성"**
한편 장 교수는 대기업 노조의 소극적 태도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대기업 노조의 약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교수는 "연대가 약화되어 임금격차가 커지면 대기업들은 외국으로 제조공장을 옮길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며 "이에 대해서는 대기업 노조의 힘만으로는 대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미국의 경우 대기업과 대기업 노조는 협조적 관계에 있고 사회보장 체제는 극히 취약하다"며 연대의 약화는 부메랑이 되어 대기업 노동자들 자신도 공격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장 교수는 "연대의 강화는 다소라도 힘이 더 있는 측의 양보와 희생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며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적인 실익이 없더라도 자신의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고 정치적 힘을 발휘해야만 사회위기의 진정한 주범인 자본 측에 맞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노조, 목숨 건 도약 시도해야"**
그는 이어 "민주노총과 대기업 노조는 목숨을 건 도약을 시도해야 한다"며 "한국의 노조도 미국의 AFL-CIO와 같이 보수정당인 민주당을 지지하고 헛된 기대만 되풀이하는 처지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연구소가 재벌 대기업 노조운동을 위기 주범의 하나로 지적한 것은 결국 민중운동, 진보운동 진영이 스스로 쇄신하자는 것이었다"며 "주범이라고 표현한 것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넓은 양해를 구한다"는 말로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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