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 급등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전셋값 상승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해 전세가격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그 근거로 "강북 등 멸실 가구가 발생한 곳 인근에서는 전세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강남 4구가 더 올랐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또 '뉴타운 등 재개발로 인한 멸실로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잘못된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의 말 자체가 사실관계와 어긋난 것은 아니지만, '정상화'하는 전셋값 자체가 전세 수요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8일 시청 회의장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일부 지역에서 (전세가격 상승) 조짐이 보이는데, 뉴타운으로 인한 멸실 가구가 늘어나서라기보다는 지난해 경제위기로 떨어졌던 전세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라며 "뉴타운 관련 멸실 가구가 심각해지는 내년과 내후년이 더 염려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말대로 전세가격은 지난해 경제위기를 거치며 상당 폭 하락했다. 기준이 되는 주택 매매가격이 부동산 시장 급랭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9월 중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위기와 함께 심화된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올해 초까지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다 4월 들어서야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전세가격은 강북 14개구의 경우 올해 3월, 강남 11개구는 올해 2월 들면서 하락세가 끝났다. 올 한해 전세가격 변동률 역시 오 시장 말대로 뉴타운 개발이 이뤄지는 강북은 3.5%인 반면, 강남은 7.5%에 달해 주택 멸실이 전셋값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사실만으로 서울시가 최근 전세가격 상승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작년 여름에 많이 떨어진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표현이 맞다"면서도 "원래 전셋값 자체가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았는데, 작년은 그 가격거품이 빠지는 과정이었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정상화'하는 것을 두고 회복이라고 해야할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내년은 전세대란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번 국감에서도 오 시장은 물론 국회의원들까지 어느 정도 전세대란에 대한 어려움을 거론했으나, 실질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내년 전세대란이 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먼저 오 시장의 말대로 내년에는 재개발에 따른 멸실 문제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꼽힌다. 올해 초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내년 뉴타운 사업으로 인해 멸실되는 주택 수는 13만6346호에 달하는 반면, 공급 주택 수는 6만7134호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사실 때문에 최인기 민주당 의원은 '멸실가구 상한제' 도입 검토를 오 시장에게 요구했으며 오 시장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전세가격이 급락했었다는 점도 내년 전세대란을 불러올 요인이 된다. 통상 전세계약은 2년 주기로 하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 일부지역은 최고점대비 절반 가까운 가격에도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내년 경제가 크게 꺾이지 않는 한, 전세계약금이 상당폭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내년부터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일반 주택가에도 본격적인 재개발 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다. 내년은 향후 10년간 서울시 재개발 계획의 뼈대를 세우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10개년 계획 수립연도인데 지방선거가 맞물려 있다.
김 교수는 "단독주택 재건축 부문이 특히 문제다. 현재 대상지역만 서울시 내에 260군데에 달한다"며 "지방선거 때 각 후보자들마다 구역 재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움에 따라 전세대란이 올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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