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병헌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실 박노익 행정관은 지난 8월 초 KT, SK, LG 등 통신 3사의대외협력 담당 임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 : 코디마)에 모두 250억 원의 기금 출연을 요구했다. 박 행정관이 요구한 금액은 KT와 SK에 각각 100억 원씩, LG는 50억 원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인 코디마의 김인규 회장은 지난해 '정연주 사태' 당시 차기 KBS 사장으로 거론됐으며, 신설한 코디마 회장 취임 후에도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까지 거론되는 정권의 실세로 분류되고 있어 더 큰 비난을 사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이 이 대통령의 측근인사가 수장으로 있는 민간 조직의 기금조성을 위해 기업들을 압박한 것이기 때문이다.
▲ 코디마 홈페이지의 김인규 회장 인사말. |
코디마는 IPTV 사업 활성화를 위해 통신 3사와 지상파방송 4사, 위성방송 등 40여 개 업체가 함께 설립한 민간단체다. 관련 업계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일종의 이익집단인 셈이다.
전병헌 의원은 "IPTV 사업이 애초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고 적자까지 내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사업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통신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특정 사업과 언론특보 출신을 지원하려 기업들에 거액을 내놓으라 압박하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압박 속에 KT와 SK는 기금 출연을 결정했으나 LG가 난색을 표하면서 최종 기금조성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통신 3사의 한 관계자는 "강제로 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정권이 달라고 하니까 안 내겠다고 버틸 수도 없다"면서 "여러 정치적 작용도 있는 것이고 기관들의 작용도 무시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靑 "불법성 없다"…朴행정관 "동창모임하듯 찔끔찔끔 걷을 수 있나"
파문이 일자 청와대는 박노익 행정관이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기금 조성을 요구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협회 회원사들이 자발적으로 기금 모금을 결의한 것"이라면서 의혹을 일축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방송통신 선진화와 IPTV 사업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회원사들 간 협회를 만들어 기금을 육성하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라며 "통신 3사를 포함한 회원사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기금 모금을 결정한 사안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해당 행정관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기금 모금을 담당했던 직원인데, 지난 5월 청와대에 파견온 뒤 기왕 담당했던 업무에서 약속했던 모금 사안이 진척되지 않자 이를 독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면서 "불법성과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청와대 행정관이 업계 관계자를 불러 독려한 게 적절한 것이냐는 판단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 문제와 관련해선 해당 행정관이 한 일이 적절했는지, 오해 소지는 없었는지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노익 행정관은 "(250억 원이라는 기금은) 협회의 안정적 재원확보를 위해 필요한데, 매년 동창모임 하듯 찔끔찔끔 걷을 순 없다"면서 "특정인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5공의 화려한 부활"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해당 행정관이 방통위에서 파견한 직원이어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됐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불렀으니 '청와대의 뜻'으로 보이는 것"이라며 "5공 때 썼던 수법으로 5공의 화려한 부활"이라고 비난했다.
전병헌 의원은 "코디마에는 김인규 회장은 물론이고, 사무총장은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불교 및 장애인 상대 선거 유세 활동을 한 인물이며 이상득 의원의 비서 출신 인사 등 이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사람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면서 "대통령 측근들이나 실세들이 위세를 이용해 호가호위 하는 일들이 벌어지면 이명박 대통령은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시중 "기금 모금은 협회 스스로 해야 할 일"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도 "분명한 부당한 압력"이라며 "대명천지에 이런 '준조세' 같은 권위적인 압력이 이뤄질 수 있느냐"고 몰아붙였고,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적절하지 않은 일"이라고 시인했다.
이 의원은 특히 "일개 행정관이 아니라 방통위원장이 직접 나서 해당 업체도 설득하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는데, 최 위원장은 "우리가 나설 일이 아니라 협회(코디마) 구성원들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코디마 자체가 민간 기구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진상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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