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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연극, 무용, 음악극 등 모든 장르를 망라하며 우수한 국내 작품 뿐 아니라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유명 해외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의 정신적 물줄기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관객과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축제의 장이다. 동시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다. 공연 목록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번 예술제는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공연이 준비돼 있다. 이제 우리는 일정표를 확인하고 어떤 공연을 볼지 정하면 된다. 그런데 누구와?
◎ 우리는 떨어질 수 없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도 연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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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라 더 애절하고 신명나는 그들의 사랑이야기,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
[한국]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을 새로운 '로미오와 줄리엣'이 찾아온다. 이 작품은 국립창극단의 '젊은 창극' 시리즈로 2005년부터 시작돼 동시대의 감각에 맞는 새로운 창극 레퍼토리를 개발하고자 기획된 특별공연이다. 국립창극단의 2009년 첫 공연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창극에서 처음 시도되는 번안 작품이다. 이는 창극이 서양 고전 작품도 소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은 시대적, 지리적 배경을 한국화 했다. 국립창극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전라도 남원과 경상도 함양 사이, 팔량치 고개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다룬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두 주인공은 전라남도 남원 귀족 최불립의 딸 주리와 경상도 함양 귀족 문태규의 아들 로묘다.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문체를 잃지 않으면서도 우리 판소리 어법에 맞게 구성된 대사로 신명나고 가슴 아픈 우리 음악극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국립창극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또 다른 특징은 우리 전통 연희의 축제 판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로묘와 주리가 만나는 백중날의 놀이판에서는 탈춤, 버나돌리기, 꼭두각시놀음 등 다양한 전통연희가 이어진다. 이번 공연은 원작의 깊이와 문체를 최대한 수용하면서도 우리의 전통 어법과 춤으로 되살려 창극이 하나의 예술장르임을 보여주고자 기획됐다. 인류 보편의 심성을 공유하는 국립창극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10월 14일과 15일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 축구와 무용의 절묘한 조합, 아트 사커를 만나는 무용 '축구 예찬'
[노르웨이] 가장 인기 있는 구기 종목으로 알려진 축구는 더 이상 남성만의 스포츠가 아니다. 이제 축구는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오락이 됐다. 오는 11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축구의, 축구에 의한, 축구를 위한 무용극 '축구 예찬(A Dance Tribute to the Art of Football, 1998)'이 공연된다.
'축구 예찬'은 축구의 모든 것을 무용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축구 경기에서 볼 수 있는 신체적 움직임과 다양한 상황들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경기장에서 느낄 수 있는 에너지와 땀을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무대 위에 등장한 4명의 축구 선수들은 끊임없이 달리고, 드리블을 하고, 태클을 걸고, 슛을 하며 경기장을 누빈다. 승부에 집중하는 선수들과 관중들로 언제나 뜨거운 축구장의 열기는 상징적인 음향과 조명, 무용수들의 과장된 몸짓을 통해 전달된다. 실제로 무대 위에 존재하지 않는 공을 쫓는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관객들로 하여금 공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극장 안에 축구장을 완벽히 재현할 이번 공연은 다이나믹한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축구에 대한 사실적 묘사를 추구한다. 또한 유머 가득한 표현들로 작품에 생동감을 더함은 물론 무용과 스포츠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유쾌한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축구의 오락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무용의 미학적 측면을 무겁지 않게 부각시킬 무용 '축구 예찬'은 10월 20일과 2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 애인이 대수냐, 우리는 가족과 함께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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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지금 누구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 무용 '디 에이지'
[호주] 이것이 진정 현대 무용인가? 아니면 연극인가? 우리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장르의 경계를 교묘하게 가로지르는 무용 '디 에이지(The Age I'm In)'가 공연된다. 무용 '디 에이지'는 호주 사회의 현주소를 신랄하면서도 위트 있게 풀어나가는 작품이다. 2002년 헬프먼 어워드에서 최우수 여자 무용수상을 수상한 케이트 챔피언의 지휘 아래, 15세에서 80세까지의 무용수들이 각 세대별 평범한 가족이야기를 표현한다. 더불어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풀어놓는다.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이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가'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한다. 포스 마주르 무용단은 이 철학적 심오함을 무용수의 신체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스크린과 녹음된 사람들의 인터뷰 목소리, 단순하지만 강렬하고 몽환적인 조명을 통해 춤으로 표현한다. 수십 명의 인터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들은 무대 위 무용수들의 목소리가 아니다. 이들의 완벽한 립싱크와 마임은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여러 세대 각각의 이야기를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다양한 언어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세대 간의 갈등이나 불가의 상황들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이 공연만의 특성이자 재미다. 특히 다섯 세대에 걸친 가족의 생활을 보여줌에 있어 최신 시청각 기술과 독특한 신체언어를 활용하는 것 또한 작품의 묘미다. 무용수들이 들고 움직이는 작은 평면 스크린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에서부터 매우 정교한 누드 영상까지 담고 있으며, 이는 가히 무대 위 새로운 영상 언어의 출현이라 할 수 있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전통적 가치를 발현하는 무용 '디 에이지'는 10월 30일과 31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 시간이 멈추어버린 극장에 따뜻한 이야기가 찾아온다, 음악인형극 '시간극장'
[한국] 철거를 앞둔 오래된 극장에서 꿈같은 이야기가 벌어진다. 낡고 초라해져 곧 허물어질 시간극장과 그 곳에 온 인생을 바친 목수 할아버지 고마치. 고마치 할아버지가 시간극장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룻밤의 일이 꿈처럼 농담처럼 혹은 오래된 일기처럼 펼쳐진다. 이제 낡고 오래된 것을 없애려는 사람들과 낡고 오래된 것이 가진 마법의 힘을 믿는 고마치 할아버지의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인형음악극 '시간극장'은 인형극 동시에 실험극이다. 공연에 등장하는 모든 인형은 손으로 하나하나 깎고 조립해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인형을 연극 표현의 새로운 채널로 활용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되 인형극이라는 형식적 제한에 갇히지 않는다. 인형과 배우가 공존하는 무대, 그 둘 사이의 이질감을 오히려 극적인 장치로 활용한다. 단순하면서도 정밀한 오토메타 기계장치가 곧 무대 위의 무대를 만들며 기존 인형극이 다가설 수 없는 새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관객은 인형음악극 '시간극장'을 통해 실제 배우와 인형이 만들어내는 서로 다른 질감의 무대를 체험하고 현실과 환상이 교차되는 듯한 경험을 즐기게 된다. 더불어 아름다운 음악과 세련된 비주얼, 감성을 자극하는 따뜻한 이야기가 어우러진 독특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인형음악극 '시간극장'은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 불타는 산에 가로막혀도 삼장법사와 손오공은 끄떡없다, 천극 '불타는 산'
[중국] 2009년, 중국 최고의 천극 공연을 타고 서유기의 세계로 날아갈 기회가 생겼다. 천극은 곤극, 경극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전통극의 한 갈래로 사천 지역에서 유래한다. 천극은 다른 전통극에 비해 연출기법이 세련되고 생활의 정취가 풍부하게 묻어나며, 춤이나 노래보다 연기에 더 중심을 둔다. 천극 '불타는 산'은 손오공의 신화를 통해 중국 천극 전통예술이 보여주는 독창적인 검보(가면)와 무술 등의 연기 기법을 심도 있게 보여줄 예정이다.
천극 '불타는 산'은 서유기에 나오는 이야기들 가운데 '손오공 꾀로서 파초선을 훔쳐오다'를 각색한 작품이다. 손오공은 관음보살의 명령으로 당나라의 고승 현장법사의 제자가 된다.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간 그를 보호하기 위해 손오공은 요괴들을 물리치며 온갖 고생을 한다. 서역을 향한 험난한 여정을 이어가던 현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은 생각지도 못한 '불타는 산'에 둘러싸이고 만다.
현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의 모험을 그린 천극 '불타는 산'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배우의 얼굴을 바꾸는 기술 변검(變臉)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불을 뱉어내는 토화(吐火), 투구 위에 달린 긴 공작깃을 이용한 영자공(翎子功)등 천극만이 갖고 있는 다양한 기법들도 볼 수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잊을 수 없는 중국 전통예술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전통극의 한 갈래 천극 '불타는 산'은 10월 20일, 21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 애인도 없고 같이 볼 가족도 없다, 그래서 혼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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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쥬와 함께라면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필요 없다, 연극 '세르쥬의 효과'
[프랑스] 소소한 일상의 단조로움을 뒤집는 괴짜가 온다. 안개가 자욱한 뒤뜰에서 우주복을 입고 등장하는 세르쥬, 그는 다른 행성에서 온 듯한 인물로 관객과의 거리감을 설정한다. 등장하면서부터 내보이는 그의 우스꽝스러운 움직임과 대사들은 그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임을 알려준다. 세르쥬의 아파트로 설정된 소박한 세트는 이 괴짜 주인공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관객은 그 우스꽝스러움에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연민을 느끼고, 또 서서히 주인공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연극의 거창한 주제나 복잡한 플롯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 세르쥬의 소박한 세계에 집중하여 현대사회의 이슈를 가벼운 아이러니로 풀어나간다. 세르쥬의 연출로 친구들에게 선보여지는 공연은 단순히 보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메타 연극적 성격을 가지기도 한다. 음악과 조명, 불꽃, 레이저 등의 특수효과로 채워지는 그의 작은 아파트는 일상의 공간을 넘어 축제와 소통의 장이 된다. 화려한 음향과 영상을 동원한 최첨단 게임은 없지만 친구들과 와인을 먹으며 담소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이 아날로그적 감성의 연극은 일요일이면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대는 데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사람이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연출가 필립 켄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개하는 다양한 텍스트와 연극적 요소들의 유기적 만남 또한 놓칠 수 없는 이 작품의 포인트다. 2009년, 다함께 세르쥬의 집으로 놀라가자. 연극 '세르쥬의 효과'는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 당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 연극 '도살장의 시간'
[한국] 연극은 하나의 현실이면서 동시에 허구다. 허구를 현실처럼 재현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지고 연극을 만드는 사람의 정서는 진실하다 못해 엄숙하고 신념에 차 있다. 허구를 진실처럼 받아들일 뿐 아니라,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또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기도 하다.
연극 '도살장의 시간'은 이승우의 단편소설 '도살장의 책'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 '도살장의 책'은 현실과 비현실, 허구의 경계가 사라진 공간에서 펼쳐지는 사건을 통해 문학의 위기와 몰락을 암시했다. 지나친 애착과 비틀린 사랑이 불러오는 위험과 파멸을 상징하기도 했다. 도서관이지만 도살장이라는 과거를 가진 공간을 배경으로 한 연극 '도살장의 시간'은 천편이라는 인물과 그 인물의 내면을 그려낸다. 마치 순결한 염소의 목을 치는 제사장처럼 아무 연관 없는 도서관 사서의 순결을 짓밟고 희생케 하는 천편을 들여다본다. 그것이 바로 그의 내면이다. 슬픔이든 사랑이든 집착의 깊은 늪. 이제 우리들의 내부를 들여다보자. 연극 '도살장의 시간'은 10월 27일부터 11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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