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4대강 정비'에 대해서 정부는 이미 2006년에 97% 이상이나 끝났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4대강 정비'를 또 한다는 것인가? '알밥', '우뻘', 그리고 '바보'들은 아직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를 것이 분명하니 이에 대한 자세한 보도를 다시 길게 인용한다. 이미 지난 연말에 이 기사를 인용해서 발표문도 작성했고 칼럼도 썼지만, '알밥', '우뻘', 그리고 '바보'들은 자신들을 위해서도 이런 글들을 열심히 찾아서 읽고 깨우쳐야 할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무조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선전만을 열심히 되뇌이고 퍼트리고 있다. 그렇게 해야 막대한 사업비, 보상비, 그리고 투기이익의 '단맛'을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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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의 하천 정비 작업이 이미 2006년 97% 이상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운하 대신 내건 4대강 유역 정비는 근거가 없는 계획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5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의 2006년 하천정비기본계획 수립현황과 하천별 정비현황, 치수사업의 민간위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낙동강·영산강·금강·한강)을 포함한 국가하천의 개수율은 97.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수율은 하천의 정비가 필요한 구간 가운데 정비를 마친 곳의 비율이다. 따라서 4대강의 경우 더이상 정비할 곳이 거의 없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하천 중 정비가 필요한 3114㎞ 구간 중 2006년까지 3031㎞(97.3%)가 정비를 마쳤고, 나머지 83㎞(2.7%)는 2011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업목적은 국가하천의 제방을 축조하고 노후 제방을 보강해 홍수피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환경보전상태가 열악해진 하천의 환경성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국가하천 외에 지방1급 하천도 93.8%(1139㎞)가량 정비공사를 마무리했다. 2급 지방하천의 개수율도 80%(3만2264㎞)에 달했다. 주요 하천의 정비사업은 거의 마무리된 만큼 새롭게 치수사업을 벌일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4대강 등 주요 하천의 치수 사업은 오래 전 시작해 사실상 마무리됐다면서 치수를 위해 추가로 하천을 재정비한다는 얘기는 솔직히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치수사업은 대운하 반대여론을 잠시 비켜가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하천정비는 강바닥을 파고 둑을 높이는 공사여서 대운하와 비슷하다. 또 공사비가 모두 세금으로 충당된다. 따라서 대운하 건설에 100% 민자로 참여해야 하는 건설업체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또 세금으로 하천을 정비해 대운하 건설의 토대를 닦아놓으면 대운하 사업비를 낮출 수 있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4대강 치수 2006년 97% 넘어…정부, 정비 나설 명분 없어', <경향신문>, 2008년 5월 26일)
'4대강 살리기'의 핵심은 단군 이래 최대의 준설을 기반으로 무려 20개에 이르는 대형 보와 대형 댐의 건설을 일시에 강행하는 단군 이래 최대의 토건사업이다. 이미 서울대 김정욱 교수가 지적했듯이 '4대강 살리기'가 정말 '강 살리기'라면 최소한 단군 이래 최대의 준설과 20개에 이르는 대형 보와 대형 댐의 건설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이미 서울대 이준구 교수가 지적했듯이 나라를 망치는 후진적인 토건경제를 강화해서 토건망국을 향해 질주하는 것일 뿐이다.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4대강 죽이기'이고 '대운하 살리기'이다. 정말로 '대운하'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단군 이래 최대의 준설을 비롯해서 대형 보와 대형 댐의 건설은 불필요하다.
1961년 4월 12일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인류 최초로 우주선을 타고 지구궤도를 한 바퀴 도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그는 인류 최초의 '우주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지구를 본 최초의 '지구인'이 되었다. 그는 지상의 관제소와의 교신에서 "지구는 푸른빛이다. (…) 너무나 멋지고 놀랍다"고 말했다. 그렇다. 지구는 푸른 별이다. 왜 그런가? 바로 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지구는 생명의 별이 되었다. 사실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을 보면 지구는 파란 바탕 위에 커다란 흰 무늬들이 물결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파란 색은 바다와 강이고, 흰 색은 구름과 빙산·빙하이다. 모두 물이다. 지구가 이렇게 푸르고 흰 별이기에 우리가 있을 수 있었다.
지구에는 약 14억 세제곱킬로미터의 물이 있다고 한다. 이 양은 줄어들거나 늘어나지 않는다. 그 중에서 97.5%가 바닷물이거나 소금기가 있는 물이며, 2.5%만이 우리가 그냥 쓸 수 있는 민물이다. 그런데 사실 민물의 대부분도 빙산이나 빙하(69%)나 지하수(30%)로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직접 쓸 수 있는 하천과 담수호의 민물은 전체 민물의 0.27%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로도 우리는 큰 문제없이 물을 쓰며 살 수 있다. 그러나 인구의 증가, 오염의 증대, 그리고 지구 온난화에 따라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은 크게 줄어들고 있고, 심지어 물이 순환하는 생태계 자체가 파괴되고 있다.
진정한 '강 살리기'는 무엇보다 유한한 물을 무한히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생태계를 지키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것은 강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강은 단순히 많은 민물이 흐르는 물길이 아니다. 강을 물길로 쓸 수도 있지만 그것은 강의 작은 기능에 불과하다. 강은 숱한 생명을 키우고 살리는 생태계이다. 강은 산과 바다를 하나로 이어주는 생명의 젖줄이다. 강은 지표수의 대표일 뿐만 아니라 지하수의 원천이다. 이러한 강은 이를테면 물과 그릇으로 이루어져 있다. 강바닥과 강 주변이라는 그릇이 있어서 그곳으로 물이 흐르는 것이다. 강은 강물뿐만 아니라 강바닥과 강 주변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진정한 '강 살리기'는 이 모든 것을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
근대화는 직강화, 콘크리트화, 대형 댐 건설, 하구언 건설 등으로 강을 대대적으로 파괴했다. 생태 위기가 격화되면서 이러한 근대적 강 개발은 갈수록 강 파괴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게 되었다. 사실 '선진국'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자연을 도구화하는 근대적 자연관 자체가 심각한 개혁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의 근대화는 불행히도 자연의 도구화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식민지 근대화로 시작되었다. 더욱 불행한 것은 해방 이후에 식민지 근대화를 더욱 강화한 독재의 근대화가 강행되었다는 것이다. 1970년대 초에 유인호 교수가 이 문제를 지적하는 최초의 경제학 논문을 발표했지만,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급변의 기로에 서 있다.
▲ 진정한 '강 살리기'는 지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식으로는 불가능하다. ⓒ프레시안 |
진정한 '강 살리기'는 직강화, 콘크리트화, 대형 댐 건설, 하구언 건설 등을 전면적으로 재고하고 개혁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하기 위해 30조 원을 쓸 필요는 없고, 22조 원을 쓸 필요도 없으며, 16조 원을 쓸 필요도 없다. 불과 몇 조원의 혈세만을 쓰는 것으로 진정한 '강 살리기'는 이루어질 수 있다. 16조 원이나, 22조 원이나, 30조 원의 막대한 혈세는 복지, 교육, 문화, 의료, 지역에 투여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진정한 선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진정한 '강 살리기'는 '진정한 선진화'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혈세를 탕진하고 소중한 국토를 파괴하는 토건국가의 극단화는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에 해당되는 것일 뿐이다.
누가 왜 강을 죽이려 하는가? 강이 죽는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강이 죽는다면, 후손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강이 죽는다고 해도, 소수의 부유층은 아무런 해를 입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강이 죽는다고 해도, 빈곤층은 말할 것도 없고 중산층과 서민층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을 수 있을까? 강을 죽이는 데 쓰일 막대한 혈세를 복지, 교육, 문화, 의료 등에 쓴다면, 이 나라는 곧 환경 질과 사회 질이 모두 뛰어난 '선진국'이 될 것이다. 답은 분명하다. 한가위 대보름달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환하게 밝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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