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울 종로지역위원장인 손 전 대표는 30일 오후 지역위원회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며 공개석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말끔한 모습은 칩거하던 때와 사뭇 달랐다. 한 측근 인사는 '손 전 대표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이발을 하고 수원에 방도 잡았다"고 전했다.
▲ 30일 종로지역위원회 행사에 참석한 손학규 전 대표. ⓒ뉴시스 |
"크게 베팅한 것 같다"
손 전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내가 나가 승리하는 것보다 현재 장안 지역위원장이고 그 지역의 신뢰를 받는 이찬열 후보가 나가 승리하는 것이 훨씬 값지다"면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지역구를 '지킨' 배경을 설명했다.
손 전 대표는 이미 수원지역 인사들과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고, 후보와 선대위원장이 결정됐기 때문에 이번 추석 연휴부터 본격 선거운동에 나설 전망이다.
'본격 정치재개' 해석에 대해 손 전 대표는 "당의 부름을 받고 선거를 위해 잠시 나온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에게는 이번 선거에 담긴 의미가 적지 않다.
당 내에서는 장상 최고위원을 수원 장안에 전략공천하는 방안이 제기돼 끝까지 격론이 벌어졌지만, 결국 '손학규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이찬열 지역위원장이 후보로 낙점됐다. 따라서 손 전 대표에게 주어진 '당선 책임'은 더 커진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측근 인사는 "손 전 대표가 이번에 베팅을 크게 한 것 같다"고 기대반, 걱정반의 반응을 나타냈다.
만약 이찬열 후보가 당선되면 손 전 대표는 '지역 인사', '정치 신인' 중용이라는 명분을 얻게 된다. 그는 불출마 성명에서 "가능성 있는 병사를 장수로 만들어 장수 군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승리할 경우 당장 당에 돌아올 수는 없어도 춘천으로 돌아가 나머지 '칩거'를 마무리하더라도 전리품을 챙겼기에 언제든 개선장군처럼 돌아올 수 있다. '리더'로서의 강한 이미지도 남길 수 있다.
반대로 이찬열 후보가 낙선할 경우 손 전 대표 역시 정치적 피해가 적지않다. 그는 지난 4.29 재보선에서도 '당의 부름'에 따라 부평과 시흥에서 선거운동을 벌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직접 출마 제안을 뿌리치고 "내가 나가지 못하는 만큼 그 이상 뛰어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내겠다"고 공언했다. 수원 장안만큼은 정세균의 선거가 아니라 손학규의 선거가 돼버린 셈이다.
선거에 패배했을 경우 또다시 칩거에 들어가는 것도 모양새가 초라하고,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상대 후보는 박찬숙 전 의원으로 지역구를 갈아타고 출전했지만 인지도 등의 측면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수원 장안은 손학규의 선거"
손 전 대표도 "현재 여당 후보에 비해 약간 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찬열 후보가 지역적 신뢰를 기반해 주민들에게서 신망을 획득해왔다"며 "나와 경기도 출신 의원들이 열심히 도울 것이기 때문에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15대 총선에서는 자민련 이병희 후보가, 16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박종희 후보가,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심재덕 후보가, 18대 총선에서는 다시 한나라당 박종희 후보가 당선되는 등 표심이 한 쪽으로 쏠리지 않는 곳이다. 이번 재보궐 출마를 선언한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도 17대 총선에서 12%의 득표력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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