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열린 국회 본회의장 문이 1시간 30분 만에 다시 닫혔다. 열린우리당은 김원기 의장과 협의를 거쳐 28일 오후 2시부터 본회의 개의를 시도했다. 그러나 정족수에 턱없이 못 미치는 70여 명의 의원들만 모여 다음 날 같은 시각에 모이자는 맥없는 약속만을 남긴 채 본회의장 문은 다시 닫힌 것.
***본회의 무산은 이미 예견된 사태**
맥없는 본회의 무산은 한나라당의 계속되는 장외투쟁과 허준영 경찰청장의 버티기에서 비롯된 민주당, 민주노동당과의 관계 경색 등으로 인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의사일정을 확정하기 위해 이날 오전 열렸던 국회 운영위원회 조차 여당 단독으로 겨우 정족수를 맞춰 열렸다. 운영위 위원장인 정세균 의원은 2006년 예산안과 지난 정기국회 미처리 안건 등을 처리하기 위해 28일부터 사흘 간 본회의를 개최한다는 안건을 상정하고 5분만에 통과를 선언한 뒤 산회를 선포했다.
김부겸 우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역시 이날 오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28일)부터 본회의를 개의토록 노력하겠지만 성사되기 어렵다"며 "30일에는 반드시 본회의를 성사시켜 주요 안건들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 의원은 "연말까지 오후 동안만이라도 다른 약속 잡지 말고 국회 주위를 떠나지 말라"는 신신당부를 곁들였다.
***심드렁한 여당 의원들**
이런 탓에 이날 우리당 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에서도 본회의를 열겠다는 의지보다는 '생색내기'를 위해 억지로 참석한 듯한 인상이 강했다. 물론 여당 의원 144명이 모두 모여도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의원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았겠지만 본회의 예정시각인 오후 2시에서 30분이 지나도록 본회의장에는 30여 명의 의원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의원 숫자는 조금씩 늘어 3시가 가까워 진 시각에도 가까스로 70여 명을 헤아릴 수 있을 정도였다. 답답한 표정도 없이 여당 의원들은 회의장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눴다.
너무 분위기가 잡히지 않은 탓인지 오영식 공보부대표가 "자리에 착석해주십시오. 자리에 참석해서 말씀들 나누세요"라고 주문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하릴없는 약속, "내일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자"**
지루한 시간이 계속되고 웹 서핑에 몰두하는 의원들이 하나둘 늘어나던 오후 3시 30분 오영식 공보부대표가 다시 나섰다. "한나라당이 여전히 의사일정에 협조하지 않고 장외에 나가 있어 오늘은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내일 2시에 이 자리에서 다시 모이겠습니다."
좀이 쑤셔하던 의원들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순식간에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고사하고 민주당, 민노당도 자신들이 협상 카드로 사용되고 있다는 괘씸함과 '배째라' 식으로 버티고 있는 허준영 경찰청장에 대한 분노가 맞물려 본회의 재개에 부정적이어서 29일 본회의도 개의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사학법 갈등, 농민 사망 사건 등과 관련해 "여당은 말로만 '국회 정상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실천을 보여야 한다"는 야당의 비판 앞에 여당이 이날 본회의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또 한번의 '쇼' 이상이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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