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현대차, 현대중공업 따라가나?…'중도 실리' 노조집행부 탄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현대차, 현대중공업 따라가나?…'중도 실리' 노조집행부 탄생

금속노조 노선에 반기…민주노총에도 타격 우려

현대차 조합원들이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 15년 만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집행부 선거 결과, '중도 실리' 노선의 이경훈(49) 후보가 당선됐다. 전체 투표자 가운데 52%의 득표율을 보였다. 이경훈 후보는 '중도 실리' 노선이 마지막으로 선거에서 이겼던 1994년 이영복 집행부의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금속노조는 핵심이라 불리는 현대차 조합원들이 실리 중심의 이경훈 후보를 선택함에 따라 출범한지 3년 만에 큰 위기를 맞게 됐다. 금속노조가 내세웠던 산별노조의 2가지 원칙인 1사 1조직과 지역지부 재편도 상당 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현대중공업 노조의 뒤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중도 실리' 이경훈 후보, 7번 도전 끝의 '선거 승리'

▲ 현대차지부가 25일 밝힌 집행부 결선투표 결과, 이경훈 후보는 기호 3번 권오일(43) 후보를 2248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연합뉴스
현대차지부가 25일 밝힌 집행부 결선투표 결과, 이경훈 후보는 기호 3번 권오일(43) 후보를 2248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전체 투표자 4만288명(투표율 89.9%) 가운데 2만1177표를 얻었다. 권 후보는 1만8929표로 46.9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는 투표 결과에 따라 오는 10월부터 2년 동안 현대차지부장을 맡게 된다.

이 후보의 도전은 7번째 만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지난 1994년 이영복 전 노조 위원장 시절, 수석부위원장으로 함께 집행부를 꾸려 온 인물이다. 현대차노조는 설립 이후 처음으로 그해 파업이 없이 임단협을 타결했다.

그는 이영복 집행부 이후 1997년부터 내리 6차례 선거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경훈 "투쟁보다 안정을, 명분보다 실용을 선택한 것"

이경훈 당선자는 중도 실리 노선을 추구하는 '전진하는 현장노동자회(전현노)'라는 의견 그룹에서 내세운 후보였다. 이 전현노는 현대차 내의 의견 그룹 가운데 가장 오른쪽으로 분류된다.

스스로 "나는 중도실리가 아니라 중도실용개혁"이라고 밝힌 이경훈 당선자는 이날 "조합원들이 투쟁보다 안정을, 명분보다 실용을, 관념보다 개혁을 선택한 것"이라고 선거 결과를 평가했다. 그는 "현장을 무시하는 잘못된 금속노조를 바꿔 스스로 고용을 지켜내고 우리 몸에 딱 맞는 한국적 금속 산별노조로 탈바꿈 시키라는 주문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울타리 해소를 강조하고 있는 현재의 금속노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 이 당선자는 선거 기간에도 "현대차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생색내기식 총파업의 동원부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당선자는 또 "(선거 결과는) 이념과 명분에 집착해 현장과 동떨어진 생색내기식 파업으로 노동귀족으로 매도당하고 국민의 외면과 사회적 고립을 자초하는 기존의 낡은 방식의 민주노조운동이 아니라 조합원과 소통하고 정파를 초월해 주민과 상생하는 제2의 민주노조운동을 실천하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금속노조의 야심찬 꿈, 중대한 좌초 위기

이경훈 집행부의 당선으로 당분간 현대자지부는 기업 내의 고용안정 등의 문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는 새 집행부가 가장 중점을 둘 사안으로 "현대중공업과 기아자동차에 비해 뒤처진 10년의 성과를 되찾고 주간연속2교대제, 생산직 월급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는 기존 금속노조의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산별노조가 완성될 때까지 교섭권, 파업권, 체결권을 기업지부에 과감히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해 '기업의 울타리를 벗자'는 금속노조의 원칙을 거부함을 분명히 했다.

결국 공장의 울타리를 넘어 전체 금속산업 노동자의 단일한 노조가 되겠다는 금속노조의 출범 당시의 야심찬 목표는 중대한 좌초 위기에 놓인 것이다. 나아가 출범 3년이 되도록 현대·기아차 등 주요 완성차의 산별교섭 참가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금속노조가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한 그룹의 기아차와 현대차의 노사관계가 같은 길을 간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최소한 향후 2년 간 현대기아차가 금속노조 산별교섭에 참여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또 기업지부를 해소하고 지역지부로 재편하는 조직체계도, 한 사업장의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하나의 지부 혹은 지회로 묶이는 '1사 1조직'도 당분간 실현이 불투명해졌다.

최악의 경우, 당장은 아니더라도 현대차가 현대중공업의 뒤를 따를 가능성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4년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외치며 분신한 하청 노동자를 외면하다 당시 금속연맹에서 제명됐다. 현대중공업은 제명을 기회 삼아 완전히 민주노총과 결별했다.

때문에 현대차지부의 선거 결과는 금속노조 뿐 아니라 역시 총파업의 핵심 동력으로 현대차만을 바라보는 민주노총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조운동이 자기반성 시작해야"

현대차지부의 선거 결과를 계기로 민주노조운동 진영이 자기반성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점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부장은 "이런 결과는 현대차 조합원들의 보수화 때문이라기보다는 지난 15년 동안의 현대차 집행부가 연대보다는 눈앞의 실리만을 추구해 온 탓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쌍용자동차지부의 파업 등 '우리 회사일이 아닌' 사안에서 완성차노조의 기존 집행부가 보여 온 태도가 이경훈 후보 측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여름 온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쌍용차 노동자의 77일의 파업 기간, 현대차지부는 부분 파업조차 단 한 차례도 참가하지 않았다.

▲ 실제 지난 여름 온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쌍용차 노동자의 77일의 파업 기간, 현대차지부는 부분 파업조차 단 한 차례도 참가하지 않았다.ⓒ프레시안

박점규 부장은 "조합원들은 '어차피 실리라면 더 완벽한 실리를 택하자'고 생각한 것"이라며 "비정규직을 껴안지 못하고 조합원을 자기 이익에 갇히게 만든 민주노조운동 스스로의 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최근 공무원노조 3조직이 조직 통합과 함께 상급단체로 민주노총을 선택하면서 잠깐 화색이 돌던 민주노총의 앞날이 험난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