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시간 후, 더욱 놀라운 뉴스가 나왔다. 패니매가 리먼브러더스를 통해 총 50억 달러(약 6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채권을 오는 30일까지 발행키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부동산시장의 폭발기였다. 온갖 부채담보부증권이 가라앉을 줄 모르는 주택시장을 발판으로 쉼 없이 팔리고 있었다. 이렇게 부동산 시장이 좋은데 모기지업체가 수십억 달러의 급전이 필요하다니?
▲<상식의 실패>. 컬처앤스토리 펴냄. ⓒ프레시안 |
그러나 이 영광의 시기는 결국 거품이었음이 입증됐다. 이미 2005년 초봄에 채권시장에서 미약하나마 이상신호가 감지됐으나, 월스트리트의 모든 사람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리고 2008년 9월 15일, 로렌스가 인생을 걸었던 월스트리트는 거짓말처럼 무너져 내렸다. 원인은 '상식의 실패'였다.
<상식의 실패>(컬처앤스토리 펴냄)는 158년 금융제국의 몰락을 생생히 지켜본 내부자가 쓴 '월스트리트 몰락의 역사'를 담고 있다. 리먼의 몰락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다. 공통점은 모두 '당연히 지켜야 할 상식적 행동을 어겼다'는 점에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당시 CEO였던 리처드 풀드의 독재가 문제였다. 그는 돈을 많이 번다는 이유로 내부의 경고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VIP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며, 측근들의 듣기 좋은 말만을 들으려 했다. 결국 리먼이 침몰하기 바로 직전, 간부들이 '독재자'에 맞서 사내 쿠데타까지 일으켰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31층 회장실로 쳐들어간 간부들은 풀드에게 심복들을 모두 쳐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원인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상식을 흐리게 한 월스트리트 자본가들의 탐욕이 자리 잡았다. 첫 번째 빗장은 2000년 말에 풀렸다. '상품선물현대화법(Commodity Futures Modernization Act)'이 그것이었다. CFMA의 주요 목적은 신용부도 스와프(CDS, Credit Default Swap) 거래와 관련된 모든 규제를 풀자는 것이었다. 금융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든 첫 요인이 이렇게 생겨났다.
뒤이어 월스트리트 상업은행가의 탐욕이 결국 1933년 대공황에 대한 반성으로 생겨난 '글라스-스티걸 법'을 폐기시켰다. 월가의 모든 은행들이 탐욕을 마음껏 분출할 수 있게 됐다. 서브프라임, 곧 주택시장은 그들의 탐욕이 닿은 많은 시장 중 하나였을 뿐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이제 리먼의 역사는 끝이 났다. 그러나 이 책이 주는 교훈은 남는다. 상식을 지키지 않는 시장은 반드시 패망한다는 것. 우리는 과연 지난해 그 사태에서 교훈을 얻었는가. 금융시장의 규제를 풀자는 자본시장통합법, 금산분리 완화 등이 척척 진행되고 있다.
더 멀리 갈 것도 없다. 한국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바로 지난해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려 했었다. 이 책에는 당시 내부자로서 생생히 지켜본 관련 비화도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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