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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분만을 원하세요? 여기 주목!"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佛手散 처방

'불수산 지으러 갔다 금강산 구경'이란 고사가 있다. 조선시대 기인으로 꼽히는 정수동의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부인이 산고를 겪는 것을 보고 '불수산' 약을 지으러 가다 길에서 친구를 만나 그만 금강산을 구경하고 왔다는 이야기다. 불수산은 예전에 출산을 위해 먹던 가장 보편적인 한약 가운데 하나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시쳇말로 간이 크다 못해 부은 분이다. 그래도 덕망이 상당해 추사 김정희와 깊이 교유하며 시집 <하원시초>를 쓴 시인이기도 하다.

3·1 만세운동을 주도한 33인 가운데 한 분인 만해 한용운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불수산을 지으러 갔다가, 일본 경찰에 쫓기자 사립문에 불수산을 걸어놓고 출가해 버렸다. 독립 만세운동에 참가한 모든 사람이 변절해도 끝까지 지조를 지킨 분다운 '처절한' 선택이다.

▲ 자연분만은 산모, 아이의 심신의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프레시안
세월은 변해 제왕절개술로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가 37.7%에 이른다. 병원도 마취도 수술도 없는 옛날에 어떻게 산고를 이겨냈을까 하는 궁금증은 지금 의료 수준으로 볼 때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 해답이 "부처님 손처럼 부드럽게 아기를 낳도록 도와준다"는 뜻의 불수산이다.

이 처방의 다른 이름이 개골산(開骨散)이다. 풀이하면 현대 의학적 의미를 그대로 내포하고 있다. 출산에 관련된 하복부의 치골결합을 열어서 산도(아기가 태어날 때 지나는 길)를 넓혀 준다는 뜻이다.

이 처방에 포함된 약물은 당귀와 천궁이다. 당귀는 당귀부(當歸夫)의 준말이다. 임신하지 못해 신랑 곁을 떠나야 했던 불임 여성의 자궁을 튼튼하게 한 뒤, 다시 남편에게 돌려보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 실험 결과도 이런 작용과 효과를 뒷받침한다. 임신한 개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자궁 근육에 대부분 수축 작용을 일으킴으로써 출산을 돕는 게 증명됐다. 그리고 임신 전의 개의 자궁 근육을 이완시켜, 피를 잘 돌게 해 국소의 영양을 좋게 하고, 자궁 발육을 돕는다.

당귀는 곱고 붉은 꽃을 피운다. 이것은 붉은 혈을 상징하고, 매끄러운 기미로 물의 본성을 띤 혈의 성질을 내포한다. 한의학적으로 간장, 심장, 비장에 필요한 혈을 생산해 채워줌으로써 혈이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려보낸다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천궁(川芎)은 물속의 바람이다. 바람이란 에너지의 다른 표현으로, 혈을 잘 움직여 흐르게 한다. 실제로 천궁 가지를 잘라 가로로 심어도 마디마다 뿌리가 나와 싹이 돋는다. 이렇듯 천궁은 무성한 생명력인 양기를 가졌기 때문에 막힌 것을 모조리 퍼뜨리며 도달하지 않는 곳이 없다. 바로 혈을 활발하게 움직여 여성성의 근원인 자궁을 튼튼하게 하는 약물인 셈이다.

필자도 한의학의 진리를 확인하고자 첫째 아이를 임신하였을 때 불수산을 투여했다. 처가가 산고를 많이 겪는 집안인 탓에 덧붙여 '달생산'이라는 처방까지 8개월쯤 복용시켰다. 달생산은 '축태음'이라고 불리는 처방으로 요즘 말로 태아를 다이어트해 쉽게 산도를 빠져나오도록 도와주는 약이다.

출산하고 보니 키는 보통 애보다 훨씬 컸지만, 체중이 3.2㎏ 남짓 마른 모습이었다. 지금도 그때 찍은 사진을 증거삼아 보관하고 있다. 직접 처방의 효능을 확인하고 나서는 가까운 지인에게도 권유해 대부분 만족했다.

인생에서 겪는 많은 고통 가운데 남자가 겪을 수 없는 유일한 고통이 산고이다. 자연 분만보다 더 좋은 출산법이 없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산고를 덜어주려던 옛 사람의 지혜를 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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