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간 격렬한 대립과 노조의 민주노총 이탈 등 큰 후유증을 겪은 후 완성된 계획안이지만 여전히 회생안이 법원에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최대주주인 상하이차의 감자비율이 낮아 경영실패 책임을 묻기에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쌍용차 최상진(가운데) 기획재무본부장이 15일 채무변제 및 감자 계획 등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민원실에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용원 경영지원실장, 최 본부장, 이상구 법무지원실장. ⓒ연합뉴스 |
회생계획안 제출…채무액 1.2조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쌍용차가 갚아야 할 돈은 모두 1조2321억 원에 달한다. 쌍용차는 채권 유형별로 변제 방법을 달리 선택했다.
먼저 산업은행 등에 갚아야 할 회생담보채권은 총 2605억 원이다. 이들은 100% 현금으로 갚되, 3년 거치 후 이자율 3.84%로 5년 동안 분할상환한다.
무담보 회생채권은 9716억 원이다. 이 중 43%(3933억 원)는 채권자(금융기관)에게 출자전환한다. 출자전환은 금융기관이 기업 빚을 탕감해주는 대신 주식을 취득하는 방법이다. 자연히 채무부담이 줄어들면서 회사 회생을 위해 쓸 수 있는 자본여력이 보존된다. 47%는 이자율 3.0%로 5년 거치 후 5년에 걸쳐 현금으로 나눠 갚는다. 나머지 10%는 면제받는다.
협력사 납품대금 등 상거래 채무는 1000만 원 이하의 소액 채권의 경우 5% 면제받고 95%를 2012년에 현금으로 일시 변제키로 했다. 1000만 원 이상 상거래 채권은 원금 5% 면제에 40% 출자전환으로 처리하며, 55%는 현금으로 변제한다.
상하이차 최종 감자비율 15대 1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감자계획이다. 이번 계획안이 그대로 추진되면 현재 총 1억2080만 주인 쌍용차 유통주식 수는 약 3713만여 주로 줄어들게 된다.
감자는 두 번에 걸쳐 나눠 진행된다. 먼저 대주주 상하이차와 일반주주 지분을 각각 5대 1, 3대 1 비율로 나눠 감자한다.
이에 따라 상하이차의 경우 보유지분 6200만 주(지분율 51.3%)가 1240만 주(620억 원)로 줄어든다. 회사 전체 자본금은 1차 감자로 인해 6040억 원에서 1600억 원이 된다.
이후 회생채권 중 출자전환되는 3933억 원이 자본금으로 합쳐져 자본금은 5533억 원으로 불어난다. 이를 다시 최대주주와 일반주주 가릴 것 없이 3대 1로 추가 감자한다. 최종적으로 상하이차는 15대 1, 일반주주는 9대 1 비율로 보유주식이 감자된다.
이번 2차 감자까지 완료하면 상하이차 보유지분은 413만여 주, 지분율은 11.2%로 떨어진다. 일반주주는 653만여 주(17.7%)를 가지게 되며 나머지 4982만 주(71.1%)는 출자전환 주주가 보유해 쌍용차 회생을 감시하게 된다. 최종 감자 후 자본금은 1844억 원이 된다.
이에 따라 상하이차는 형식적으로는 대주주로 남지만 채권변제가 끝나기 전까지는 이익배당을 받을 수 없고 의결권 행사도 할 수 없다.
"상하이차에 경영실패 책임 물어"…정말?
상하이차에 불평등한 감자비율을 적용한 이유에 대해 쌍용차 측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주식 소각을 실시하지 않은 대목에 이르러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혼란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최상진 쌍용차 기획재무본부장은 회생계획안 제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상하이차는 회생절차 개시 직전까지 경영권을 행사했다"며 일반 주주와 차별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쌍용차 측의 이번 조치는 대주주 책임을 묻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논평을 내고 "통상적으로 (경영실패 책임을 지는) 대주주의 경우 징벌적 의미에서 보유주식 전부를 소각시키거나 큰 비율로 감자를 실시한다"며 "이번 사태의 경우 상하이차가 쌍용차에 막대한 피해를 저질렀음이 이미 드러났는데도 이처럼 낮은 비율로 감자를 추진하고, 주주관계 변화 후에도 1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도록 한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 2004년 진로 사태의 경우, 지분 54.36%를 보유했던 장진호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은 경영실패 책임을 지고 보유주식 전량을 무상소각했으며, 나머지 주식은 30대 1의 비율로 병합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자본확충을 위해 대주주가 희생하며 무상감자를 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최 본부장은 "주권 전량 소각은 주주의 중대한 경영책임이 확인되거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되는데, 쌍용차는 두 경우 모두 해당 사항이 없어 징벌적 소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기술을 유출했다는 의혹은 검찰의 수사 단계에 있을 뿐이라며 유·무죄 판결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상하이차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노조의 큰 희생을 치르고 회생계획안을 만들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뉴시스 |
앞으로 전망은?…"회생 확신하긴 일러"
한편 이번 회생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법원이 의결 과정에서 이 계획안을 그대로 통과시킬지도 장담키 어렵다.
이날 제출된 회생계획안은 법원의 심사 과정을 거쳐 오는 11월 6일로 예정된 2차 관계인집회에서 다시 한 번 논의된다. 그 후 3차 관계인 집회를 거쳐 최종 의결된다. 3차 집회 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회생계획안 제출만으로 쌍용차의 미래를 점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쌍용차보다 덩치가 더 큰 GM대우 유동성 공급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이 섣불리 (쌍용차 회생 여부를) 판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쌍용차 측에서도 GM대우가 유동성 지원을 받은 후 법원 결정이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청산 가능성은 낮게 봤다. 그는 "한국에 자동차산업이 본궤도에 오른 후 청산 전례가 없다. 워낙 후유증이 크기 때문에 법원이 쉽게 이를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며 "과정이야 어찌됐든 노사가 합의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 채권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직 신차 개발 프로젝트가 자금조달 문제로 인해 성공적 이행 여부가 불투명하고,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 낙관만 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 쌍용차는 신차 C-200을 비롯해 향후 5년 간 5종의 신차를 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산은에 구조조정용 자금 1300억 원을 지원받은데 이어 부평공장을 매각해 280억 원을 충당했다.
최 본부장은 "주주와 채권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M&A를 추진할 것"이라며 "해외 기업 등 일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차 때처럼 외국 기업에 섣불리 매각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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