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건설한 황강댐의 수문을 열어서 하류에서 평화롭게 물놀이하던 우리 국민들이 목숨을 잃는 참변이 일어났다. 모두 '서민'들이었다. 너무나 어이없고 가슴 아픈 사건이어서 되돌아보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들다. 참으로 평화롭고 즐거운 한때를 담은 희생자들의 마지막 사진들을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나도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북한은 자기네 댐을 자기네 마음대로 작동한 것이라고 하지만 강에 관해서는 이렇게 자기네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강물은 본래 누구의 소유도 아니며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기 때문에 위는 아래를 충분히 배려해서 강물을 관리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강물은 바로 생명의 원천에서 갈등의 원천으로 바뀌고 만다. 아래는 위를 존중하고 위는 아래를 배려해야 강물은 갈등의 원천이 아니라 생명의 원천으로 유지될 수 있다. 임진강도 이런 사실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북한이 황강댐의 수문을 갑자기 연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수공론, 미숙론, 만수론 등의 여러 추론이 제기되어 있는 상태이다. 수공론은 '우뻘'이 가장 선호하는 주장으로서 북한이 남한을 길들이기 위해 무자비한 수공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북한을 여전히 '뿔 달린 도깨비'로 보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장이며 바야흐로 북한에게 유리한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무지한 주장이다.
미숙론은 북한의 댐 건설 기술이 미숙해서 황강댐에 어떤 심각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서 갑작스레 수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실제 북한의 댐 기술이 미숙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만수론은 미숙론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황강댐의 수위가 만수 상태가 되어서 급격히 수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수위의 상승과 관련해서 커다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어느 경우이건 간에 중요한 것은 북한이 갑자기 황강댐의 수문을 열어서 무려 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 중에는 심지어 39살 아버지와 8살 아들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용산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듯이, 북한은 임진강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북한이 해명이랍시고 전해온 것은 북한의 문제를 더욱 더 극명하게 밝혀줄 뿐이다. 정녕 북한은 비인간의 무자비한 왕국인가? 북한은 임진강 참사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그 희생자들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춰 사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북한을 비인간의 무자비한 왕국으로 여기고 대응할 것이다.
오늘날 강은 세계적으로 심각한 갈등의 원천이다. '국제 하천'은 어디서나 커다란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 임진강은 그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문제의 핵심이 분단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사실을 올바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분단이 되었더라도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면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지금처럼 극단적인 갈등과 긴장의 상태에 놓여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한과 북한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전쟁 체제' 속에서 살고 있다. 어느덧 우리는 '60년 전쟁 체제'를 맞게 되었다. 하루빨리 '전쟁 체제'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임진강과 같은 '국제 하천'을 올바로 관리할 수 있는 길은 결코 열리지 않을 것이다. 하루빨리 '전쟁 체제'를 해소해서 서로를 존중하는 양국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민족의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길도 거기에 있다. 핵무기의 보유국이 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북한의 태도는 '전쟁체제'의 강화를 촉발하는 것으로서 너무나 큰 문제를 안고 있다.
▲ 임진강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죽이기' 사업의 선봉대이다. ⓒ프레시안 |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대형 댐 보유국이다. 면적 대비로 따지자면 세계 1위의 대형 댐 보유국이다. 이렇게 대형 댐이 많이 건설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대형 댐을 건설할 곳이 없다. 이를테면 수자원공사의 설립목적이 완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수자원공사는 대대적으로 축소되고 더 이상 대형 댐은 건설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자원공사는 대형 댐을 건설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그 결과 한탄강댐과 같은 황당한 댐마저 건설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는 거대한 토건사업을 주업무로 하는 거대한 개발공사들이 많다. 모두 박정희 시대에 개발독재를 강행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를테면 개발공사들은 박정희 개발독재의 '전위대'로서 박정희 개발독재의 핵심적 유산이다. 민주화는 전면적 통폐합을 중심으로 이러한 개발공사들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과정이어야 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지금도 진보나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은 대체로 개발공사들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내가 '박정희 체계'라고 부르는, 18년에 걸친 박정희 개발독재를 통해 형성된 사회체계를 계속 유지하거나 심지어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진보나 개혁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바로 여기서 찾아야 한다. 아무튼 이러한 개발공사들의 대표적인 예로 우리는 수자원공사를 들 수 있다. 수자원공사는 하루빨리 역사의 뒤로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오늘날 수자원공사는 갈수록 위세를 더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아예 세계 굴지의 '물 기업'이 되겠노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우리의 개발공사들은 개발독재의 유산이라서 그런지 모두 방만 경영과 부패의 문제를 심각하게 안고 있다. 몇 해 전에 수자원공사는 사장과 노조 위원장이 모두 몇 달의 시차를 두고 구속된 적이 있다. 둘 다 사유는 부패였다. 그렇게 황당한 꼴을 만천하게 드러내 놓고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결국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는 사태까지 빚고 말았다. 경보를 수십 차례나 무시하고, 재택근무를 한다더니 친구들과 당구 치며 놀고, 임진강은 내버려두고 괜한 한탄강이나 죽이고 있고, 수자원공사는 아무래도 '신의 직장'이 아니라 '악의 직장'인 것 같다. 이 나라의 '진정한 선진화'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수자원공사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탄강댐 건설의 중단은 그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자꾸 거꾸로 가는 것 같다. '선진화'한다더니 '후진화'하는 것이 이 나라의 진정한 현실인 것 같다. 이번의 임진강 참사에서 다시금 잘 드러났듯이 수자원공사는 너무나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수자원공사에게 터무니없게도 '경인운하'의 건설을 맡기더니 아예 '4대강 살리기'의 건설을 맡기고 나섰다. '4대강 살리기'가 커다란 예산 논란에 휘말리자 수자원공사에게 '4대강 살리기'의 대부분을 맡겨서 예산 논란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경영의 관점에서 '4대강 살리기'를 마구 시행하고 주변지역의 개발을 마구 강행할 것이다. 그 결과 '4대강 살리기'의 실체가 '4대강 죽이기'이자 '대운하 살리기'라는 사실이 다시금 참담하게 확인될 것이다.
임진강 참사를 잊지 말자. 북한의 잘못을 반드시 시정하도록 하자.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살 권리를 갖고 있다. 남한과 미국이 북한을 위협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듯이 북한도 우리를 위협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임진강 참사를 잊지 말자. 수자원공사가 저지르는 방만 경영과 부패, 그리고 파괴의 문제를 하루빨리 시정해야 한다. 너무나 소중한 한탄강이 거의 완전히 수몰되어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아예 수자원공사로 하여금 '4대강 죽이기'를 주도하도록 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더욱 더 서둘러야 하는 것은 바로 그 전면적인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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