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15일 농민대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부상을 입고 최근 사망한 고 홍덕표 씨 사건에 대해 19일 담화문을 발표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 경찰청 앞에서 '허준영 경찰청장 파면'을 요구하는 농민단체의 기자회견을 봉쇄해 담화문을 통한 '사과'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정부 "진상과 원인 철저 조사 후 책임 묻겠다"**
정부는 이날 고 홍덕표 씨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골자로 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이해찬 국무총리 명의로 발표했다.
이 총리 대신 담화문을 발표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지난달 15일 농민시위에 참석한 후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고 홍덕표 씨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어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로서 최근 시위에 참석했던 일부 농민들이 부상을 당하고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정부는 "무엇보다 먼저 이번 사고의 진상과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불법행위자는 물론 과잉행위자에 대해서도 엄중히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정부는 "이번과 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토록 할 것이며, 국민과 협조해 평화적인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중연대 "전용철 씨 사망사건에 대해선 왜 일언반구 없나"**
그러나 정부는 이번 담화문에서 고 홍덕표 씨 외에 15일 농민집회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이 사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농민 전용철 씨의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또한 정부는 농민단체 등이 요구하고 있는 허준영 경찰청장의 파면과 현장 지휘자의 구속처벌에 대해서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난 달 15일 농민대회 당시의 경찰 폭력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고 전용철 씨 사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며 "농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일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여 반성할 뜻이 없는 것 같다"고 정부의 담화문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로 구성된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홍덕표·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범국민대책위)'는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허준영 경찰청장의 파면 △지난달 15일 집회 현장의 진압 지휘관 구속처벌 △근본적 농업회생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범국민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려 했으나 경찰 측이 '기자회견이 아닌 항의방문'이라며 봉쇄해 과연 경찰 측이 '반성의 뜻'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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