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제개혁연구소(이하 경개연)는 '회사기회의 유용을 통한 지배주주일가의 부의 증식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해 이와 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경개연이 21개 기업집단(43개 회사)의 특수관계자 71명을 대상으로 회사기회의 유용이 발생했다고 판단한 날로부터 지난해말까지의 이익 증가액을 계산했다.
정의선 부회장, 7519억 이익 얻어
조사 결과, 각 회사 특수관계자들이 회사기회 유용 의심 사례를 통해 얻은 부의 증가액은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총 3조5712억 원, 시장상대가치 기준으로는 3조9748억 원에 달했다.
반면 이들이 애초 투입한 금액(최초취득금액)은 4970억 원에 불과해 부의 증가율(수익률)은 지난해 말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719%에 달한다.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비스를 통해 얻은 6445억 원의 이익을 포함해 총 7519억 원(순자산가치 기준)의 이익을 얻었다. 정 부회장의 부의 증가액은 시장상대가치 기준으로는 7627억 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지난달 21일 서울고등법원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글로비스·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지배주주인 정몽구 회장 부자가 소유한 글로비스에 사업 물량을 몰아준 게 부당지원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최태원 회장의 부는 5389억 원 증가했다. 뒤 이어 이준용 회장과 정몽구 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이 각각 4681억, 4680억, 2283억, 1596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두 딸인 강정연, 강경림 씨는 STX건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720%가량 증가한 725억 원에 달한데 힘입어 주식가치가 급증, 시장상대가치 기준으로 상위 10위에 올랐다.
▲부의 증가액 상위 10인의 전체 총액대비 비율 ⓒ경제개혁연구소 제공 |
"하이트맥주·대림그룹, 부의 승계 이뤄져"
한편 경개연은 이익 변동과 함께 기업별 회사기회 유용 사례를 보고했다. 경개연은 하이트맥주그룹은 부자간 부의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박문덕 하이트맥주그룹 회장은 지난 2005년 말을 기준으로 2316억 원의 부의 증가를 얻었으나, 지난해 2월 자신이 100% 보유한 하이스코트의 지분을 아들 박태영 씨와 친인척 박재홍 씨가 100% 보유한 삼진이엔지에 증여해 상위 순위에서 빠졌다.
대신 박태영 씨는 하이트맥주그룹의 출자구조상 정점에 있는 삼진이엔지의 최대주주(58.44%)로 올랐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대림H&L은 대림코퍼레이션이 흡수합병했다. 이 부사장이 지난 2001년 대림H&L 설립 이후 출자한 금액은 110억 원이며, 작년 11월 합병 당시 대림H&L 평가액은 1956억 원이다. 경개연은 이 부사장이 매각대금을 이용,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개연은 "이번 합병으로 이 부사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12%를 확보, 그룹 경영권 승계 발판으로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림산업 지분 21.67%를 보유한 사실상 지주회사다.
경개연은 "회사기회 유용을 통해 지배주주 일가가 상당규모 이익은 얻은 대신 기회를 유용 당한 회사와 소액주주는 그만큼 손해를 입었다"며 "재벌그룹 전반에 만연한 회사기회 유용 행위를 방지할 수단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딱히 할 말은 없다"라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