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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민주주의의 후퇴를 방관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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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더이상 민주주의의 후퇴를 방관해선 안된다"

[인터뷰] 민주통합시민행동 이해동 목사

"민주정부 10년 동안 재야 단결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전선을 하나로 모을 때가 됐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해동 목사에게 야권 분열의 이유를 물으니 이와 같이 명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민주개혁진영은 지난 10년 동안 '민주주의 후퇴' 같은 것을 걱정할 필요 없이 저마다 자기 영역에서의 활동에 충실하면 됐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70~80년대에는 독재타도라는 단순한 타깃이 있어 대연합이 당연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환경, 여성, 인권, 소비자 등 시민운동의 저변이 확대됐고 그저 자기 영역에서 열심히 일하면 됐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오히려 대연합이라는 명제보다 정권감시 역할에 충실했던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 이해동 목사 ⓒ프레시안

그러나 이 목사는 "이제 전선을 하나로 모을 때가 됐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그래서 재야 원로급 인사들이 주축이 돼 민주통합시민행동(가칭)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졌다. 이 목사는 "이명박 정부의 정치 행태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사람들에게 이심전심으로 퍼졌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민주개혁진영 대연합이 말로만 그칠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현돼야 한다는 생각에 논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70~80년대 반독재 투쟁을 주도했던 인사들까지 다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서거하게 되니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목사는 "김 전 대통령의 유지인 민주·민생·평화의 3대 위기 극복을 위해 대연합을 통해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대연합의 조건으로 "서로 배타적으로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친노그룹 일부에서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물론 안 하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친노와 친DJ가 반드시 합쳐야 하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무조건 '한 지붕'으로 묶으려 하지 말고 서로 경쟁하고 연대하면 된다는 것이다.

▲ ⓒ프레시안
이 목사는 민주통합국민행동의 활동에 대해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통합과 연대 혹은 시민단체들의 참여 또한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치결사'로 보는 시각은 경계했다. 이 목사는 "우리가 무언가를 해보기 위해 헤게모니를 쥐려는 것이 아니다"면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안장식에서 예배를 집전한 이 목사는 80년대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대표적 민주화운동 인사다. "원래 작은 교회에서 목회자를 하면서 소박하게 사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어쩌다 보니 항상 역사의 회오리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해동 목사는 일흔 여섯의 고령에 다시 회오리 한 가운데로 서게 됐다.

다음은 민주통합국민행동 발기인 대회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 인사동 한 찻집에서 이 목사와 나눈 대화의 전문이다.

프레시안: 언제부터 설립이 논의됐나?
이해동: 작년에 촛불시위가 일어났을 때부터다. 이명박 정부의 정치 행태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사람들에게 이심전심으로 퍼졌다. 70~80년대 반독재 투쟁을 했던 사람들 사람들에게 한나라당의 집권 후 민주주의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는 우려와 걱정이 생겼다. 그러다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개혁진영의 대연합이 말에만 그칠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현돼야 하겠다는 생각에 몇몇 분들이 본격적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마당에 대연합이라는 유지를 받는 것은 당면한 과제가 됐다.

프레시안: '민주개혁진영'이 분열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이해동: 분열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70~80년대에는 대연합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 시대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독재타도라는 타깃이 단순했으니까. 그러나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시민운동의 저변이 확대됐고 구심점이 오히려 약화됐다. 환경, 여성, 인권, 소비자운동 등 시민단체가 무수히 생겨났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재야 단결'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자기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면 됐고, 오히려 대연합이라는 명제보다 정권 감시라는 역할에 더 충실했다. 그러나 이제 대연합은 선택이 아니라 당면한 과제가 됐다.

그러는 사이 뉴라이트는 내밀하게 규합해 세력화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설마 이렇게까지 생각했는데, 실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시민단체들은 자기들 영역에서 해오던 사업이 있기 때문에 탄성으로 나아간다. 이제는 전선을 하나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가져야 한다.

프레시안: 민주당 및 진보적 야당들과의 관계와 역할은?
이해동: 세가 많든 적든 정치권도 반 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해 민주 회복에 힘을 보태야 한다. 특히 연대 안에서 상대방을 배타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정치 혐오를 얘기하지만 정치를 떠나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국민 생활 자체가 정치다. 정치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연대 안에서도 다른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최대한 협력할 수 있을 때까지 협력해야 한다.

프레시안: 친노그룹에서 '국민참여정당'을 창당한다고 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해동: 친노와 친DJ 등이 반드시 합쳐야 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친노그룹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누가 말릴 수 있겠나. 물론 신당을 안 하고 다 합치면 좋지만 그렇다고 배타적으로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김근태 전 장관 등이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해동: 모두 시민운동 출신이다. 정치권에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때문에 참여 못하는 건 안 된다. 그들 모두 희생적으로 자기 몸을 낮추고 연합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참여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체할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인데.
이해동: 역사에서 김 전 대통령 같은 인물은 다시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시대도 많이 변했다. 보스형 리더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이제는 시민들은 구경꾼이고 누군가 끌어주는 시대가 아니라 작은 힘이라도 옳은 미래를 위해 참여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아시아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민주화나 시민운동 측면에서 가장 충실한 나라이다. 그러나 아직 서구에 비하면 모자란 면이 있다. 구심점인 보스에게 범접할 수 없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

그래도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국민들이 받들었으면 좋겠다. 그 분만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남북화해협력의 길을 찾고자 했던 지도자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대통령 병자라고 욕하지만 죽음을 앞에 두고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변하지 않은 그의 가치인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화해 통일 정신은 우리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프레시안: 재야인사들이 주축이 됐지만 시민단체들의 참여는 저조한 것 같다.
이해동: 그 점이 저희로서도 매우 안타깝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다만 민주통합시민행동이 운동가들만의 단체가 돼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일상에 충실한 국민들 속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시민단체 측에 자기 영역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연합이라기보다 연대에 가깝다. 시민운동의 특수성을 활발히 하면서도 서로 연대해 반민주적 행태를 저지시켜야 한다.

프레시안: 민주통합시민행동이 또 하나의 세력화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해동: 민주통합시민행동은 헤게모니를 잡고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연합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정당이나 제 사회단체 사이의 중재자 역할도 하겠지만, 우리 스스로가 정당이나 정치결사는 아니다.

프레시안: 통합만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의 경험상 통합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해동: 일단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큰 틀에서 함께 가는 길에 자기 이익이 아니라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고 자기희생을 각오 하면 연대든 연합이든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이해동: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 시민운동가, 직업 정치인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 시민들의 참여 확대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나라 잘 되기를 바라는 무명의 시민들을 규합하는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시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할 것이다. 향후 도래하는 정책 사안에 대해 온오프라인 서명운동도 받고 일주일에 한 번 강연과 토론회도 꾸준히 열 계획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남긴 '민주', '민생', '평화'의 위기 회복을 위해 매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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