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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함께 하니 힘이 되더라"

[현장 스케치] 국회의사당 앞 천막 농성장 사람들

폭설이 내린 다음날인 5일, 서울 여의도의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 공동투쟁단', '기초법 전면 개정과 자활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행정대집행법 개악·질서위반행위규제법안 입법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 7개의 단체가 모여 천막 농성중이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대부분 국회에 상정되거나 상정될 가능성이 있는 법안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모여든 단체들이었다.

(사진1)

***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를 설치하라"**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 공동투쟁단'은 지난달 26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한 단체다. 이들의 요구는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를 설치하고 실효성 있는 권리 구제수단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

현재 장애인 차별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정을 받아 당사자에게 권고하는 형태로 풀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농성장에서 만난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의 조현아 간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한은 권고에 그치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고, 또 장애로 인한 차별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국가인권위가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강제력을 가진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농성장에는 조현아 간사와 민주노동당 장애인위원회의 김태현씨, 정태수열사 추모사업회의 최강민 집행국원이 함께 있었다. 천막 농성장이 본래 일반인이 생활하기에도 힘든 곳인데에다, 급격히 떨어진 기온 때문에 농성은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상당히 고역일 수밖에 없었다. "지낼 만하냐"는 질문에 이들 장애인들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천막의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잘 지낸다"며 "옆에 있는 '5대 요구안 천막' 사람들은 우리가 시위를 다녀오면 식사를 준비해 줘서 같이 먹기도 한다"고 밝게 대답했다.

(사진2)

*** "빈곤의 문제는 누구도 피할 수 없어" …기초법 전면 개정해야**

이들이 말한 '5대 요구안 천막'이란 '기초법 전면개정과 자활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가리킨다. 이곳은 빈곤사회연대의 주도로 노동자, 노숙자, 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59개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연대회의다. 이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전면 개정 △자활지원법의 제정 △강제철거법 행정대집행법 개악 중단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 △비정규 권리보장입법 쟁취 등 5가지 요구안을 내걸고 있다.

공동대책위는 사실상 기초법 전면 개정과 자활지원법 제정을 핵심 의제로 삼고 있지만, 요구안 자체로만 보면 거의 모든 농성장의 의제를 포괄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공동대책위의 이선정 정책국장은 "빈곤의 문제는 다른 어느 단체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빈곤대책은 전면 재구성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동대책위 천막을 찾은 이 중에는 '행정대집행법 개악, 질서행위규제법안 입법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신희철 정책국장도 있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이곳에서 나누어주는 유인물 두 장만 달라"더니 받자마자 급하게 나갔다. 이날 이 단체는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농성의 시작을 알린 참이었다.

신희철 정책국장은 자신의 천막 내부에 받아온 유인물을 붙이며 "자신의 의제뿐 아니라 함께 농성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주장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이제 어느 부문이든 개별적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다"**

현재 행정대집행법은 행정자치부에서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그간 이 법은 노점상, 철거민에 대해 강제철거를 하는 데에 주로 적용된 제도라 인권침해의 논란이 많았다. 신 국장은 "행정대집행법은 개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행자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대표적인 예가 철거에 들어간 비용을 노점상, 철거민 등 당사자에게 물리겠다는 철거비용 청구조항"이라고 덧붙였다.

신 국장을 비롯해 각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모여 있기 시작하면서부터 경찰의 기습철거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5대 요구안 천막'이나 '장애인 차별금지법 천막' 같은 경우는 농성 초기 여러 번 철거당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함께 농성장을 꾸려나가 좋은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난로연료나 발전기와 같은 필수품을 나누어 쓰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의 시위나 선전전에 함께 동참하기도 한다.

'기초법 전면개정과 자활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이선정 정책국장은 이를 두고 "이제는 어느 부문도 개별적인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다"면서 "어느 계층이든 장애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으며, 노동자나 노점상,철거민들은 모두 빈곤과 떼어놓을 수 없고, 이는 모두의 삶의 질의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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