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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지켰으면 우리가 왜 싸우냐"

덤프연대, 도로법 개정안 연내처리 촉구

"내가 니 애비 뻘이여, 애비한데도 물총 쏠 거냐."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에 흠뻑 맞은 50대 덤프 트럭 노동자가 전의경 버스 위에 서 있는 전의경들을 향해 하소연을 시작했다. 이 노동자는 가슴을 열어 젖힌 채 물대포를 자기에게 쏘라며 연신 울분을 터뜨렸다. 한 쪽에서는 "자식같은 전의경을 밀치지 마십시오"라는 경찰의 선무방송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는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영하의 날씨로 꽁꽁 얼어붙은 땅위에는 경찰들이 내뿜은 물이 하천을 이루었고, 여기저기서 노동자들이 버린, 피 닦은 휴지나 장갑들이 흩어져 있었다.

노동자들은 국회 진출을 위해 온힘을 다해 전의경들에게 거친 몸싸움을 걸었고, 전의경들도 상관의 지휘에 따라 한치의 물러섬 없이 버텨냈다.

민주노총 산하 덤프연대 소속 조합원들인 이들은 전날 저녁 부터 전국 각지에서 상경해 이날 새벽 5시 경 여의도에 집결했다. 이들이 새벽길을 마다하지 않고 상경한 것은 다름 아닌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도로법 개정안이 논의되기 때문이었다.

김금철 덤프연대 위원장은 지난 10월에 있었던 총파업을 언급하며 "정부가 화주(貨主) 등 과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담긴 도로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총파업을 철회했었다"며 "하지만 여기저기서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려 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총파업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임인분 덤프연대 교육선전부장은 "정부의 약속을 철썩 같이 믿고 있던 조합원들이 또다시 정부로부터 배신을 당했다고 느끼고 있다"며 "오늘(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도로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장담 못한다"고 기자에게 귀띰 했다.

임 부장의 말처럼 시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거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조합원들은 물대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무 막대기만 들고 도열해 있는 전의경에게 돌진하다가 주먹세례를 받았고, 또다른 조합원들도 상기된 얼굴로 전의경에게 욕설을 쏟아냈다.

물대포에 흠뻑 젖은 몸은 집회장 한 켠에서 말리고 있던 한 조합원은 기자에게 "(정부가) 약속만 지켰으면 우리가 이렇게 싸우지도 않을 것 아니냐"며 "돈 없는 우리 같은 무지렁이와의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냐"고 한탄했다.

덤프연대 노동자들이 2시간 넘도록 경찰과 거친 몸싸움을 벌인 이유는 다름 아닌 '약속 이행'이었다. 이들과 정부 사이의 약속 내용이 담긴 법 개정안의 처리 전망이 국회의사당 담장 너머에서 '맑음'과 '흐름'을 오락가락함에 따라 이들의 시위 양상도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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